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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이야기는 결국 '변화'에 대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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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의 목적
변화
지금까지 매거진 ‘신스텔러'를 통해 나누고자 한 것은 결국 ‘이야기의 구성 원리'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좋은 이야기가 어떤 원리로 구성되어 있는지 제 나름대로 더듬더듬 찾아보는 작업이었죠. 저는 [주인공] [욕망] [행동] [방해] 의 힘으로 이야기가 [시작]한다고 생각하고, [처음] [시작] [전개] [클라이막스] [결말] 의 과정을 통해 이야기가 완성된다고 생각합니다.
오늘 ‘신스텔러' 마지막 회를 통해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위와 같은 이야기의 구성 원리가 향하는 목표에 대한 것입니다. 그 목표를 정확하게 이해하면, 창작자가 떠올린 최초의 아이디어를 어떻게 이야기로 구성해야 하는지에 대한 대략적인 방향이 정해진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주인공은 반드시 변화해야 한다

조금 싱겁고 뻔하지만, 너무나도 중요한 이야기입니다. 이야기의 구성 원리는 주인공의 변화를 위해 존재합니다. 주인공의 변화를 명확하게 확인하기 위해서는 [처음]과 [결말] 단계에서의 주인공을 비교해 보면 됩니다. 둘 사이에 어떠한 차이가 있는지가 곧 주인공의 변화인 것이죠​.
셰익스피어의 희곡 <햄릿>의 주인공 햄릿은, 노골적이고 극적으로 변화하는 주인공입니다. 일단 죽습니다. 연극이 시작할 때는 분명 살아있었는데, 연극이 끝날 때 죽어 있습니다. 아주 노골적인 변화죠. 또한 처음에는 복수의 대상이 누구인지도 몰랐는데, 끝날 때는 복수의 대상을 죽임으로써 자신의 욕망을 실현한 상태입니다. 아주 극적인 변화죠.
[처음] ⑴ 햄릿은 살아 있다. ⑵ 아버지의 죽음이 석연치 않지만, 누구에게 그 책임이 있는지 알 수 없다.
[결말] ⑴ 햄릿은 죽었다. ⑵ 아버지 죽음의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 밝혀냈고, 복수에 성공했다.
<햄릿> 뿐 아니라 거의 모든 이야기에서 주인공의 변화를 찾을 수 있습니다.​
Ⅰ. 성장 서사에서의 주인공은 욕망하는 것을 얻지 못하는 한이 있더라도 반드시 성장합니다. 성장은 명백한 변화죠.
Ⅱ. 복수 서사에서의 주인공은 복수에 성공하거나, 실패합니다. 복수에 실패한 주인공은 죽거나 추방당할 것이고, 복수에 성공한 주인공은 자신의 본래 자리를 되찾겠죠. 역시 명백한 변화입니다.
Ⅲ. 미스터리 서사에서의 주인공은 진실을 밝혀냅니다. 진실을 모르던 상태에서 아는 상태로 변화하죠.
Ⅳ. 히어로 서사에서의 주인공은 빌런을 물리치고 지키고자 하는 것을 지켜냅니다. 일상으로 돌아온 히어로는 겉보기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어 보이지만, 빌런과의 대결을 통해 자신의 능력이나 내면이 성장합니다.
Ⅴ. 모험 서사에서의 주인공은 온갖 역경을 이겨내고 모험을 끝냅니다. 모험의 결과가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모험을 떠나기 이전과는 전혀 다른 사람이 되어 돌아오죠.
Ⅵ. 로맨스 서사에서의 주인공은 사랑을 얻거나 잃습니다. 아주 노골적인 변화를 겪죠.
Ⅶ. ...99번까지도 쓸 수 있을 겁니다...
이쯤 되면, ‘거의 모든 이야기에서 주인공의 변화하는 모습을 찾을 수 있다’ 정도가 아닌 것 같습니다. 네, 오늘 ‘신스텔러'의 제목처럼, 이야기는 결국 ‘변화'에 대한 것입니다. 주인공은 변화하고, 변화시킵니다. 어떤 서사에서는 주인공이 그가 속한 세계의 운명을 변화시키기도 합니다. 어쩌면 모든 서사와 장르의 규칙은 주인공의 변화를 위해 존재하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주인공의 변화를 유발하는 '사건'이라는 박스

출처: 위키피디아
위의 사진은 함수function를 상자에 비유한 그림입니다. 저는 이 간단한 그림이 이야기의 구성 원리와 놀랍도록 닮았다고 생각해요. 그림에서의 박스를 ‘사건'이라고 부르고, 그 박스에 주인공이 들어간다고(INPUT) 상상해 보세요. 박스를 거쳐서 나온 주인공(OUTPUT)은 들어갈 때와는 다른 모습으로 나오죠. 과연 박스 안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예를 들어, <해리 포터>와 같은 판타지 학원물을 만들고 싶다고 생각해 볼게요. 어떤 마법들이 등장할지, 어떤 학교(학원)가 등장할지 다양한 아이디어를 갖고 계시겠죠. 하지만 그것들을 결정하기에 앞서 반드시 해야 할 일은 위의 그림과 같은 구조를 만드는 일이에요. 주인공은 처음에 어떤 사람인가요? 그 주인공은 결말에서 어떤 사람이 되나요? 판타지 학원물이라면 성장 서사가 어울릴 거예요. 그렇다면 처음에 어땠던 주인공이, 박스를 통과하여 어떤 사람으로 성장하나요? 리더십과 카리스마를 갖춘 사람으로 성장시키고 싶다면, 박스에 들어가기 전의 주인공은 리더십과 카리스마가 없는 사람이어야겠죠. 공감 능력을 갖춘 사람으로 성장시키고 싶다면, 박스에 들어가기 전의 주인공은 공감 능력이 없는 사람이어야겠죠.

