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하는 악당
슈퍼 히어로물에서 빌런들은 종종 성장하기도 합니다. 여기서 성장한다는 것은, 히어로에게 패배한 빌런이 자기 행동을 반성하고 히어로의 편으로 돌아서거나, 그 가능성을 제시하는 경우를 의미합니다.
VOL.1에서 등장한 빌런들을 살펴보면, 로키를 제외하고는 성장하는 빌런이 없다고 볼 수 있겠죠. 빌런을 성장시키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운 일입니다. 슈퍼 히어로 서사에서 최우선으로 성장해야 할 캐릭터는 바로 히어로이고, 히어로는 빌런으로부터 적극적인 방해를 받으면서 성장하기 때문이죠. 빌런의 성장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빌런은 히어로의 적극적인 방해를 통해 성장해야 합니다. 그러니 한 작품에서 히어로와 빌런이 동시에 성장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MCU 페이즈 3부터는 성장하는 빌런들이 종종 등장합니다. 대표적으로는 <앤트맨과 와스프>의 빌런 ‘고스트’가 있겠네요. <스파이더맨 : 홈 커밍>의 ‘벌처’도 성장의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빌런이라 부르기는 어렵지만, <캡틴 아메리카 : 시빌 워>에서 처음 등장하는 ‘블랙 팬서' 역시 빌런의 임무를 수행하다가 성장합니다. 빌런의 성장은 과거 일본에서 유행했던 ‘전대물(=파워레인저)’의 이야기 구조와 유사한데요, 주인공과의 전투를 통해 회심(?)하여 동료가 되는 방식입니다. 만화 <원피스>의 밀집모자 해적단도 지금의 모습을 갖추기 전에 서로 피 터지게 싸우곤 했죠. (역시 애들은 싸우면서 큰다니까)
오늘 다룰 빌런들은 VOL.1의 악당들보다 더 복잡하고, 입체적이며, 그래서 더 매력적인 녀석들입니다. 오늘의 질문도 이전과 같습니다. 대중적으로 성공한 히어로 서사에서 빌런은 어떤 역할을 했을까요? 어떤 욕망을 가지고, 어떤 행동을 하며, 어떻게 주인공을 괴롭힐까요?
11. 어벤저스 : 에이지 오브 울트론
주인공은 어벤저스 군단이고, 빌런은 울트론입니다. 울트론은 토니 스타크와 브루스 배너가 만든 인공지능 로봇입니다. 물론 토니와 배너는 이 녀석이 빌런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죠. 울트론의 욕망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토니와 배너의 욕망을 이해해야 합니다.
이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장면은 아마도 첫 장면일 것입니다. 어벤저스 군단이 하이드라 기지를 습격하여 치타우리 셉터를 되찾는 장면이지요. 이 과정에서 하이드라가 만든 초능력자 완다를 만나는데요, 엄청 센 초능력과 함께 정신지배(?)의 능력까지 갖춘 완다는 어벤저스 멤버들에게 각기 다른 환각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토니 스타크는 그 환각 속에서 외계 군대가 지구를 멸망시키는 장면을 보게 되죠. 토니는 이 환각이 현실로 다가올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개발 중이던 울트론 프로그램에 치타우리 셉터의 힘을 이용합니다. 그리고 울트론이 탄생하죠.
울트론은 지구를 지키기는커녕, 우주의 평화를 위해서는 지구가 멸망해야 한다고 판단합니다. 그가 가진 초월적인 네트워크 능력으로 인류의 역사를 전부 뒤져본 결과가 그랬죠. (이와 비슷한 장면이 아주 오래된 sf 영화에도 나오는데요, 뤽 베송 감독의 <제5원소>입니다. 밀라 요보비치가 지구를 구할 제5 원소인데 인터넷에 접속해서 인류의 역사를 찾아보고는 무척 고통스러워하죠… ‘과연 지구는 구할 가치가 있는가?’ 클리셰라고 할까요) 아무튼 울트론은 이제 지구를 파괴해야 하고, 이를 수행하기 위해 새 몸도 바꾸고 소코비아를 하늘로 띄우는 등 별별 짓거리를 다 합니다. 물론 어벤저스 군단(특히 비전과 완다)에 의해 좌절되구요.
어벤져스의 빌런, 울트론
빌런 : 울트론
욕망 지구 파괴
방해 몸이 없음. 어벤저스, 특히 비전과 완다.
