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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이스 포스>를 봤습니다

분류
운영멤버
브랜드매니저
작성자
클레어
운영멤버들의 6월 월간 안전가옥은 "이번 달에 본 콘텐츠"라는 주제로 작성되었습니다. 안전가옥에서 일하는 운영멤버들은 6월 한 달 간, 어떤 영화, TV쇼, 책, 만화, 다큐멘터리를 보았는지 함께 살펴봐요 *대상 콘텐츠의 스포일러가 포함될 수 있습니다.

클레어가 본 콘텐츠

스페이스 포스 Space Force TV 시리즈 넷플릭스, 총 10화
출처: imdb
<스페이스 포스>를 처음 본 곳은 넷플릭스 메인 화면 빅배너 였습니다. 배너 영역의 반 이상을 차지한, 정복 차림을 한 스티브 카렐의 얼굴 클로즈업. 군복 차림이고 분명히 정의로운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은데 스티브 카렐 특유의 어딘가 형형하게.. 광기가 보이는 눈빛..의 표정이 저를 감싸고.. 전 홀린듯이 이 드라마를 내가 찜한 콘텐츠로 보내버렸죠.
처음 궁금했던 건 이 드라마가 진지한 우주 나오는 SF 드라마인가, 기냥 웃긴 코미디인가 였던 것 같아요. 어떤 분에겐 스티브 카렐 = 오피스 마점장 이겠지만, 저는 <오피스>는 아직 다 안 봤고(이제 시즌 7이에요 재금 지쳤습니다), 대신 <폭스캐처>와 <빅 쇼트>에서의 그 분을 보며 호달달 떨었던 기억이 훨씬 강렬하게 남아있거든요. 그래서 전 그의 광기 어린 눈빛만 보고는 이 이야기가 어떤 이야기인지 실마리를 찾을 수 없었습니다.
스티브 카렐이 연기하는 마크 네어드는 이제 막 4성 장군으로 진급한 군인입니다. 그는 공군의 2인자였고, 진급하면서 1인자가 될 줄 알았죠. 그런데 그는 ‘우주군'을 담당하게 됩니다. ‘우주군'? Boots on the moon by 2024. 그러니까 2024년까지 달에 군대를 주둔시키고 싶어하는 대통령의 지시 하에 새롭게 창설되는 육군 해군 공군, 고 다음 ‘우주'군으로요. 당연히 모두의 비웃음을 사고, 본인도 낙담합니다. 하지만 그는 우주군의 창설자가 되는 거다, 하는 다소 낙관적이고 다소 ‘까라면-까’는 정신으로 우주군의 대장이 됩니다.
그렇게 우주군에 간 마크 네어드가 민간인 전문가인 맬러리 박사(존 말코비치 역)와 투닥투닥, DC에서 콜로라도로 이사 가면서 잔뜩 외로워진 틴에이저 딸 에린(다이애나 실버스 역)과 투닥투닥, 무슨 영문인진 모르지만 중죄를 짓고 수감된 부인 매기(리사 쿠드로 역)와 투닥투닥, 귀찮게 졸졸 쫓아다니는 PR 담당자 토니(벤 슈워츠 역)와 투닥투닥.. 그리고 우주군을 ‘연구시설'로 생각하는 듯한 과학자들.. 공군과 육군에 비해 전투력이 여실히 떨어져보이는 사병들..과의 투닥투닥 그리고 그들끼리 투닥거리는 이야기 라고 정리할 수 있겠습니다.
전 이 드라마를 2-3일 정도에 걸쳐 수월하게 다 봤고, 아주 실망은 아니었어요. 근데 이 말을 먼저 한 걸 보니 아주 좋은 것도 아니었다는 걸 아시겠지요. 배우들이 다 연기를 너무 잘하는데, 때깔도 나름 괜찮은데, 썩 좋지가 않은거에요.

무해한 블랙코미디

주인공이 미국의 한 군대의 대장인 이상, 이 드라마에는 대통령부터 국방부 장관, 군장성들, 상하원의 의원들 등등이 등장합니다. 이 등장인물들 중 꽤 많은 수가 실제 인물의 패러디에요. 대통령은 말해 뭐하겠어요.. 누구든 현실의 트럼프 대통령을 떠올릴 수 있게 합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2019년 12월에 우주군..을 창설하기도 했고요 (참고: 우주군 트위터 United States Space Force (@SpaceForceDoD) 곽재식 작가님이 팔로우 중이시네요).
또 우주군의 예산을 결정하는 위원회의 최연소 위원으로 등장하는 정치인은 명백하게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를 패러디한 캐릭터고, 멍청한 소리를 팡팡하는 다른 위원회 멤버들도 어느 정치인들의 패러디라고 하더라고요. 그런 요소가 있으니, 일단 이 드라마는 정치 풍자, 블랙 코미디 이기는 합니다.
그런데 이 드라마는 매 에피소드마다 한두 개의 문제를 나이브하게 해결하는 플롯을 반복합니다. 외로움을 타던 딸에게 잘생기고 착하지만 바보같고 결정적인 순간엔 도움이 안 되는 남자인 친구가 생겨서, 서로 반대의 성향으로 아웅다웅하던 과학자와 대위는 같이 병원에 다녀오면서 서로의 공감대를 찾고.. 육군과의 레이저 태그를 이기고 싶어하는 마크의 말을 안 들어주다가 마지막엔 들어주는 맬러리 박사라든가.. 가장 황당한 순간은 두 번째 에피소드에서 마크가 과학자들과 대립하는 이야기인데.. 거의 보고 넘길 수 있나 없나가 <스페이스 포스>를 끝까지 볼 것인가 말 것인가를 결정하는 지표가 될 것 같아요. 뭔가 조금 비현실적이고 약간 촌스럽고, 대부분 착하게 해결하는 줄거리가 반복되니까 이 드라마의 분위기는 ‘무해하고' ‘순한 맛'이 됩니다. 아니면 이것도 통째로 비꼬는 중인가?? 싶죠.
‘무해한 블랙코미디’가 말이 되는 소릴까요. 이 이야기의 ‘정신'과 ‘표현’이 서로 어울리지 않는 느낌이에요.