<스파이더맨 : 홈커밍> 피터 파커의 변화

최근 본 MCU 영화 중 제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는 <스파이더맨 : 홈커밍>이에요. 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마지막에 피터 파커가 토니 스타크의 제안을 거절하는 장면이 너무 좋았어요. 피터 파커의 성장이 명확하게 드러났기 때문이죠. 피터 파커는 이 영화에 드러난 일련의 사건들을 통해 성장했어요.
처음의 피터 파커는 그냥 혈기 왕성한 10대 초능력 소년이에요. 동네를 지키기보단 지구를 지키고 싶어 하고, 인간 수준을 초월한 범죄자를 잡고 싶어 하죠. 어벤저스가 되고 싶어 해요. 하지만 여러모로 미숙한 점이 많기에, 벌쳐 같은 빌런에게는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자신뿐 아니라 주변까지 위기로 몰아넣어요.
이런 피터 파커가 박스 속으로 들어갑니다. 토니 스타크에게 수트를 빼앗긴 채 빌런을 상대하게 되죠. 일련의 사건들을 거쳐 훌륭하게 빌런을 막아낸 피터 파커는 박스 바깥으로 나와요. 토니 스타크로부터 정식으로 어벤저스 합류 제안을 받죠. 하지만 피터는 이를 거절합니다. 그토록 원했던 어벤저스 합류였음에도 불구하고 말이죠.

“다정한 이웃 스파이더맨이 평범한 사람들을 도와야죠.”

세상에, 눈물이 날 뻔했다니까요. 박스를 통과한 피터 파커는, 어벤저스가 될 수 있는 능력을 증명함과 동시에 인간으로서도 한층 성장한 모습을 보여줘요. 놀라운 변화죠. <스파이더맨 : 홈커밍>은 피터 파커의 성장을 다룬 이야기고, 영웅이 되기에도 어른이 되기에도 부족했던 주인공이 변화하는 이야기에요.

이야기는 결국 ‘변화'에 대한 것이다.

감히 주장하건데, 모든 이야기는 ‘변화'에 대한 것이라고 생각해요. 어쩌면 우리의 삶이랑 많이 닮았어요. 우리는 매일매일 조금씩, 혹은 큰 폭으로 변화하잖아요. 살아있다는 조건 하에 말이죠. 오직 살아있는 존재만이 변화할 수 있어요. 이야기의 주인공은 (그가 인간이든 아니든) 살아있는 존재이고, 그렇기 반드시 변화해야 해요. 살아있는 존재는 좋든 싫든 욕망을 가지고 행동하게 되고, 때로는 방해하는 세력을 마주하게 되죠. 어쩔 수 없이 사건에 휘말리게 되고, 그 사건을 통과해야 해요. 사건을 통과한 존재는 반드시 변화하구요. 이야기의 주인공이든, 우리 자신이든 모두 마찬가지예요.
창작자는 이야기의 결말을 미리 정할 수 있어요. 그것은 해피 엔딩이냐 새드 엔딩이냐 하는 간단한 문제가 아니에요. 결말에서 주인공을 어떤 상태로 만드느냐의 문제에요. 성장한 주인공, 타락한 주인공, 승리한 주인공, 패배한 주인공, 살아남은 주인공, 죽은 주인공, 쟁취한 주인공, 잃은 주인공, 연인과 사귀기 시작한 주인공, 연인과 이별한 주인공… 무엇이든 괜찮아요. 창작자 마음대로 하세요. 다만 결말에서의 주인공을 결정했다면, 처음에서의 주인공은 그 변화를 겪기 이전의 상태로 만드세요.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예요. 처음에서의 주인공을 설정했다면, 결말에서는 그 주인공이 변화한 상태가 되도록 하세요. 두 가지 상태의 주인공을 박스 앞뒤에 두고, 박스 안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만드세요.
박스 안에서 벌어지는 일을 만드는 방법은, 지금까지의 ‘신스텔러’를 참고해 주세요.
그동안 신스텔러를 사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글. Shin(김신) "창작자 여러분들의 삶에 ‘신스텔러’가 작은 박스가 될 수 있다면 정말 영광일 거예요."
편집자. "창작과 퇴고의 고통이 모두 엿보이던 최종회였네요. 언젠가 '신스텔러' 시즌2가 나오길 바라며, Adió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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