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earch
🤝

트리트먼트 : 협업을 위한 선전포고

Tags
트리트먼트
<2018 가을 : 안전가옥 스토리 공모전> 심사와 결과 발표가 모두 끝났습니다. 특히 원천 스토리 공모전에는 트리트먼트 형식의 원고를 심사했는데요, 좋은 이야기가 많았습니다만 트리트먼트 작성에 어려움을 겪었을 법한 원고들이 많았습니다. 거의 소설의 완전원고 형태로 보내주신 분들도 있었죠. 아마도 트리트먼트에 대해 배울 수 있는 곳이 아직 부족해서 그런 것이라 생각합니다.​
사실 정확히 ‘트리트먼트란 이런 것이다!’라고 선언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입니다. 트리트먼트는 기본적으로 ‘효용성'을 전제로 하며, 협업을 위한 수단으로써 사용되는 문서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트리트먼트에 절대적인 형식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좋은 트리트먼트와 좋지 않은 트리트먼트를 구분할 수는 있습니다. 그 기준은 ‘팀 작업에 얼마나 도움이 되느냐'에 있습니다. 팀 작업이 낯선 분들에게는 트리트먼트라는 형식 자체가 어려울 수 있죠. 그래서 이번 신스텔러에서는 트리트먼트에 대해 이해하고, 이를 구성하는 기본적인 것들에 대해 다루려고 합니다.

트리트먼트 : 협업 대상을 향한 선전포고

트리트먼트를 어떻게 정의하는 것이 좋을까 오랜 시간 고민했습니다. 구체화된 시놉시스, 장면 구성안, 설계도, 지도 등 많은 비유를 통해 트리트먼트를 설명하고자 노력했죠. 최근에는 이야기의 ‘타임 테이블'이라는 비유가 가장 적절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타임 테이블'은 시간표입니다. ‘언제 어떤 일들이 벌어질 예정이니 당신은 그에 맞추어 준비하라'는 뜻이지요. 타임 테이블은 이를 확인하는 사람에게 모종의 행동(action)을 요구합니다. 수업 시간표를 확인하는 학생은 시간표대로 수업에 참여해야 합니다. 거대한 규모로 펼쳐지는 음악 페스티벌의 타임 테이블은 관객으로 하여금 언제 어느 무대에서 누구의 공연을 감상할 것인지 선택하도록 합니다. 그래서 저는 타임 테이블을 일종의 선전포고라고 생각합니다. 내가 어떤 행동을 할 것이라고 미리 알려주는 것이죠.
이야기의 트리트먼트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앞서 말씀드렸듯, 트리트먼트는 협업을 위한 문서입니다. 당신의 동료에게 미리 알려주는 것이죠. 나는 이러이러한 이야기를 저러저러하게 만들 계획이야. 그러니까 너는 무엇무엇을 준비했으면 좋겠어.

뮤지컬에서의 트리트먼트

저는 트리트먼트 작성법을 뮤지컬 대본 작업을 하며 훈련했습니다. 기본적으로 뮤지컬은 다른 분야의 전문가들이 긴밀하게 협업해야 하는 매체입니다. 대본을 쓰는 작가, 음악을 만드는 작곡가, 안무를 만드는 안무가가 협업해야 하죠.
그래서 작가는 트리트먼트를 먼저 작성합니다. 뮤지컬 트리트먼트에서는 각 장면별 줄거리가 들어가고, 작품 전체에서의 곡 구성이 들어갑니다. 어떤 장면에서 어떤 곡이 들어가는지. 누가 부르는지. 솔로곡인지 듀엣곡인지 삼중창인지 합창곡인지. 곡의 분위기는 어떤지. 빠른 곡인지 느린 곡인지… 이런 것들을 트리트먼트에 넣고 나면, 작곡가와 안무가는 자신의 작업을 진행할 수 있게 됩니다.
작곡가는 대략적인 곡의 분위기와 구성, 멜로디 등을 만들 수 있습니다. 안무가는 몇 명의 배우가 어떤 식으로 공간을 채울 것인지 고민할 수 있습니다. 음악이 나온 이후로는 구체적인 안무를 만들 수 있겠죠. 작곡가와 안무가가 대략적인 스케치 작업을 하는 동안, 작가는 대본을 집필할 수 있습니다. 세 명의 예술가가 동시에 한 작품을 만들 수 있는 것이지요.
게다가 수정 작업이 무척 용이합니다. 대본과 음악과 안무가 디테일하게 짜인 상황에서 어느 부분을 수정하기란 무척 번거롭고 귀찮은 일입니다. 하지만 트리트먼트 단계에서라면 서로 부담 없이 수정을 진행할 수 있지요.
이는 트리트먼트의 선전포고 기능과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작가가 트리트먼트를 통해 ‘이 작품은 이러이러하게 쓰일 것이다!’라고 선전포고를 하게 되면, 작곡가와 안무가는 그에 맞추어서 자신의 작업을 진행할 수 있습니다. 혹은 반대로 작가가 가고자 하는 방향이 자신의 생각과 다르다고 지적할 수도 있지요. 너의 선전포고를 보니 너는 이 작품을 A라고 생각했네? 나는 B라고 생각했는데. 과연 어느 방향이 맞을까? 이런 건강한 논의를 진행할 수 있습니다.

