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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 거위를 노래하다>를 봤습니다

분류
운영멤버
경영지원매니저
작성자
시에나
운영멤버들의 6월 월간 안전가옥은 "이번 달에 본 콘텐츠"라는 주제로 작성되었습니다. 안전가옥에서 일하는 운영멤버들은 6월 한 달 간, 어떤 영화, TV쇼, 책, 만화, 다큐멘터리를 보았는지 함께 살펴봐요 *대상 콘텐츠의 스포일러가 포함될 수 있습니다.

시에나가 본 콘텐츠

군산: 거위를 노래하다 영화 2018년 개봉, 장률 감독
출처: Daum 영화
한 7-8년쯤 되었나? 강릉으로 여행을 갔습니다. 바닷가 바로 앞에 있는 작은 게스트하우스에서 묵게 되었는데, 게스트하우스 사장님들이 영화감독이라고 하시더라고요. 말수도 적고 목소리가 크지 않은 분들이셨는데 늦은 밤까지 술을 기울이면서 조곤조곤 영화 얘기를 해주시는 게 듣기 좋았던 것 같아요. 게스트하우스 방문에는 커다란 장률 감독의 포스터가 붙어 있었고, 사장님이 장률 감독의 대단함에 대해 계속 이야기하셨던 것 같아요. 내용은 잘 기억 안 나지 만요.
한참을 잊고 살았는데, 우연히 ‘춘몽’이라는 영화를 보고나서 이 영화의 감독이 과거에 그 분(?)이라는 걸 검색하다가 알게 되었습니다. 주말이었는데 영화를 보고나서 기분이 한껏 좋아졌던 기억이 있어요. 그때는 기분이 좋아진 이유를 잘 몰랐었는데 얼마 전에 ‘군산: 거위를 노래하다’를 보고 나서 어렴풋이 이유를 알 것 같아요.
영화는 이야기 흐름 상 전과 후가 바뀌어서 전개되는데, 처음 영화를 시작할 때 조금 혼란스러웠습니다. 이거 공포영화인가? 싶을 만큼 익숙한 클리셰도 등장하더라고요. CCTV를 통해서 누군가 들여다보는 장면이나, 흰 원피스를 입고 눈 앞에 등장했다 사라지기를 반복하는 등. 잠시 후회가 몰려올 찰나, 특유의 유머 코드가 등장합니다. 이런 점이 대놓고 찌질한데 묘하게 매력이 있어요. 지극히 개인적인 감상입니다만, 주인공들의 찌질함이 어쩐지 현실적이라고 느껴졌습니다. 영화를 보는 내내, 제가 꽁꽁 숨기고 싶어하는 치부를 들킨 것처럼 어쩐지 부끄럽고 남사스럽게 느껴지기도 하고요. 이런 감정 상태로 발을 동동 구르면서 봤던 것 같던 것 같아요.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제 와서 그 게스트하우스 사장님이 장률 감독을 좋아했던 이유가 궁금해집니다. 저는 이런 요상한 이유인데 말이죠.

월간 안전가옥 한 달에 한 번, 안전가옥 멤버들이 이 달의 생각을 이야기합니다.

운영멤버 시에나
"찌질한 건 나쁘지 않아요. 다만, 잘 숨기고 살아보려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