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30일. 2020년 상반기의 마지막 날, 초고를 다 썼다. 정말 길고 긴 시간이었다.
계약을 한 날 교통사고를 당했다. 대박 날 징조라며 웃어넘겼지만, 트리트먼트를 고치고 또 고치는 동안 불안했다. 이게 재미있을까? 괜찮을까? 머리를 싸매고 몇 번이나 고쳤던 트리트먼트는 파기되었고, 새로 시작해야만 했다.
트리트먼트가 통과되고, 원고를 쓰자는 말을 들었다. 얼떨떨했다. 더 많이 고치고 또 고쳐야할 것 같은데 원고에 들어가라니. 더 해봤자 소용없으니까 여기서 그만 하는 걸까? 그런 생각에 힘들기도 했다.
글을 쓰는 건 즐겁고 괴로웠다. 다른 사람들처럼 재치 있고, 즐거우며, 아이디어가 번쩍거리고, 여운이 남고, 독자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글을 나는 왜 쓰지 못하지? 하는 생각이 불쑥불쑥 들었다. 그런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떠나지 않았으나, 내가 쓸 수 있는 건 내가 쓰는 글뿐이었다.
나는 내 글이 좋다. 이런저런 부족한 면이 너무나 크게 보여 괴로워지는 것과는 별개로, 내 글이 좋고 재밌다. 더 좋은 글, 재밌는 글에 대한 바람대로 써지는 건 아니지만 정말 내 글이 좋다.
그러나 이런 글을 나 말고 누가 좋아할까. 이런 생각에 자신감이 없어지는 것도 사실이었다. 아주 가끔은 계약을 파기하고 도망치는 상상도 했다. 내 글은 처음에 반짝했을 뿐, 쓰면 쓸수록 아래로 가라앉고 있다. 우연히, 운 좋게 당선됐을 뿐 그걸 장편소설로 풀어내는 능력은 내게 없던 건지도 모른다. 전보다 못하다는 말이 날 계속 괴롭혔다. 스스로를 좀먹는 생각이라는 건 알았지만, 내가 통제할 수 없었다.
기분은 오르락내리락했지만, 글을 썼다. 재미가 없더라도, 문장이 이상하더라도, 개연성이 맞지 않더라도…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것뿐이었다. 하루는 100자, 하루는 2000자. 한 글자도 쓰지 못한 날도 많았다. 나는 왜 이렇게 게으를까, 나태할까, 열정이 없을까. 잠을 줄여서라도 글을 쓰지 않는 걸까. 새벽에 잠이 안 오면 글이라도 쓰지 왜 감기지 않는 눈을 애써 감고 있는 걸까. 스스로가 한심했다.
괴롭고 무섭더라도 글을 쓰고 싶었다. 일하면서 틈틈이 쓰고 퇴근 후에 커피를 마시며 글을 썼다. 손이 느려서 혹은 게을러서 글을 쓰는데 아주 오래 걸릴까 걱정했다. 다행히 꼭 지키자고 했던 6월 30일에 초고를 끝내기까지 했으니, 나 자신에게 칭찬을 하고 싶다.
이제는 퇴고가 남았다. 퇴고하는 내내 또다시 괴로움에 빠지겠지만,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건 나는 내 글이 좋다는 것이다.
부디 내 글을 좋아하는 다른 분들이 많기를 바라며, 열심히 퇴고해야겠다.
아무튼, 초고 끝!
월간 안전가옥 한 달에 한 번, 안전가옥 멤버들이 이 달의 생각을 이야기합니다.
파트너 멤버 김청귤
“초고를 다 쓸 때는 실감이 안 났는데, 월간 안전가옥을 쓰면서 눈물이 나올 뻔했어요. 제가 초고를 쓰긴 썼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