행동 몸 만들러(?) 한국에 옴(feat. 세빛둥둥섬..). 소코비아 땅을 하늘 높이 올려 떨어뜨리기.
공략법 엄청 똑똑한 해커(슈퍼 AI). 울트론 군대(=센트리) 이용.
결과 원래 자기 몸이었던 비전한테 얻어맞고, 원래 자기 편이었던 완다한테 얻어맞고, 우주 깡패 토르에게 망치로 크게 얻어맞고 파괴. (중요)소코비아에서 가족을 잃은 '헬무트'는 <캡틴 아메리카 : 시빌 워>의 빌런으로 등장.
12. 앤트맨
주인공은 ‘스콧 랭(=앤트맨)’이고, 빌런은 ‘대런 크로스(=옐로재킷)’입니다. 사실 <앤트맨>의 이야기 구조는 <아이언맨>과 무척 비슷합니다. 아버지(실제로 아버지는 아니지만)의 유산을 둘러싼 2세들의 갈등이죠. 천재 과학자 ‘행크 핌’은 크기와 질량을 조종할 수 있는 ‘핌 입자’를 발견하고, 이를 슈트에 적용해 앤트맨 슈트를 개발합니다. 과거 행크의 제자였던 크로스는 이를 이용해 무기를 만들고자 하고, 방해가 되는 행크를 회사에서 쫓아내죠. 결국 크로스는 핌 입자를 무기화한 옐로재킷 슈트를 개발하는데 성공하고, 이를 하이드라에 팔아넘기려 합니다. 이를 두고 볼 수 없는 행크는 전기공학 석사이자 정의로운 도둑 스콧을 섭외(?)하고, 그에게 앤트맨 슈트를 입혀 크로스를 막고자 합니다. (이렇게 쓰고 보니 마치 행크가 이 영화의 주인공인 것 같지만 아닙니다. 행크가 1대 앤트맨이긴 하지만요.) 자 이제 크로스는 옐로재킷을 통해 막대한 돈을 벌어들이려는 자신의 욕망에 맞서는 앤트맨과 행크의 방해를 맞이하게 되고, 앤트맨을 상대하기 위해 직접 옐로재킷 슈트를 입고 그야말로 아기자기한 대난투를 벌이게 됩니다.
앤트맨의 빌런, 옐로재킷
빌런 : 대런 크로스 = 옐로재킷
욕망 무기 팔아서 부자가 되자
방해 행크 핌(1대 앤트맨)과 스콧 랭(2대 앤트맨)
행동 옐로재킷 개발 후 하이드라에게 판매 시도. 직접 옐로재킷 슈트를 입고 앤트맨과 결투.
공략법 앤트맨 슈트보다 공격적인(레이저빔 장착) 옐로재킷 슈트. 앤트맨과의 전투를 대비하여 옐로재킷 슈트의 제어부에 티타늄 보강.
결과 죽음을 각오한 앤트맨이 양자 단위로 작아져서 옐로재킷 내부에 침투, 슈트를 망가뜨리는데 성공. 슈트 고장으로 소멸(한 줄 알았으나 양자 영역에 살아있다는 소문)
13. 캡틴 아메리카 : 시빌 워
주인공은 ‘스티브 로저스(=캡틴 아메리카)’, 빌런은 ‘헬무트 지모'입니다. 소코비아 특수부대 출신이라고는 하지만, 어벤저스에 비해서는 한없이 약한 신체 능력을 가진 인간입니다. 심지어 슈트도 없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헬무트는 어벤저스 사상 최고로 위험한 빌런의 자리를 차지합니다. 제목에서부터 알 수 있듯, 어벤저스의 내분을 조장함으로써 말이죠. 자기 욕망을 실현하는 유일한 빌런이라고도 할 수 있어요.
헬무트는 <어벤저스 : 에이지 오브 울트론>의 마지막 격전지, 소코비아의 생존자입니다. 그 사건으로 인해 가족들을 모두 잃었죠. 그의 아내는 어벤저스가 왔다며 안심했고, 그의 아들은 아이언맨이 창밖으로 날아간다며 좋아했습니다. 그러나 어벤저스가 소코비아를 울트론의 손아귀에서 구해내는 동안 헬무트의 아내와 아들, 그리고 아버지는 희생당했습니다. 헬무트는 어벤저스를 향한 복수를 다짐했고, 초능력도 슈트도 없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고민하기 시작합니다.
