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가옥에서 근 6개월을 함께 작업한 소설이다. 축 졸업! 처음으로 트리트먼트를 붙잡고 만들어간 이야기가 무사히 완성되어서 정말 기뻤다. 그동안 함께한 신 피디님. 감사합니다. 가끔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들어주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
책이 나오면 늘 물가에 아이 내어놓은 기분이 든다.
예전에는 이 불안감이 아주 심했다. 처음 계약 이야기가 오고갔던 출판사에서 가스라이팅을 꽤 세게 당한 탓이다. 글이 아니라 그림 작업이었는데, 결국 계약은 하지 않았다. 그리고 나는 그 뒤로 아주 긴 시간동안 그림을 그리지 않았다. 글도 쓰지 못했다. 창작을 하지 않으리라 생각했다.
그곳에서는 내게 계속해서 말했다. 신인 작가의 책을 내는 것이 얼마나 리스크가 큰지 아냐고. 이 책의 초판이 다 안 팔리면 그 피해를 고스란히 출판사가 떠안게 된다고. 그러다 망할지도 모른다고. 그럼 다 네 책임이라고. 그러니 계약금을 줄이고, 대신 그 줄인 금액을 홍보비에 쓰겠다고. 어릴 적에 경제적 파산을 경험했던 나는 그 ‘망한다’는 말이 너무 무서웠다. 나 때문에 누군가가 망하다니. 끔찍한 이야기. 그래서 나는 그곳에서 요구하는 모든 것을 수용했다. 그러다 매절 이야기까지 나왔고, 나는 그 곳과의 계약을 포기했다.
지금은 안다. 그 출판사가 이상한 곳이라는 걸. 그럼에도 그 때의 불안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불안이 많이 가라앉은 건 그 뒤로 다른 출판사의 편집자님이 “안 망해요! 신인 작가 책 한 권 못 팔았다고 망하면 그 출판사가 이상하지. 애당초 책 파는 건 출판사 몫이지, 작가한테 떠넘길 일이 아니라고요.” 라고 말해주었기 때문이었다.
빙 돌아 다시 창작을 하고 있다.
안전가옥과 함께한 작업은 안정감이 있어서 좋았다. 작업을 할 때 불안하지 않는 것, 이 이상의 조건이 있을까 싶다. 작업을 할 때의 ‘좋은 사람들’ 이란 결국 서로의 불안을 최소화 시키는 상대가 아닐까 싶다.
이 글을 마지막으로 월간 안전가옥을 떠난다. [선샤인의 완벽한 죽음] 에 대해 써야지!! 라고 생각했는데 그동안 틈만 나면 이곳에 초고부터 퇴고 상황까지 실시간 보고를 하다 보니 정작 마지막인 지금, 쓸 말이 별로 없다. 설정 에피소드도 책 후기에 다 써버렸고. 설정 에피소드가 궁금하신 분은 책을 봐 주세요, 라고 막간 광고를 해 볼 뿐이다.
언젠가 다시 돌아올 수 있기를. 안전가옥과 또 다른 작업을 함께 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그러니 불안의 석탑을 한 칸이라도 낮추기 위해 노력해 보련다.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
월간 안전가옥 한 달에 한 번, 안전가옥 멤버들이 이 달의 생각을 이야기합니다.
파트너 멤버 범유진
"[선샤인의 완벽한 죽음]을 구입해 주시면 석탑 제거에 큰 도움이 됩니다.(꾸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