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팀은 왜 이렇게 할인을 자주 하는 걸까? 남들은 올해 어떻게 살았나 생각하고 정리한다는데, 크리스마스다, 연말이다 하며 스팀에서 할인을 하길래 고민하다가 게임을 샀다.
지인의 추천을 받아 폴아웃 뉴베가스를 시작했는데, 무려 10년 전 게임이었다. 게임을 깔고, 실행하고, 총으로 적을 쐈을 때…너무 깜짝 놀랐다. 사람이 산! 산! 조! 각! 이 났다!!! 총을 쐈는데 팔이 날아가고 다리가 날아가고 절단 부위가 빨개! 이게…이게 뭐지? 떨리는 마음을 부여잡고 인터넷으로 검색해보니 청소년 불가 게임이었다. 이렇게 잔인한 게임인 줄 상상도 못했다.
내가 알고 있는 단편적인 정보는 핵전쟁이 일어난 후 볼트라는 쉘터에 살던 사람이 지상으로 나와 모험을 한다는 것이었다. 모험을 이렇게 무섭고 살벌하게 할 줄은 몰랐지…….
동생을 불러 옆에 두었다. 혼자 하기에는 무서웠기 때문에 의지할 사람이 필요했다. 동생은 어이없어 하면서도 나를 불쌍히 여겨 옆에서 핸드폰을 하거나 책을 읽으며 내 비명소리를 들어주었다. 하는 방법을 모르면 검색해 알려주기도 했다. 인간 토템이자 인간 백과사전이었다.
그런데 내가 게임을 못해도 너무 못했다. 현실에서 방향치인 사람은 게임에서도 방향치다. 지도도 볼 줄 모르고 뱅글뱅글 30분이 넘도록 헤맨 게 몇 번인지 모른다. 옆에 있는 동생도 속 터지고 나도 속 터지고. 하루는 길만 찾다가 게임을 끝낸 적도 있었다. 총도 너무 못 쏜다. 겁은 많아서 탕탕탕 계속 쏘는데 안 맞는다. 총알은 파밍하거나 상점에서 사야 하는데 돈은 없고…. 이 때 게임 못 하는 사람이 즐겁게 하는 방법이 등장한다.
바로 치트다!
폴아웃 뉴베가스를 시작했을 때는 돈만 쳤다. 캡 99999. 게임 하는 내내 넉넉할 거라고 생각했지만, 내가 해도 너무 못했다. 비싼 무기를 사고 총알은 보이는 족족 사고, 스팀팩을 비롯한 회복 아이템을 다 샀다. 무거워서 못 달리니까 언젠가 쓰겠지 하고 모셔뒀던 장비들을 되팔고, 버리며 모험을 했다.
돈이 해결되니 또 다른 문제가 발생했다. 내 심장이었다. 갑자기 튀어나오는 기형벌레와 적, 구울들로 심장이 남아나지 않았다. 특히 퀘스트를 하기 위해 어떤 장소에 갔는데 갑작스럽게 구울이 등장할 때마다 비명을 질러댔다. 10년 전의 그래픽은 자세하지 않아 더 기괴하고 무서웠다. 너무 놀라서 눈물까지 찔끔 나올 정도였다. 나는 거의 울면서 이제 무서워서 게임 못 하겠어, 안 할래, 하며 게임을 껐다.
그러나 그 다음 날 아침, 눈을 뜨면서 생각했다. 무적, 무적이다! 무적 치트를 쓰면 된다! 그 날 퇴근하고 호기롭게 무적 치트를 쓰고 구울 소굴에 들어갔다. 갑자기 나타나는 것에 놀라기는 했으나, 게임 캐릭터는 다치지도, 죽지도 않았다. 그 어떤 위험이 있어도 씩씩하게 헤쳐나갈 수 있는 것이다! 나는 어딘가에 숨지도 않고 바로 코앞에서 구울을 향해 신나게 총을 쐈다. 다른 구울이 나타나더라도 천천히 아이템을 주운 다음 싸웠다. 이제 방사능과 무섭게 생긴 구울과 갑작스러운 적의 등장에도 즐겁게 뉴베가스를 여행할 수 있었다! 배달부라는 주인공 직업에 걸맞게 말이다! 무적, 무적!
뉴베가스가 어떤 스토리인가, 이 퀘스트는 어떻게 흘러가는가에만 집중한 채, 지치지 않고 달리고, 총알 제한도 없이 빵빵 쏴대며 치트로 연 지역 사이를 이동하고 싸우고 퀘스트를 했다.
여차저차 뉴베가스를 깨고, 해보지 못한 DLC를 하기 위해 처음부터 다시 하려던 때 폴아웃3과 폴아웃4가 할인을 시작했다. 고민하다가… 샀다..
지금은 폴아웃4를 하는 중이다. 처음에는 시점 때문에 어지럽고 울렁울렁해서 도저히 못하겠다 싶었는데, 동료 로봇에 눈을 뜨고 열심히 레벨을 올리는 중이다. (에이다님 짱. 제가 열심히 레벨 업을 하고 퍽을 올려 더 강하게 업그레이드 시켜드리겠습니다. 저 대신 싸워주세요…!) 폴아웃 뉴베가스를 한 번 해봤다고, 딱 돈 치트만 친 채 게임을 하고 있다. 얻어맞아서, 총에 맞아서, 폭탄에 맞아서 등 많이 죽기는 했지만, 포기하지 않고 다시 시작한다. 지도 치트도 치지 않은 채 퀘스트를 따라 이동하고, NPC에게 말을 걸어 퀘스트를 따내고 있다.
누군가는 왜 게임할 때 치트를 쓰냐고 하겠지만, 나는 게임하면서 내가 너무 못하는 것에 스트레스를 받느니, 즐겁게 진행할 수 있는 게 훨씬 좋다고 생각한다. 닌텐도 게임도 몇 개 구입했지만, 제대로 한 건 별로 없다.(닌텐도는 치트가 없다.)
역시 게임은 치트가 가능한, 즐겁게 할 수 있는 게 좋다!
월간 안전가옥 한 달에 한 번, 안전가옥 멤버들이 이 달의 생각을 이야기합니다.
파트너 멤버 김청귤
“인생에도 치트가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돈 치트 하나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