안전가옥은 왜 트리트먼트를 좋아할까?

안전가옥과의 협업을 위해 트리트먼트를 작성하는 이유도 위와 같습니다. 안전가옥은 여러분과 협업할 대상입니다. 그리고 여러분은 안전가옥에게 자신이 어떤 이야기를 만들 것인지에 대해 알려줘야 하죠. 이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 트리트먼트입니다. 여러분이 완성된 소설을 응모하는 순간, 안전가옥이 할 수 있는 선택은 두 가지뿐입니다. 그것을 출판하거나, 출판하지 않거나.
하지만 잘 구성된 트리트먼트를 만난다면 함께 고민할 여지가 생깁니다. 이것이 안전가옥이 <원천 스토리 공모전>에서 트리트먼트 형식을 고집하는 이유입니다. 함께, 더 좋은 이야기를 만들고 싶으니까요.
트리트먼트? = 협업을 위한 = 쉽게 공유할 수 있는 = 의견을 나눌 수 있는 = 수정할 수 있는

<원천 스토리 공모전> 협업의 대상은 스토리 PD

안전가옥은 좋은 이야기를 만드는 방법으로 ‘프로듀서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창작자와 안전가옥의 스토리 PD가 협업하여 더 좋은 이야기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죠. 공모전에 응모하시는 여러분은 협업의 대상으로 안전가옥 스토리 PD를 생각하셔야 합니다.
안전가옥의 스토리 PD는 공모전의 심사위원이자, 당선작을 함께 개발할 사람입니다. 일단은 작곡가도 안무가도 아니니까, 뭔가 다른 행동(action)을 요구할 필요는 없습니다. 앞서 트리트먼트는 ‘효용성'에 중점을 두고 만들어진다고 했죠. <원천 스토리 공모전>에서의 트리트먼트는, 안전가옥의 심사위원들로 하여금 여러분의 이야기를 쉽고 정확하게 이해하는 것이 목적이 되어야 합니다. 창작자와 스토리 PD가 서로 하나의 기준을 공유하는 것, 그 기준이 되는 것이 트리트먼트입니다.
<원천 스토리 공모전>에서는 응모작의 문학적 완성도를 평가하지 않습니다. 아름다운 문장이나 묘사, 기가 막힌(?) 대사를 평가의 대상으로 삼지 않습니다. 이야기가 어떻게 발전할 수 있고, 어떤 형태로 완성될 수 있을지를 상상하고 평가합니다. 다시 한번 ‘타임 테이블'을 떠올려 봅시다. 누구도 ‘타임 테이블'을 보고 감동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누구나 이해할 수 있도록 직관적이고, 대중 친화적으로 만들어진 것이 ‘타임 테이블'입니다. 이를 달성할 수 있다면 좋은 트리트먼트라 부를 수 있습니다.

