“두 영화는 신기하게 안타고니스트를 활용하지 않았다는 점에서도 묘하게 닮았다. 보통 주인공의 극적 갈등과 멋진 해결을 도드라지게 보여주기 위해 거의 모든 극에 안타고니스트를 내세우기 마련인데 두 작품 모두 이 전략을 과감히 생략한 것이다. ‘드라마틱’을 위해 다소 전형적이고 MSG인 줄 알지만 첨가할 수밖에 없었던 악역을 레시피에서 과감히 뺀 세련된 용감함으로 볼 수 있다.”
이런 노래가 있습니다. 유명한 가수의 유명한 노래죠. 잔뜩 힘 뺀 목소리로 ‘난 너고 넌 나야~ 넌 나고 난 너야~’ 이렇게 선언하며(?) 시작하는 노래. 우습게도 이 노래를 듣고 주인공과 악당의 관계를 가장 먼저 떠올렸습니다. 슬픈 일이죠.
어찌 보면 주인공과 악당의 관계는 꽤나 로맨틱합니다. 영화 <다크 나이트>에서는 이런 대사가 나오기도 합니다. ‘You complete me’ 조커가 배트맨에게 하는 대사죠. 사실 이 대사는 이보다 더 오래전에 나온 영화 <제리 맥과이어>에서 주인공이 사랑하는 사람에게 달려가 고백하는 장면에서 먼저 나왔습니다.
목소리마저 젊은 톰 크루즈
<제리 맥과이어>에서의 이 대사는 로맨틱하지만, <다크 나이트>에서는 무척 섬뜩하게 느껴집니다. 조커의 얼굴이 무섭기 때문만은 아닐 거예요. 상황을 한 번 볼까요.
보통은 한 작품에서 두 유형의 갈등이 동시에 드러나죠. 이 중에서 [나 vs 남] 갈등을 만드는 존재가 바로 빌런입니다. 빌런은 강력한 힘을 바탕으로 히어로를 방해하기도 하지만, 히어로와의 신뢰 관계를 이용하거나, 거짓말을 하거나, 자신의 챔피언을 내세워서 방해하기도 하죠. 또한 히어로가 [나 vs 나]의 갈등 상황에서 고통스러워할 때, 그것을 조장하거나 증폭시키는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빌런 분석 VOL.1 : <아이언맨>에서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까지
VOL.1에서 등장한 빌런들을 살펴보면, 로키를 제외하고는 성장하는 빌런이 없다고 볼 수 있겠죠. 빌런을 성장시키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운 일입니다. 슈퍼 히어로 서사에서 최우선으로 성장해야 할 캐릭터는 바로 히어로이고, 히어로는 빌런으로부터 적극적인 방해를 받으면서 성장하기 때문이죠. 빌런의 성장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빌런은 히어로의 적극적인 방해를 통해 성장해야 합니다. 그러니 한 작품에서 히어로와 빌런이 동시에 성장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MCU 페이즈 3부터는 성장하는 빌런들이 종종 등장합니다. 대표적으로는 <앤트맨과 와스프>의 빌런 ‘고스트’가 있겠네요. <스파이더맨 : 홈 커밍>의 ‘벌처’도 성장의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빌런이라 부르기는 어렵지만, <캡틴 아메리카 : 시빌 워>에서 처음 등장하는 ‘블랙 팬서' 역시 빌런의 임무를 수행하다가 성장합니다. 빌런의 성장은 과거 일본에서 유행했던 ‘전대물(=파워레인저)’의 이야기 구조와 유사한데요, 주인공과의 전투를 통해 회심(?)하여 동료가 되는 방식입니다. 만화 <원피스>의 밀집모자 해적단도 지금의 모습을 갖추기 전에 서로 피 터지게 싸우곤 했죠. (역시 애들은 싸우면서 큰다니까)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빌런 분석 VOL.2 : <어벤저스 : 에이지 오브 울트론>에서 <앤트맨과 와스프>까지
주인공은 욕망을 가지고 반드시 행동해야 하는 저주에 걸리게 됩니다. 이 순간을 이야기의 [시작]이라고 불렀어요. 이야기가 [시작]하기 위한 필수적이면서도 최소한의 정보를 제공하는 단계가 [처음]이고요.
작가는 [처음]을 만드는 동안 이야기 세계의 창조주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주인공이 누구이며, 어떤 욕망을 가지며, 어떤 (첫 번째) 행동을 할 수 있을지 정할 수 있어요. 나아가 주인공이 속한 세계가 어떤 세계이며, 어떤 규칙을 가지고 움직이는지 정할 수 있겠죠. 이 작업을 하는 동안 작가는 신(God)과 다름없는 존재이기도 하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