헬무트는 버키 반즈(=윈터 솔져)로 위장하여 와칸다의 국왕 트차카를 암살하고, 와칸다의 왕자 블랙 팬서를 포함한 전 세계가 윈터 솔져를 쫓게 만듭니다. 동시에 캡틴 아메리카는 윈터 솔져를 구하기 위해 움직일 것이라는 것도 계산했죠. 결국 어벤저스는 두 세력으로 나뉘어 갈등하게 되고, 토니와 스티브의 갈등이 깊어지게 됩니다. 헬무트는 여기에 결정타를 날리는데요, 윈터 솔져가 토니 스타크의 부모를 살해하는 장면이 담긴 영상을 공개하는 것이었죠. 분노에 찬 토니 스타크는 아이언맨 슈트를 입은 채 캡틴 아메리카와 윈터 솔져를 공격합니다. 셋은 밑바닥을 드러내며 싸우고, 결국 어벤저스는 완전히 분열하게 되죠.
헬무트는 MCU의 여느 다른 빌런들과는 차원이 다른 일들을 해냅니다. 외계 종족을 동원하지도 않고, 초능력을 발휘하지도 않고, 슈트를 입지도 않습니다. 그러나 어벤저스를 박살 내는 데 성공합니다. <캡틴 아메리카 : 시빌 워>는 사실상 주인공의 패배입니다. 히어로들이 분열한 나머지 빌런에게 패배하는 이야기지요. 히어로들은 헬무트의 존재조차 알아채지 못하고 자기들끼리 싸우기 바쁩니다. 오직 블랙 팬서만 아버지의 복수를 위해 윈터 솔져를 쫓다가 헬무트의 정체를 알아내고, 사과를 받아내고, 죽이는 대신 체포하죠. <캡틴 아메리카 : 시빌 워>에서 성장하는 사람은 오직 블랙 팬서뿐입니다.
캡틴 아메리카의 빌런, 헬무트 지모
빌런 : 헬무트 지모
욕망 어벤저스에 대한 복수
방해 물리적인 힘이 없음
행동 윈터 솔져로 위장하여 트차카 암살. 1991년 12월 16일 임무 보고서(윈터 솔져가 스타크 부부를 암살한 사건) 입수. 아이언맨,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를 한자리에 모아 암살 사건의 영상을 공개.
공략법 정보와 전략을 이용하여 어벤저스의 분열 조장.
결과 어벤저스 분열. 로드 대령 하반신 마비. 몇몇 멤버들 구속. 캡틴 아메리카 방패 버리고 아이언맨 개삐짐. 분열된 어벤저스는 이후 <어벤저스 : 인피니티 워>에서 너무 강력한 빌런 타노스의 등장으로 재결합.
14. 닥터 스트레인지
주인공은 ‘스티븐 스트레인지(=닥터 스트레인지)’이고, 빌런은 ‘캐실리우스’입니다. 아들과 아내를 잃은 캐실리우스는 그들을 살려낼 방법을 찾다가 에인션트 원을 만나게 되고, 결국 그의 제자가 됩니다. 마스터가 될 만큼 성장하지만, 죽은 가족을 살리는 방법은 알지 못한 캐실리우스는 에인션트 원에게 그 방법을 요구하지만 거절당하죠. 결국 캐실리우스는 카마르 타지 도서관에 잠입하여 칼리오스트로의 책 일부를 탈취하고, 이를 이용해 다크 디멘션(=도르마무도르마무거래를하러왔다)의 힘을 받아들이게 됩니다.
이후 타락한 캐실리우스는 죽음을 넘어 영생하기 위해 다크 디멘션과 도르마무의 힘을 확장시키려 합니다. 이를 위해 각지의 생텀을 파괴하고 마스터를 살해하죠. 그 과정 중에 닥터 스트레인지를 만납니다. 처음엔 에인션트 원의 위선을 고발하고 스트레인지를 자기 편으로 만들려고 하지만 실패하고, 결국 다크 디멘션을 (무려 홍콩에) 강림시키려 하죠. 그러나 닥터 스트레인지가 도르마무와의 (그 유명한) 거래에 성공하고, 캐실리우스는 도르마무에게 소환되어 다크 디멘션으로 끌려가 영원히 괴물로 살게 됩니다.
닥터 스트레인지의 빌런, 캐실리우스
빌런 : 캐실리우스
욕망 죽음을 극복하여 영원히 살자
방해 에인션트 원과 닥터 스트레인지
행동 칼리오스트로의 책 탈취. 다크 디멘션 받아들이고 도르마무의 추종자가 됨. 생텀 파괴 및 마스터 살해.