트리트먼트 작성 팁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트리트먼트는 협업을 위한 문서이며 절대적인 양식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위의 내용만 가지고는 ‘그래서 도대체 어떻게 쓰란 거야'라는 성토가 쏟아질 것 같아 몇 가지 팁을 공유합니다. 강조하건대, 이는 트리트먼트의 절대적인 양식이 아니며, 안전가옥 <원천 스토리 공모전>에서 ‘권장'하는 방식이라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1. 준비 단계 :  [기획 의도] - [로그라인] - [배경 소개] - [시놉시스] - [등장인물 소개]

준비 단계는 여러분이 준비한 이야기를 이해하기 위해 미리 알고 있어야 할 최소한의 정보들을 의미합니다. 나아가 여러분의 이야기가 ‘대략 어떤 느낌인지'알려주는 역할도 합니다.

[기획 의도]

여러분이 이야기에 담고자 했던 메시지를 전달하면 됩니다. 길지 않게 두세 문장 정도로 써주시면 좋습니다.
트리트먼트란 무엇일까? 공모전 응모자들에게 트리트먼트 작성법을 쉽게 전달하고자 하는 안전가옥 스토리 PD. 그의 고군분투기를 통해 아직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지지 않은 ‘트리트먼트'에 대한 창작자들의 관심을 유도하고자 한다.

[로그라인]

여러분이 만들고자 하는 이야기를 한 줄 정도로 아주 간단하게 요약합니다. 주인공의 욕망, 행동, 방해를 중심으로 한 문장을 만들면 좋습니다.
트리트먼트의 대중화를 위해 노력하는 안전가옥 스토리 PD 김신의 눈물겨운 고군분투기.

[배경 소개]

독특한 배경이나 설정을 가진 이야기의 경우 반드시 이 항목이 필요합니다. 과거나 미래를 배경으로 한다든지, 우주를 배경으로 한다든지, 판타지의 세계를 다룬다든지 하는 경우 말이죠. 우리 모두가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동시대의 일상을 배경으로 한다면 굳이 작성할 필요가 없습니다. 너무 길고 장황하게 설명하지 마세요. 이야기를 읽기도 전에 지칠 수 있거든요. 500자~1000자 정도라면 적당할 것 같습니다.

[시놉시스]

말 그대로 시놉시스입니다. 여러분들이 만들 이야기의 대략적인 줄거리를 1000자 내외로 적으면 좋습니다. 위에 예시로 든 로그라인에서 고군분투기를 조금 상세히 풀면 좋겠네요.

[등장인물 소개]

역시 말 그대로 등장인물을 소개합니다. 주인공을 비롯하여 굵직한 역할을 하는 인물들 위주로 소개하는 것이 좋습니다. 등장인물의 모든 것을 설명하려 하지 마세요. 간단한 개인 정보와, 인물이 이야기 속에서 가지는 욕망을 중심으로 써주시면 좋습니다.
김신. 남성. 34세. 안전가옥 스토리 PD 신스텔러 특별편을 통해 공모전 응모자들에게 트리트먼트에 대해 설명하고자 한다. 말하는 것보다 글 쓰는 것이 어렵다.

2. 이야기 단계 : [장면 구성 목차] - [장면별 줄거리] - [장면별 특이사항]

본격적으로 여러분이 만들 이야기를 보여주는 장면입니다. 준비 단계에서 설명한 내용들은 과감히 생략해 주셔도 됩니다. 어떤 사건이 벌어지는지, 어떤 갈등이 드러나는지, 인물들이 어떤 변화를 겪게 되는지를 중점적으로 써주시면 됩니다. 트리트먼트 전체에서 가장 많은 분량을 차지하는 단계죠.
장면별로(혹은 창작자 나름의 기준에 따라) 이야기를 나눠주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각 챕터마다 소제목을 붙여주는 것이 좋아요. 너무 멋진 소제목을 만들어내려고 하지 마세요. 그냥 그 장면을 한 문장이나 한 구절로 요약하시면 됩니다.

[장면 구성 목차]

장면별로 나눈 이야기의 소제목들을 순서대로 적어주세요. 만약 각 장면의 줄거리를 요약해서 소제목을 만드셨다면, 이 목차만 보더라도 이야기의 전체를 대략적으로 확인할 수 있을 거예요.

