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든 존재감을 드러내는 신스틸러, 아니 신스텔러. 신스(토리)텔러라는 뜻.
신스텔러는 안전가옥 스토리 PD Shin이 이야기를 다루는 기술과 윤리, 스토리텔링에 대해 말하는 매거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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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엔테이션, 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줄여서 오티, 라고 부르기도 하죠.
오리엔테이션; orientation
명사
신입 사원이나 신입생 등 새로운 환경에 놓인 사람들에 대한 환경 적응을 위한 교육. '안내', '안내 교육', '예비 교육'으로 순화.
예)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서는 학교나 학업 과정에 대한 여러 가지 정보가 주어진다.
영단어 중 뒤에 -tation 이런 녀석이 붙을 때는 보통 기본형 단어가 있기 마련입니다. 오리엔테이션의 기본형 단어는 Orient. 오리엔트. 자주 들어본 말입니다. 오리엔탈, 오리엔탈리즘, 오리엔탈 소스, 오리엔탈 특급 살인사건…
이야기의 힘 : 오리엔테이션은 왜 오리엔테이션일까

오늘 조금 위험한 작업을 해보려고 합니다.
이야기에 ‘단위'를 매기는 것이지요.
저는 이야기가 살아있는 유기체라고 생각합니다만, 그래서 더 철저한 분석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살아있는 것은 한 눈에 이해하기 어렵지요. 이해하기보다 사랑하는 것이 더 쉽습니다. 고양이를 생각해 보세요. 이해할 수 없지만 사랑스럽잖아요?
그러나 이해하지 못하고 사랑하기만 해서는 이야기가 가진 힘을 제대로 다루기 어려울 것입니다. 자, 이제부터 눈물을 머금고 칼을 빼들어 보죠. 셰익스피어의 희곡 <햄릿>이 그 대상입니다. 이야기의 단위란 무엇일까요? 그렇다면 햄릿은 몇 개의 단위로 이루어진 이야기일까요?
이야기의 단위 : 햄릿은 몇 개의 이야기로 이루어져 있을까?

저주받은 주인공들
이번 글에서 자주 나타날 ‘저주'라는 단어는 은유적 표현임을 알아두시기 바랍니다.
주인공이란 무엇일까요? 여러분들은 주인공을 정의할 수 있나요? 이야기에서 주인공을 찾아내는 일은 어렵지 않지만, 그렇다고 ‘주인공이란 마땅히 이러이러한 존재다’라고 정의하는 일은 생각보다 골치아픈 문제입니다. 주인공은 외모나 직업으로 결정되지 않습니다. 소위 말하는 ‘스펙'이라는 것은 주인공을 만드는 데에 절대적인 기준이 될 수 없습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주인공을 주인공답게 만드는 것은 결국 그가 하는 행동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주인공은 반드시 행동해야 합니다. 행동하는 주인공을 만들기 위해 작가는 ‘주인공이 행동할 수 밖에 없도록’ 만들어야 하죠. 그리고 저는 작가의 그러한 행동을 ‘저주'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작가는 이야기 세계의 신이 되어 주인공에게 저주를 내려야 합니다. 저주받은 사람은 그 저주를 풀어내기 위해 무슨 짓이든 해야 하겠죠. 이야기의 주인공들이 딱 그렇습니다.
저주받은 주인공들 : 균형 상태와 균형 상태의 파괴

“드라마는 갈등이다"
라는 말이 있습니다. 누가 한 말인지는 모르겠습니다. 몇 년 전 모 방송국의 공채 시험에 도전한 적이 있었는데, 그 때 작문 주제가 이 문장이었습니다. 드라마PD를 뽑는 시험이었어요. 아마도 이야기에서 갈등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 강조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조금 촌스럽긴 하지만, 저 문장에 충분히 동의합니다. 이야기는 갈등 없이 제대로 움직이지 않거든요.
[주인공 - 욕망 - 행동] vs [방해]
[주인공 - 욕망 - 행동] 기억하시나요? 이야기를 이루는 하나의 단위라고 말씀드렸었죠. 사실 이 뒤에 정말 중요한 것이 하나 빠져있습니다. 지난 시간에 잠깐 언급했던 [방해]라는 녀석입니다.
갈등의 원리 : 공감과 선동 사이