공략법 수준급 마법 구사 실력 + 다크 디멘션의 힘
결과 자신이 섬기던 도르마무가 닥터 스트레인지에게 제안(=협박) 당해 다크 디멘션으로 끌고 감
15.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2
주인공은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멤버들, 그중에서도 특히 ‘피터 퀼(=스타로드)’이고, 빌런은 그의 아버지 ‘에고'입니다. 에고 역시 다른 빌런들과는 차별화된 모습을 보여주는데요, 일단의 에고의 정체는 ‘셀레스티얼'이라고 불리는 일종의 ‘신(god)’입니다. (아주 오래전에 갑자기 태어나서 ‘빛'을 이용해 행성이 되었다는 내용을 봐서는 구약성서의 ‘야훼'가 떠오르기도 합니다.) 에고는 행성 그 자체이고, 커트 러셀이 연기하는 모습은 인간형 아바타일 뿐이죠. 그는 (아마도 외로워서? 할 일이 없어서?) 우주를 떠돌며 자신과 같은 존재를 찾으려 하지만 실패합니다. 어디에도 에고와 같은 존재는 없었죠.
결국 그는 온 우주에 자기의 씨앗(=진짜 씨앗)을 뿌리고, 동시에 아이를 낳을 수 있는 외계 종족들과 연애하며 자신의 유전적 씨앗을 뿌립니다. 수많은 에고 2세들(피터 퀼 포함)이 태어나고, 에고는 그들을 자신의 행성으로 불러 마주하지만, 자신의 유전자를 제대로 이은 자식은 없었습니다. 에고는 아무렇지도 않게 죽여버리고, 행성 구석에 그 유골들을 버려둡니다. 마침내 피터 퀼을 만난 에고는 그에게서 자신과 같은 유전자를 발견하고, 아들로 인정하죠. 그리고 함께 힘을 모아 온 우주에 뿌려놓은 씨앗(=진짜 씨앗)을 성장시켜 온 행성을 자기 자신과 동기화(?)하고, 피터 역시 자신과 같은 존재가 될 것을 제안합니다.
피터는 에고의 설득에 거의 넘어간 듯 보였으나, 어머니의 죽음에 에고의 책임이 있음을 깨닫고는 돌변하여 복수하기 시작합니다. 에고 입장에서는 오랜 준비가 한순간에 물거품이 되는 순간이죠. 에고는 당황하다가, 이내 정신을 차리고 피터 역시 이전의 자기 자식들처럼 아무렇지 않게 죽이려 합니다. 그러나 마음대로 되지 않고,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멤버들은 에고의 행성 중심부에 있는 코어를 파괴하면서 셀레스티얼이자 행성 그 자체인 에고를 박살 냅니다. (그루트 사랑해)
피터 퀄의 빌런, 에고
빌런 : 에고
욕망 온 우주의 행성을 나와 동기화시키자
방해 씨앗을 성장시킬 힘 부족. 에고와 다르지만 비슷한 존재(=피터 퀼) 필요.
행동 위기에 빠진 피터 일행을 구해주고 훌륭한 아버지인 척 연기하고 피터를 자기 욕망에 이용하려고 함
공략법 화려한 말빨과 연출력. 일이 틀어졌을 땐 셀레스티얼의 강력한 힘으로 제압하려 함.
결과 메레디스(=피터 엄마) 머리에 종양을 심었다고 자백(=말실수) 했다가 피터의 분노를 삼. 다른 자식에게 했듯 힘으로 제압하려 하지만, 가오갤 일행의 협공과 욘두의 희생으로 코어 파괴. 에고를 죽임으로써 피터 퀼의 셀레스티얼 능력은 사라짐.
16. 스파이더맨 : 홈 커밍
주인공은 ‘피터 파커(=스파이더맨)’이고, 빌런은 ‘에이드리언 툼스(=벌처)’입니다. 우여곡절 끝에 MCU에 합류한 스파이더맨의 첫 솔로 무비인데요, 이 작품의 빌런인 툼스 역시 기존의 빌런들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줍니다. 가장 특별한 것은 ‘생계형 빌런'이라는 것인데요, 말 그대로 ‘먹고살기 위해 이것저것 하다 보니 빌런이 되어버렸다’는 이야기입니다. 참 현실적인 빌런이에요.