[장면별 줄거리]

소제목으로 나눈 장면의 줄거리를 적습니다. 인물, 사건, 갈등을 중심으로 적어주세요. 독특한 캐릭터 설정이나 복잡한 세계를 배경으로 한다면, 이 역시 사건을 통해 설명해주세요. 세계에 대한 묘사, 인물의 내면에 대한 묘사는 최소화하는 것이 좋습니다. 오직 이야기를 쉽고 간결하게 전달하는 데에 집중해주세요.

[장면별 특이사항]

줄거리만으로는 이 장면에 대한 설명이 부족할 때, 장면별 줄거리 말미에 간단하게 적어주세요. 화려한 액션이 묘사된다거나, 다소 잔혹하게 표현할 장면이라거나, 혹은 특정한 정보가 아직 독자에게 전달되지는 않는다거나 하는 것들 말이에요. 줄거리로는 표현할 수 없는 이 장면의 기능적 요소들을 적어주시면 좋습니다.
ex) 카 체이싱 장면이 묵직하게 펼쳐져야 한다. 살해 장면이 다소 잔혹하게 묘사되어야 한다. 장면을 본 독자들은 이 세계의 법칙에 대해 이해해야 한다.

3. 보충 단계 : [레퍼런스 소개] - [요청 사항]

이야기 단계에서 여러분이 만들고자 하는 이야기의 줄거리는 모두 전달했습니다. 보충 단계에서는 줄거리만으로는 전달하지 못했던 것들을 협업 대상자, 즉 안전가옥의 심사위원들에게 말 그대로 보충 설명하는 단계입니다.

[레퍼런스 소개]

이야기를 만들면서 레퍼런스로 삼았던 다른 이야기들을 적어주시면 됩니다. 소설 만화 영화 드라마 등 어떠한 형태든 상관없습니다. 왜, 어떻게 그 레퍼런스를 이용했는지 반드시 적어 주세요. 아이디어를 떠올리는 데에 이용했는지, 혹은 완성된 형태를 상상하는 데에 이용했는지 같은 것들 말이에요. 레퍼런스를 언급할 때에는 협업자가 그 작품을 쉽게 찾아볼 수 있게끔 제목과 저자를 포함하여 상세한 정보를 적어주시면 좋습니다.

[요청 사항]

이야기를 완성함에 있어서, 안전가옥과 어떤 부분을 함께 해결해 나갔으면 하는지에 대해 적어주시면 됩니다. 트리트먼트를 만들면서 문제가 있었다면, 그 문제를 솔직히 적어주셔도 됩니다. 본인이 어느 부분에 강점이 있고, 어느 부분에 약점이 있는지 적어주셔도 되고요. <원천 스토리 공모전>은 결국 안전가옥과의 협업을 전제로 하고 있기 때문에, 협업 과정에서 어떤 부분을 해결하고 보충해 나갈 수 있을지에 대해 적어주셔도 됩니다.

더 좋은 이야기를 만들기 위하여

다른 자리에서도 여러 번 말씀드렸지만, 안전가옥은 창작자가 홀로 외로운 상황에 지속적으로 놓이게 되는 것을 경계합니다. 그래서 창작자가 의지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었고, 이를 작품 개발 프로세스라 부르죠. 이 프로그램의 핵심은 ‘프로듀서 시스템’이며, 안전가옥의 스토리PD들이 프로듀서의 역할을 수행합니다. 결국 프로듀서와 창작자의 협업 형태가 만들어지고, 원만한 협업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바로 트리트먼트입니다.​
안전가옥은 개인의 천재성보다 안정된 시스템을 믿습니다. 창작자와 프로듀서 간의 협업이 더 좋은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을 거라 믿습니다. 그래서 트리트먼트를 소중히 생각하고, 좋은 트리트먼트를 만드는 데에 온 힘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오늘 나눈 이야기를 바탕으로 여러 자리에서 트리트먼트를 통한 협업이 많아지길 바랍니다. 이야기 창작에서의 협업이 더 편안해지기를 바랍니다.
다음 이야기
글. Shin(김신) "검색창에 ‘트리트먼트'를 검색하시면 그 뭐냐 머리 감을 때 쓰는 것들이 제일 많이 나온답니다."
편집. May(김미루) "헤어 트리트먼트 X, 협업 트리트먼트 O 트리트먼트 참 잘하는 집, 안전가옥"
안전가옥과 사전협의 없이 본 콘텐츠(글, 이미지)의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