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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니다

분류
파트너멤버
작성자
시아란
1.
초고가 6월중에 마무리될 것이라는 예측은 어리석었습니다. 오늘은 7월 6일이고, 저는 역병의 한가운데에서 끝나지 않는 원고와 싸우는 걸로 모자라 기괴한 사회적 불의들의 습격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정신력은 바닥났고, 새로운 소재가 없습니다.
금월 월간 안전가옥은 휴재하고 싶습니다.
2.
그래도 그냥 날로 먹고 쉴 수는 없죠. 지난 달에도 코멘트했지만, 대략 1년분의 월간 안전가옥이 쌓였습니다. 지나간 호수들에 대한 A/S로 이번 달을 넘겨 볼까 합니다. 한 해에 두 번은 못 쓸 치트키네요. 오늘 쓰겠습니다.
2019년 4월, 생활코딩 - 결국 집 안에서 작업 모드를 전환시키는 것은 실패했습니다. 신뢰할 수 있는 수준의 작업 모드 스위치란 시간을 정해 놓고 카페에 나가는 것 정도였네요.
2019년 5월, 관문사고 - 알면서도 당할 수밖에 없는 재난 같은 것들이 있습니다. 저는 현재 ‘초고를 다 쓰기만 하면’ 이라는 관문사고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이렇게라도 심리적 추진력을 얻어야 할 순간들이 있는 법입니다. 적어도 모르고 당하는 것보다는 낫겠죠.
2019년 6월, 도서전 - 2020 서울국제도서전 오프라인 행사는 코로나19 여파로 취소되었습니다. 속상하기 이를 데 없어요. 지금도 2019년의 성심당 빵 향기가 떠오르는데.
2019년 7월, 커피에 대한 과민반응 - 올 여름 수제 냉커피 제조를 재개하고 또 불편한 신체 반응을 겪었습니다. 커피 분량을 늘리기 위해 너무 진하게 과잉 추출한 것이 문제였던 것 같아요. 유효 성분이 다 우러나온 뒤에는 좋지 않은 성분들이 섞여 있었을지도 모르겠네요. 원두를 한 번 이상은 우리지 않고, 커피에 물을 타게 되면서 나아졌습니다.
2019년 8월, 에이드 - 여전히 좋아합니다. 레모네이드 만세.
2019년 9월, 괴담 적폐 청산 - 괴담 속 적폐씩이나 고민할 수 있으면 차라리 다행이다 싶습니다. 괴담을 만드는 온갖 공포의 소재는 결국 현실의 끔찍한 관념들을 프리즘에 비춘 것에 불과합니다. 괴담 속의 가장 불합리한 부분들이 어디서 솟아났을지는 자명합니다.
2019년 10월, 독초 - 오늘 같은 날은 매운 음식을 먹고 엉엉 울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했습니다.
2019년 11월, 겨울왕국 2 - 이 영화를 본 게 고작 반 년 전이라니 믿을 수가 없네요.
2019년 12월, 나이브스 아웃 - 이 영화를 본 게 고작 반 년 전이라니 정말로 믿을 수가 없네요!
2020년 1월, <교차로> - 지금도 출퇴근길 전철에서 이 노래를 종종 들어요.
2020년 2월, 궤도 애호 - 따뜻한 봄에도 따분한 일상은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세상의 온갖 궤도가 다 빗나가고 있는 암담한 광경을 하루하루 맞이하고 있네요. 사회와 세상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고 싶습니다. 코로나19의 빠른 종식을, 그게 안 된다면 뉴 노멀의 궤도가 어서 안착하기라도 바라게 됩니다. 그리고 모든 사람들이 궤도에서 쫓겨나지 않도록 붙잡아 줄,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우리에게 주세요.
2020년 3월, 연금술 - 해당 게임은 원만히 클리어했습니다. 모든 고난도 문제에 달려들지는 못했는데, 첫째로는 레딧에 이미 전 세계 사람들이 최적의 해법을 잔뜩 공유해 놓은 것에 김이 빠졌기 때문이고, 둘째로는 슬슬 얻는 재미에 비해 정신력 소모가 너무 커졌기 때문입니다. 정신력은 원고 작업의 소중한 자원이 됩니다. 낭비하면 안 되겠죠.
2020년 4월, 적독 - 엄청나게 빛나는 책들이 더 많이 쌓였고 금주에도 소중한 책이 여러 권 더 옵니다.
2020년 5월, 9부능선 - 초고가 6월중에 마무리될 것이라는 예측은 어리석었습니다. 오늘은 7월 6일이고, 저는 역병의 한가운데에서 끝없는 원고와 싸우는 걸로 모자라 기괴한 사회적 불의들의 습격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4.
애프터서비스랍시고, 지금까지 발행해 온 쪽글들을 쭉 리뷰해 보았습니다. 턱없이 길고도 너무 순식간에 지나간 1년이었네요. 적어도 참 치열하게 살았습니다. 지금은 더 이상 안 하는 고민을 여전히 했었고, 지금 하는 고민을 아직 만나기 전이었죠.
좀 더 시간이 지나서 돌아보았을 때 빛나는 시간이 되었기를 간곡히 바랍니다.

월간 안전가옥 한 달에 한 번, 안전가옥 멤버들이 이 달의 생각을 이야기합니다.

파트너 멤버 시아란
"다음 달에는 좀 고삐 풀고 즐거워하는 월간 안전가옥을 보내드리고 싶은, 시아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