툼스는 원래 폐기물 수거 업체를 운영하는 중소기업 사장님이었습니다. <어벤저스>의 뉴욕 사태 당시 치타우리의 습격으로 폐허가 된 뉴욕을 청소하고 있었죠. 그런데 토니 스타크가 밀어주는 회사 ‘대미지 컨트롤'이 나타나 관련된 업무를 빼앗고 쫓아냅니다. 툼스의 사업은 망하고 그의 동료들은 실업자가 될 위기에 놓이죠. 툼스는 동료들과 가족의 생계를 위해 그동안 모아놓은 잔해물들을 빼돌려 무기를 만들어 팔기 시작합니다. 그렇게 8년 동안 툼스와 동료들은 대미지 콘트롤의 물건을 훔쳐 되파는 방식으로 살아남았습니다. 누구도 실업자가 되지 않았고, 툼스의 가족 역시 평온하게 지낼 수 있었죠.
툼스는 범죄를 저지르되,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는 것을 최우선 가치로 내세웁니다. 어벤저스에게 들키면 당연히 끝장이고, 가족들에게 들켜서도 안되죠. 이를 위해서는 동료를 제거하기도 합니다. 그런 그의 앞에 스파이더맨이 나타나고, 뭔가 어설프지만 귀찮게 하는 스파이더맨은 툼스에게 가장 큰 방해로 성장하죠. 여러 사건들을 거쳐 스파이더맨의 정체를 알게 된 툼스는 멘붕에 빠지지만, (사실 피터 파커가 더 멘붕이겠죠. 좋아하는 여자애 아빠가 악당이라니!) 가족과 생계를 위해서 스파이더맨을 제거하기로 마음먹습니다. 물론 스파이더맨의 승리로 끝이 나죠.
스파이더맨의 빌런, 벌처
빌런 : 에이드리언 툼스 = 벌처
욕망 가족과 동료들의 생계를 유지해야 한다. 범죄를 저지르지만 누구에게도 들켜서는 안된다.
방해 스파이더맨, 피터 파커(=자기 딸과 썸 타는 남자애)
행동 외계 물질을 빼돌리거나 탈취하여 무기 제작 + 밀거래. 모든 행동을 가족들에게 비밀로 함. 이를 지키기 위해서는 동료를 제거하는 일도 불사한다. 윙 슈트 제작 및 착용.
공략법 애송이 피터 파커와 대비되는 중년 남성의 여유와 짬밥. 윙 슈트 착용으로 하늘을 날아다닐 수 있음. 힘과 경험으로 스파이더맨 제압.
결과 스파이더맨에게 제압당한 후 수감. 스파이더맨의 정체를 묻는 다른 악당에게 모른다며 거짓말. <스파이더맨 : 파 프롬 홈>에 재등장한다고 하는데, 빌런보다는 조력자로 등장할 가능성이 높지 않을까.
17. 토르 : 라그나로크
주인공은 ‘토르'이고, 빌런은 ‘헬라'입니다. 헬라는 오딘의 첫 번째 자식이자 유일한 딸입니다. 아버지를 따라 정복전쟁에 참여했고, 막강한 힘으로 아버지의 승리를 견인했죠. 그러나 토르의 출생 이후 오딘이 평화주의 노선을 걸으면서, 헬라는 아버지에게 반기를 들게 됩니다. 헬라의 반란은 실패했고, 헬에 유폐되었으며, 아스가르드의 역사에서 지워지고 말죠. 이후 탈출을 시도했으나 아스가르드의 발키리 군단과 오딘에 의해 제압됩니다. 이때 오딘은 자기 생명을 담보로 헬라를 봉인하였고, 오딘이 살아있는 동안 헬라는 세상에 나올 수 없게 되죠. 하지만 로키 덕분에(?) 지구에서 요양 생활을 하던 오딘이 죽음과 동시에 헬라의 봉인이 풀립니다. 헬라는 토르의 망치까지 한 손으로 박살 내는 괴력을 보이며 아스가르드의 지배자가 되죠.