지난 시간에는 갈등을 다루는 방법 혹은 태도들에 대해서 이야기했는데요, 오늘은 갈등이 어떠한 양상으로 전개되는지 유형에 따라 살펴보려고 합니다. 갈등을 네 가지 유형으로 나눈 것은 데이비드 볼 선생의 책 <희곡의 통쾌한 분석>을 참고했으며, 각 유형별 사례는 비교적 최근에 등장한 한국 장르판의 소설들을 다루려고 노력하였습니다.
1. 나 vs 나
2. 나 vs 남
3. 나 vs 사회
4. 나 vs 신
유형 1 : 나 vs 나
갈등의 원리 : 네 가지 유형

<2018 가을 : 안전가옥 스토리 공모전> 심사와 결과 발표가 모두 끝났습니다. 특히 원천 스토리 공모전에는 트리트먼트 형식의 원고를 심사했는데요, 좋은 이야기가 많았습니다만 트리트먼트 작성에 어려움을 겪었을 법한 원고들이 많았습니다. 거의 소설의 완전원고 형태로 보내주신 분들도 있었죠. 아마도 트리트먼트에 대해 배울 수 있는 곳이 아직 부족해서 그런 것이라 생각합니다.
사실 정확히 ‘트리트먼트란 이런 것이다!’라고 선언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입니다. 트리트먼트는 기본적으로 ‘효용성'을 전제로 하며, 협업을 위한 수단으로써 사용되는 문서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트리트먼트에 절대적인 형식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좋은 트리트먼트와 좋지 않은 트리트먼트를 구분할 수는 있습니다. 그 기준은 ‘팀 작업에 얼마나 도움이 되느냐'에 있습니다. 팀 작업이 낯선 분들에게는 트리트먼트라는 형식 자체가 어려울 수 있죠. 그래서 이번 신스텔러에서는 트리트먼트에 대해 이해하고, 이를 구성하는 기본적인 것들에 대해 다루려고 합니다.
트리트먼트 : 협업 대상을 향한 선전포고
트리트먼트 : 협업을 위한 선전포고

오늘은 기사를 하나 읽고 시작하겠습니다. 2015년 10월 19일에 조선닷컴에 실린 <OSEN 김범석의 사이드미러 : '마션' '인턴' 뻔한 안타고니스트 전략 피해 간 모범 사례>라는 기사입니다. (제목부터 강력한 어그로를 발산하고 있군요...)
“두 영화는 신기하게 안타고니스트를 활용하지 않았다는 점에서도 묘하게 닮았다. 보통 주인공의 극적 갈등과 멋진 해결을 도드라지게 보여주기 위해 거의 모든 극에 안타고니스트를 내세우기 마련인데 두 작품 모두 이 전략을 과감히 생략한 것이다. ‘드라마틱’을 위해 다소 전형적이고 MSG인 줄 알지만 첨가할 수밖에 없었던 악역을 레시피에서 과감히 뺀 세련된 용감함으로 볼 수 있다.”
(기사 본문 중)
방해하는 세력 : 나쁜 놈은 따로 있는 게 아니라니까

이런 노래가 있습니다. 유명한 가수의 유명한 노래죠. 잔뜩 힘 뺀 목소리로 ‘난 너고 넌 나야~ 넌 나고 난 너야~’ 이렇게 선언하며(?) 시작하는 노래. 우습게도 이 노래를 듣고 주인공과 악당의 관계를 가장 먼저 떠올렸습니다. 슬픈 일이죠.
어찌 보면 주인공과 악당의 관계는 꽤나 로맨틱합니다. 영화 <다크 나이트>에서는 이런 대사가 나오기도 합니다. ‘You complete me’ 조커가 배트맨에게 하는 대사죠. 사실 이 대사는 이보다 더 오래전에 나온 영화 <제리 맥과이어>에서 주인공이 사랑하는 사람에게 달려가 고백하는 장면에서 먼저 나왔습니다.

목소리마저 젊은 톰 크루즈
<제리 맥과이어>에서의 이 대사는 로맨틱하지만, <다크 나이트>에서는 무척 섬뜩하게 느껴집니다. 조커의 얼굴이 무섭기 때문만은 아닐 거예요. 상황을 한 번 볼까요.
주인공과 악당 : 난 너고 넌 나야 (feat. 지코)

악당의 존재감이 가장 극대화되는 장르라면 뭐니 뭐니 해도 슈퍼 히어로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초능력을 가진 히어로를 온갖 방법을 통해 괴롭히는 임무가 악당에게 주어지기 때문이지요.
그래서일까요, 슈퍼 히어로물에서는 악당을 ‘빌런’ 혹은 ‘슈퍼 빌런'이라 부르기도 합니다. 두 단어는 의미상 큰 차이가 없지만, 빌런은 뭔가 고유명사 같은 느낌으로 많이 쓰이는 것이 차이라면 차이겠죠.
히어로물에서 주인공은 주로 [나 vs 나] [나 vs 남] 유형의 갈등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보통은 한 작품에서 두 유형의 갈등이 동시에 드러나죠. 이 중에서 [나 vs 남] 갈등을 만드는 존재가 바로 빌런입니다. 빌런은 강력한 힘을 바탕으로 히어로를 방해하기도 하지만, 히어로와의 신뢰 관계를 이용하거나, 거짓말을 하거나, 자신의 챔피언을 내세워서 방해하기도 하죠. 또한 히어로가 [나 vs 나]의 갈등 상황에서 고통스러워할 때, 그것을 조장하거나 증폭시키는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빌런 분석 VOL.1 : <아이언맨>에서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까지

성장하는 악당
슈퍼 히어로물에서 빌런들은 종종 성장하기도 합니다. 여기서 성장한다는 것은, 히어로에게 패배한 빌런이 자기 행동을 반성하고 히어로의 편으로 돌아서거나, 그 가능성을 제시하는 경우를 의미합니다.
VOL.1에서 등장한 빌런들을 살펴보면, 로키를 제외하고는 성장하는 빌런이 없다고 볼 수 있겠죠. 빌런을 성장시키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운 일입니다. 슈퍼 히어로 서사에서 최우선으로 성장해야 할 캐릭터는 바로 히어로이고, 히어로는 빌런으로부터 적극적인 방해를 받으면서 성장하기 때문이죠. 빌런의 성장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빌런은 히어로의 적극적인 방해를 통해 성장해야 합니다. 그러니 한 작품에서 히어로와 빌런이 동시에 성장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MCU 페이즈 3부터는 성장하는 빌런들이 종종 등장합니다. 대표적으로는 <앤트맨과 와스프>의 빌런 ‘고스트’가 있겠네요. <스파이더맨 : 홈 커밍>의 ‘벌처’도 성장의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빌런이라 부르기는 어렵지만, <캡틴 아메리카 : 시빌 워>에서 처음 등장하는 ‘블랙 팬서' 역시 빌런의 임무를 수행하다가 성장합니다. 빌런의 성장은 과거 일본에서 유행했던 ‘전대물(=파워레인저)’의 이야기 구조와 유사한데요, 주인공과의 전투를 통해 회심(?)하여 동료가 되는 방식입니다. 만화 <원피스>의 밀집모자 해적단도 지금의 모습을 갖추기 전에 서로 피 터지게 싸우곤 했죠. (역시 애들은 싸우면서 큰다니까)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빌런 분석 VOL.2 : <어벤저스 : 에이지 오브 울트론>에서 <앤트맨과 와스프>까지