헬라의 욕망은 자신의 정당한 권리, 즉 아버지가 빼앗아간 첫 자식으로서의 권리를 회복하는 일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자신보다 약하고 멍청하기까지 한 동생 토르를 제거해야 하죠. 헬라의 욕망은 영화 초반부에 비교적 손쉽게 달성됩니다. 토르와 로키를 우주 밑바닥으로 쫓아내고, 아스가르드에서 지워진 자신의 역사를 복원하죠. 그리고 다시 정복 전쟁을 일으키기 위한 준비를 합니다. 이를 방해하는 것은 우주 밑바닥에서 허우적대다 극적으로 살아돌아온 토르와 로키구요. 헬라는 막강한 힘으로 이들을 제압하려 하지만, 토르는 아스가르드를 멸망시켜서라도 헬라를 제압하려 합니다. 결국 헬라는 아스가르드와 함께 파괴되고, 토르와 로키를 비롯한 아스가르드 생존자들은 우주 난민이 되어 떠돌기 시작하네요.
토르의 빌런, 헬라
빌런 : 헬라
욕망 아스가르드의 여왕이 되어 다시 정복 전쟁을 일으키자
방해 오딘 & 토르 & 로키 + 기타 등등
행동 오딘의 죽음과 동시에 헬에서 탈출, 토르와 로키를 제압하고 아스가르드로 이동. 자신의 존재가 지워진 아스가르드의 역사 복원. 새로운 정복 전쟁 준비.
공략법 그냥 힘이 너무너무 셈. (각성한)토르도 로키도 헐크도 상대가 안 됨.
결과 로키가 부활시킨 수르트(아스가르드를 파괴할 힘을 가진 거대한 괴물)가 아스가르드를 파괴함으로써 헬라 역시 함께 소멸. 아스가르드가 사라졌으므로 살아남은 아스가르드인들은 우주 난민이 된다. <어벤저스 : 인피니티 워> 첫 장면으로 이어짐.
18. 블랙 팬서
주인공은 ‘트찰라(=블랙 팬서)’, 빌런은 ‘에릭 킬몽거(=은자다카, 에릭 스티븐스)’입니다. 에릭은 선대 왕 트차카의 동생 은조부 왕자의 아들, 그러니까 트차카의 조카이자 트찰라와는 사촌 형제 관계입니다. 왕위 계승과 관련된 이야기가 나오면 늘 그렇듯, 에릭의 아버지 이야기부터 시작해야겠죠. 에릭의 아버지인 은조부는 미국에 잠입하여 정보를 수집하던 중, 미국 사회에서 흑인들이 받는 처사에 분개합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와칸다의 기술력을 이용하여 흑인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하죠. 그러나 와칸다의 국왕이자 은조부의 형인 트차카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결국 은조부는 트차카의 뜻에 반해 와칸다의 비브라늄을 빼돌리고, 트차카는 이런 은조부를 체포하려다가 결국 죽이게 되죠. 은조부의 아들 에릭은 아버지의 유지를 그대로 이어받습니다. 와칸다의 비브라늄 무기와 기술력을 동원해 다른 국가들을 정복하고, 탄압받는 흑인들을 해방시키려는 것이죠. 이를 위해서는 와칸다의 왕이 되어야 하고, 왕위 계승권을 가진 에릭은 트찰라에게 결투를 신청하여 승리하죠. 에릭은 와칸다의 왕이 되어 정복 전쟁을 벌일 준비를 시작하고, 죽은 줄 알았던 트찰라가 그의 앞을 가로막습니다.
결국 마지막 전투에서 블랙 팬서에게 패배한 에릭은 MCU의 다른 빌런들과는 달리 의미 있는 죽음을 맞이합니다. 트찰라의 능력을 인정하고, 아버지의 말(“와칸다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이다")을 기억해내고, 치료를 거부하고 죽어갑니다. 노예가 되느니 자결을 택했던 자신의 선조들(과거 아프리카 흑인들)처럼 바다에 수장시켜달라는 유언을 남기죠. 이 장면 덕분에 에릭 킬몽거는 관객들의 마음에 오래도록 남는 빌런이 되었습니다.
블랙 팬서의 빌런, 에릭 킬몽거
빌런 : 에릭 킬몽거
욕망 와칸다 외 국가들에서 탄압받는 흑인 해방
방해 와칸다의 쇄국 정책(?). 선왕의 유지를 이은 트찰라(블랙 팬서)
행동 클로(와칸다의 적)를 살해하고, 그 시체를 이용해 와칸다에 입국. 왕위 계승권을 주장하며 트찰라와 결투. 왕이 되어 흑인 해방을 위한 전쟁 준비.
공략법 선왕의 실책(동생 살해)을 공개하여 트찰라의 마음을 흔든다. 하트 허브를 먹고, 황금 슈트를 입음으로써 블랙 팬서와 비슷한 수준의 전투력 확보.