주인공은 강력한 욕망을 가지고 행동하지만, 이를 분쇄하고 방해하는 세력의 힘도 만만치는 않습니다. 둘의 대립을 강력하게 이끌다 보면, 주인공 혼자서는 도저히 이 난관을 헤쳐나갈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하기도 하죠. 그리고 이런 상황이야말로 조력자가 등장하기에 아주 좋은 타이밍입니다.
옛날 옛날에 말이죠, 배우 송강호가 주인공이 아닌 조력자로 캐스팅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1999년 개봉한 강제규 감독의 영화 <쉬리>입니다. 안 보신 분들을 위해 시놉시스를 읽고 갈게요. 시간이 허락하신다면 꼭 보세요. 저는 <쉬리>가 이야기 구조의 정석을 충실히 따른 작품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국가 일급 비밀정보기관 OP의 특수비밀요원 유중원(한석규 분)과 그의 절친한 동료 요원 이장길(송강호 분). 그들에게 뭔가 중요한 제보를 자청했던 무기밀매상 보스 임봉주가 거리에서 무참히 저격당한다. 저격 현장에 남아 있는 두 발의 탄피, 유중원은 직감적으로 특수 8군단 소속 최고의 저격수 이방희(박하 분)의 존재를 감지한다. 이미 여러차례 정부 요인들을 저격하고 유중원의 집요한 추적을 피해 잠적해 있던 이방희가 1년만에 다시 활동을 재개한 것이다.
죽은 임봉주의 배후를 조사하는 유중원과 이장길. 그 과정에서 이방희가 임봉주를 통해 국방과학기술연구소에서 개발한 신소재 액체 폭탄 CTX를 확보하려 했다는 것을 알아낸다. 서둘러 연구소로 향하지만 한 발 앞선 이방희가 담당 연구원을 살해한 뒤다. 한편, 북에서 침투한 박무영(최민식 분)과 특수 8군단의 정예요원은 군단사령부로 이송 중이던 CTX를 탈취하는데 성공한다. 뒤늦게 유중원과 이장길이 CTX를 쫓지만 박무영의 기습적인 공격으로 가까스로 목숨만을 구한다. 유중원은 탈취범이 리비아 대사관 진압 작전시 자신과 대면했던 박무영임을 알게 된다.
결정적인 움직임 때마다 늘 한발 앞서 나타나는 이방희의 행적은 오래전부터 OP의 주요 정보들이 외부로 은밀히 유출되고 있었음을 알려주고, OP는 내부 첩자에 의한 짙은 의혹에 휩싸인다. 서로가 서로를 의심하는 고국장, 유중원, 이장길. CTX 행방을 두고 촉각을 세우는 동시에 그들 사이엔 미묘한 갈등과 긴장감이 감돈다. 도저히 방향을 종잡을 수 없는 상황 속에서 한 달 앞으로 다가온 명현(김윤진 분)과의 결혼은 유중원에게 또 다른 불행을 예고한다. 자신의 신분을 감추고 명현을 대했던 유중원, 그의 뜨거운 사랑에 눈물을 흘리는 예상치 못한 명현의 신분이 밝혀진다.
네이버 영화
*지금부터 스포일러 주의* 1999년은 한석규가 송강호보다 유명하던 시절이었습니다. 한석규는 비극의 주인공을 연기하고, 송강호는 그를 돕는 역할을 맡아요. 송강호가 연기한 ‘이장길'이라는 캐릭터는 조력자의 정석과도 같은 모습을 보여줍니다. 주인공의 동료 요원인 이장길은, 이야기가 진행되는 동안 소소한 개그를 담당하며 주위를 환기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그리고 결정적인 순간에 주인공에게 도움을 줍니다. 결정적인 단서를 제공하는 것이죠. 그리고 이야기에서 이탈합니다. (첩보물에서 인물을 이탈시키는 방법이란…) 주인공은 조력자(이장길)로부터 얻은 단서를 활용하여 미스터리를 해결하고, 적들의 정체를 파악하고, 클라이막스로 향합니다.
조력자 카드를 사용하는 5가지 방법

흔히들 픽션의 작가를 신(God)에 비유하는 문장을 보곤 합니다. 작품이 하나의 세계라면, 작가를 그 세계의 창조주로 보는 시각들이죠. 하지만 저는 이 비유를 무척 경계하는 편입니다. 작품을 하나의 세계로 비유하는 데에는 100% 동의할 수 있지만, 작가가 그 세계에서 무소불위의 힘을 가진 신이라고 볼 수는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죠. 세계가 신에 의해 만들어졌다고 인정하더라도, 그 세계가 신의 권위에 의해서 움직인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세계는 그 세계를 구성하는 존재들의 행동으로 인해 움직입니다. 작가가 만들어낸 세계도 마찬가지입니다. 작가가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 때, 어느 시점까지는 신과 같은 권위를 행사할 수 있습니다. 그 시점은 이야기가 [시작]하는 순간입니다. [신스텔러 3회] 저주받은 주인공들 : 균형 상태와 균형 상태의 파괴에서 잠시 언급한 적이 있었죠.
주인공은 욕망을 가지고 반드시 행동해야 하는 저주에 걸리게 됩니다. 이 순간을 이야기의 [시작]이라고 불렀어요. 이야기가 [시작]하기 위한 필수적이면서도 최소한의 정보를 제공하는 단계가 [처음]이고요.

작가는 [처음]을 만드는 동안 이야기 세계의 창조주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주인공이 누구이며, 어떤 욕망을 가지며, 어떤 (첫 번째) 행동을 할 수 있을지 정할 수 있어요. 나아가 주인공이 속한 세계가 어떤 세계이며, 어떤 규칙을 가지고 움직이는지 정할 수 있겠죠. 이 작업을 하는 동안 작가는 신(God)과 다름없는 존재이기도 하고요.

소설이나 시나리오를 쓰다 보면 반드시 대사를 적어야 하는 경우가 생깁니다. 특히나 희곡과 시나리오는 대사와 지문만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사실상 대사를 이용해서 이야기를 전개해야 합니다. 소설은 마음만 먹으면 대사를 이용하지 않고도 이야기를 전개할 수 있겠지만, 아무래도 생생한 장면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서술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많은 창작자들이 대사 쓰기에 어려움을 겪거나, 반대로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어떤 이야기에서 대사는 오직 정보 전달을 위해서 쓰이는 것 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반대로 정서 전달만을 위해서 쓰인 것 처럼 보이는 대사들도 있죠. 이런 모습을 볼 때마다 안타까운 마음이 듭니다. 대사 쓰기가 어려운 것은 사실이지만, 잘 쓰기만 한다면 그만큼 이야기를 매력적으로 만들어주는 것도 없기 때문이죠. 오죽하면 '명대사' 라는 말이 있겠어요.
대사는 가장 적극적인 행동 중 하나이다
좋은 대사를 쓰기 위해서는, 먼저 대사의 개념을 이해하는 것이 좋습니다. 대사는 곧 인물의 말이고, 말이란 인물이 할 수 있는 행동 중 하나입니다. 말을 못 하는 인물이 아닌 이상, 말은 그 인물의 가장 적극적인 행동 중 하나라고 볼 수 있죠.
지난 [신스텔러 11회] 이야기의 논리 : 작가는 신(God)이 아니다 에서 인물의 행동에 대해 이야기한 적 있습니다. 인물의 행동은 두 단위로 이루어져 있다고 했죠. 원인과 결과, 방아쇠와 시체더미라는 비유를 활용하기도 했습니다. 행동이란 인물이 욕망하는 바를 이루기 위해 하는 행위입니다.