결과 블랙 팬서에게 저지당하고 치명적인 부상 입음. 치료하면 살 수 있으나 치료 거부. 와칸다의 석양을 보며 (엄청 멋진)죽음 장면 연출. 에릭이 이렇게(멋지게) 죽음으로써 트찰라는 한 단계 더 성장한다. (이후 블랙 팬서 시리즈에서 꾸준히 흑인 문제를 언급할 수 있도록)
19. 어벤저스 : 인피니티 워
결국 여기까지 왔네요. MCU 역사상 가장 강력한 빌런 타노스입니다. 주인공은 어벤저스 군단이고, 빌런은 타노스죠. 사실 이 작품은 올해 개봉할 <어벤저스 : 엔드 게임>에서야 제대로 마무리될 예정이라 다루기 조심스러운 부분도 있습니다. 그러니 오늘은 타노스의 욕망과 행동 정도만 간단히 다루고 넘어갈게요.
타노스는 <어벤저스>시리즈,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시리즈, 그리고 <토르 : 라그나로크>에도 살짝살짝 등장하며 자신의 존재를 알려왔습니다. 그의 욕망은 매우 단순합니다. 온 우주의 생명체 중 절반을 없애는 것이죠. 과거 타이탄의 고향 행성에서 대격변이 일어났고, 과도한 인구로 인해 자원이 고갈되는 상황이 벌어집니다. 타노스는 인구의 절반을 무작위로 제거하여 위기를 벗어나자고 주장했지만, 동족들은 그를 추방하고 맙니다. 결국 행성은 멸망했고, 타노스는 이와 같은 일이 우주에 반복되지 않도록 온 우주의 생명체 중 절반을 없애려는 계획을 세우죠. 그는 이를 실현하기 위해 인피니티 스톤을 모으기 시작합니다. 인피니티 건틀렛에 인피니티 스톤을 장착하고, 손가락을 한번 튕기면 우주 생명체의 절반을 사라지게 할 수 있기 때문이죠.
타노스는 스스로도 강력하지만, 그 휘하에 더욱 강력한 군대를 거느리고 있습니다. 타노스 세력은 우주를 돌아다니며 인피니티 스톤을 수집하고, 그 과정 중에 어벤저스를 만나게 되죠. 타노스는 강력한 힘으로 어벤저스 멤버들을 좌절시키고 인피니티 스톤을 모읍니다. 파워 스톤은 잔다르를 침공해서 얻었고, 로키에게서는 스페이스 스톤을 얻어냅니다. 이후 부하들에게 ‘지구에 있는 인피니티 스톤들(마인드 스톤과 타임 스톤)을 가져오라고 지시하고, 자신은 노웨어로 향해 리얼리티 스톤을 확보하죠. 이후 사랑하는(진짜?) 수양딸 가모라를 희생시켜 소울 스톤을 얻어내고, 닥터 스트레인지에게서 타임 스톤까지 얻어냅니다. 이제 타노스는 지구로 향하고, 비전의 이마에 박혀있던 마인드 스톤까지 얻어냅니다. 그리고 로켓과 함께 새로운 망치(아니고 도끼)를 완성한 토르의 습격에 치명상을 입지만, (손가락 까딱할 힘은 남아있었기에) 손가락을 튕겨 온 우주의 생명체 중 절반(어벤저스 포함)을 소멸시키는 데 성공하죠.
이전 <신스텔러>에서 말씀드린 적 있지만, <어벤저스 : 인피니티 워>의 주인공은 사실상 타노스입니다. 형형색색 보석을 모으는 타노스의 스페이스 오페라라고 볼 수 있죠. 타노스는 어벤저스로부터 적극적인 방해를 받고, 시련과 고난을 거쳐 자기 욕망을 이뤄냅니다. <어벤저스 : 엔드 게임>에서는 다시 어벤저스 군단들이 주인공의 역할을 차지할지 궁금하네요.
어벤져스의 빌런, 타노스
빌런 : 타노스
욕망 우주의 생존을 위해 생명체 절반을 소멸시키려 한다
방해 어벤저스 군단. 수양딸(가모라)에 대한 사랑
행동 인피니티 스톤을 찾아 온 우주를 돌아다님. 방해되는 녀석들은 모두 죽인다.
공략법 그냥 세다. 육탄전으로 헐크 이김. 충성심이 넘치거나, 두려움이 넘치는 부하들 이용. 건틀렛에 인피니티 스톤을 장착할 때 마다 능력 추가.
결과 토르에게 치명상을 입었으나 손가락 튕기기를 성공적으로 시전하며 우주 생명체 절반 없애기 성공. <앤트맨과 와스프>의 쿠키 영상으로 이어지는데, 타노스의 손가락 튕기기로 인해 행크, 재닛, 호프가 소멸하면서 스콧은 양자 영역에 완전히 갇힘.
20. 앤트맨과 와스프
주인공은 ‘스캇 랭(=앤트맨)’과 ‘호프(=와스프)’이고, 빌런은 에이바(=고스트)입니다. 앞서 이야기했듯, 전대물의 싸우면서 친구되는 서사를 충실히 따르고 있는 빌런이죠. 에이바는 과거 행크의 동료였다가 쫓겨난 일라이어스의 딸인데요, 연구소에서 쫓겨난 아버지가 독자적으로 연구를 진행하다 벌어진 사고로 가족을 잃고 자신은 특별한 병을 앓게 됩니다. 다른 사람이나 물체와 제대로 접촉할 수 없고 그냥 통과해버리는데요, 이 과정에서 고통이 상당한 듯합니다. 쉴드는 이 능력을 매력적으로 여겨 에이바를 스파이로 키우지만, 쉴드가 해체되자 에이바는 갈 곳이 없어지죠.
결국 에이바는 스스로 자신의 병을 치료하기 위한 방법들을 찾다가, 축소된 스캇 일행의 (이동식) 연구실을 탈취합니다. 이 연구실에서 자신의 병을 치료할 단서를 찾기 위해서였죠. 주인공 일행들과의 갈등은 여기에서 시작됩니다. 에이바는 점점 죽어가고 있고, 스캇 일행은 재닛(=행크의 아내이자 호프의 엄마)를 양자 영역에서 데려오기 위해 연구실이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죠. 결국 고스트는 앤트맨과 와스프에 의해 패배하고, 양자 영역에서 돌아온 재닛은 고스트를 치료하기 시작합니다. 빌런으로 시작해서 동료로 합류하는 아주 훈훈한 이야기네요. 사실 영화를 보고 있으면 진짜 빌런은 FBI처럼 보입니다. (사람 귀찮게 하는 능력이 초능력 수준…)
앤트맨과 와스프의 빌런, 고스트
빌런 : 에이바 = 고스트
욕망 살고 싶다. 병을 고치고 싶다.
방해 병을 고치는 단서는 행크의 연구실에 있다. 앤트맨과 와스프는 재닛을 구하기 위해 연구실을 지켜야 한다.
행동 축소된 연구소 탈취
공략법 물질 통과 능력을 이용해 전투. 완벽한 은신. 쉴드에 의해 특수 훈련을 받았으므로 기본적인 전투 능력도 수준급.
결과 연구실 탈취는 앤트맨에 의해 저지당한다. 양자 영역에서 돌아온 재닛에 의해 치료 시작. 이후 앤트맨 일행의 동료가 된다.
이로써 현재(2019년 1월)까지 개봉한 MCU 슈퍼히어로 영화에 등장하는 모든 빌런들을 간단히 살펴봤습니다. 오늘 다룬 빌런들은 VOL.1에서 다뤘던 빌런들보다 더 복잡하고 입체적인 면모를 띄고 있네요. 타노스처럼 주인공급으로 활동하는 빌런도 등장했고, 고스트와 벌처처럼 빌런으로 등장해서 동료가 되거나 동료의 가능성을 보이는 빌런도 등장했습니다. 에릭 킬몽거처럼 멋진 죽음을 맞이하는 빌런도 등장했고, 헬무트 지모처럼 특별한 능력 하나 없이 주인공들을 박살 내는 빌런도 있었죠.
매력적인 빌런은 이야기를 더욱 재미있게 만듭니다. 이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에요. 최애 빌런을 꼽아보고, 그 빌런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생각해 보세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여러분이 직접 만드세요. 그 이야기를 안전가옥에 보내 주신다면 더없이 좋겠죠.
다음 이야기
글. Shin(김신) "저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2>의 빌런 ‘에고'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현실에도 ‘에고'처럼 과도한 자기애로 중무장한 빌런들이 돌아다니곤 하거든요... (코어를 파괴하고 싶다)"
편집. May(김미루) "여러분 빌런이 이렇게 소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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