고대 그리스 철학에서는 차츰차츰 높은 어조로 논점을 강조하는 수사법을 ‘Klimax’ 라 불렀다고 합니다. 본래의 뜻은 ‘기우는 것', 즉 사다리(ladder)라고 한다네요. 사다리를 계속 올라가다 보면 정점에 이르는 데서 착안한 용어였다고 합니다.
하지만 [정점]이라는 단어를 영어 표현에서 찾아보면, 그나마 가까운 것이 ‘peak’라는 표현입니다. 산꼭대기, 지붕이나 탑 따위의 뾰족한 끝, 최고점 등의 의미와 함께 쓰이죠. 클라이막스가 진행 과정의 절정을 뜻한다면, ‘peak’는 본래부터 정점인 것을 뜻합니다. 클라이막스는 ‘peak’에 비해서 보다 더 상대적인 개념, 맥락이 필요한 개념이라고 구분할 수 있겠죠.
그러니 이야기에서의 클라이막스를 찾기 위해서는, 이야기의 구조적 맥락을 이해해야 합니다. 이는 크게 어렵지 않은 일이에요. 우리가 흔히 이야기를 분석할 때 쓰는 오래된 도구들, [기 - 승 - 전 - 결]의 구조나 [발단 - 전개 - 위기 - 절정 - 결말]의 구조가 클라이막스를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에요. [기 - 승 - 전 - 결]의 구조에서는 [전]이, [발단 - 전개 - 위기 - 절정 - 결말]에서는 [절정]이 클라이막스를 포함한다고 하죠. 이야기가 진행됨에 따라 갈등은 점점 고조되고, 그 갈등이 최고조에 달하는 지점을 우리는 클라이막스라고 부릅니다.
창작자가 클라이막스를 다루는 방법
진짜 문제는 지금부터입니다. 이야기를 만드는 창작자의 입장에서 클라이막스를 어떻게 다뤄야 할지에 대한 고민 말입니다. 갈등의 최고조, 이야기의 정점 같은 표현들은 사실상 소비자나 비평가의 입장에서 할 수 있는 말들이죠. 이야기 전체가 완성되고 난 후, 그것을 분석하는 입장에서 할 수 있는 말이에요. 하지만 창작자는 이야기를 만드는 사람이잖아요. 분명히 클라이막스를 만들어야 하긴 하는데, 그 기준을 잡기가 어렵습니다. 갈등은 어떤 기준으로 덜 고조됨과 더 고조됨을 나누나요? 이야기의 높음과 가장 높음은 무엇을 기준으로 나누나요?

지금까지 매거진 ‘신스텔러'를 통해 나누고자 한 것은 결국 ‘이야기의 구성 원리'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좋은 이야기가 어떤 원리로 구성되어 있는지 제 나름대로 더듬더듬 찾아보는 작업이었죠. 저는 [주인공] [욕망] [행동] [방해] 의 힘으로 이야기가 [시작]한다고 생각하고, [처음] [시작] [전개] [클라이막스] [결말] 의 과정을 통해 이야기가 완성된다고 생각합니다.
오늘 ‘신스텔러' 마지막 회를 통해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위와 같은 이야기의 구성 원리가 향하는 목표에 대한 것입니다. 그 목표를 정확하게 이해하면, 창작자가 떠올린 최초의 아이디어를 어떻게 이야기로 구성해야 하는지에 대한 대략적인 방향이 정해진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주인공은 반드시 변화해야 한다
조금 싱겁고 뻔하지만, 너무나도 중요한 이야기입니다. 이야기의 구성 원리는 주인공의 변화를 위해 존재합니다. 주인공의 변화를 명확하게 확인하기 위해서는 [처음]과 [결말] 단계에서의 주인공을 비교해 보면 됩니다. 둘 사이에 어떠한 차이가 있는지가 곧 주인공의 변화인 것이죠.
셰익스피어의 희곡 <햄릿>의 주인공 햄릿은, 노골적이고 극적으로 변화하는 주인공입니다. 일단 죽습니다. 연극이 시작할 때는 분명 살아있었는데, 연극이 끝날 때 죽어 있습니다. 아주 노골적인 변화죠. 또한 처음에는 복수의 대상이 누구인지도 몰랐는데, 끝날 때는 복수의 대상을 죽임으로써 자신의 욕망을 실현한 상태입니다. 아주 극적인 변화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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