모두는 모두와 연결 연결

어느 리뷰에서 <스페이스 포스>가 너무 많은 범위를 커버하고 싶어한 것 같다는 평을 봤는데, 저도 어느 정도 동의합니다. 상술한 줄거리처럼, <스페이스 포스>는 주인공 마크 네어드를 중심으로 마크와 맬러리 박사, 마크와 그의 딸 에린, 마크와 그의 부인 매기, 마크와 여자친구(가 될 것 같은) 켈리 등 각 등장인물과의 관계를 하나하나 공들여 푸는 편입니다. 거기에 맬러리 박사와 그의 오른팔 챈 박사, 챈과 캡틴 앤절라, 앤절라와 마크의 딸 에린, 에린과 멍청이 군인 덩컨 등등.. 거의 “등장인물수”C2의 조합이 나오고 그 조합의 이야기를 조금씩이라도 다~ 풀어줍니다. 그리고 대부분 성장해요.
시즌 1이기 때문에 그럴 수 밖에 없다고도 우길 수 있겠지만, 보는 사람 입장에서는 군상극인데 너무 군상 하나하나를 다 소듕히 챙겨야 하니 어디에 집중을 해야할지 모르게 되는 기분이 듭니다.

기대감..

그러다 문득 이 드라마는 누구 보라고 만든걸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왓챠의 사용자 평은 대체로 재미없다, 재미있다가 반반 정도인 것 같더라고요. 미국의 비평가들은 <스페이스 포스>를 일단 실패한 정치 코미디, 거기다 재미도 없는 오피스 코미디로 규정한 듯 합니다. 로튼토마토의 토마토미터는 39%, 평균 관객 스코어는 76%입니다(7월 초 기준). 넷플릭스 오리지널 중에서도, 그냥 드라마 중에서도 좋은 성적은 아니래요.
제가 맨 처음에 전 <스페이스 포스>를 넷플릭스 메인 페이지로 처음 봤다고 말씀드렸잖아요. 미국에서는 <오피스>의 스티브 카렐과 그렉 대니얼스가 뭉쳤다! 라는 점과 트럼프의 우스꽝스러운 업적인 ‘우주군'을 정면으로 다룬다는 점에서 릴리즈 전부터 많은 기대를 받았던 것 같아요. <오피스>는 2019년 미국 넷플릭스에서 가장 많이 시청된 라이센스 콘텐츠였습니다. 2위가 프렌즈에요. 그리고 <스페이스 포스>가 공개된 5월 말의 미국에서는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자가 여전히 급증하고, 흑인 용의자 조지 플로이드가 백인 경찰관 데릭 쇼빈에게 살해당하는 사건이 벌어진 때였습니다.
이미 수없이 많은 풍자의 대상이었고, 그런데 이제는 ‘이거 웃을 일이 아닌데' 싶을 사람들에게 트럼프를 겨우 트윗 오타내는 대통령 정도로 표현하는 건 너무 ‘정치 코미디 치고' 나이브하다고 느꼈을 것 같아요. 한편 <오피스>의 재림(?)을 기대한 사람들도 ‘오피스 코미디 치고’ 재미없다고 느꼈겠죠. 결국은 플롯과 마찬가지로 이 부분도 선택과 집중이 덜 된 것 같다는 느낌이네요.
아무튼, 비록 미국의 비평가들과 일반 관객 모두에게 좋은 점수를 얻진 못했지만, 그래도 <스페이스 포스>는 무난히 시즌2를 맞이할 것도 같습니다. Forbes의 이런 기사를 봤는데요, 부정적인 비평이 쏟아졌음에도 <스페이스 포스>가 오픈 첫 주 내내 ‘Top in the US’의 1위 자리를 지켰기 때문에 시즌2 제작에 엄청나게 긍정적인 요인이 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어요. 콘텐츠는 꼭 좋을 필요는 없지만, 대신 꼭 ‘시청'되어야 한다는 업계의 정설에 부합한다는 것이죠. 그리고 넷플릭스는 이미 스티브 카렐과 그렉 대니얼스, 그리고 훌륭한 코미디 캐스트를 조직하기 위해 엄청난 투자를 했을텐데 그걸 시즌1만 쓰고 해산하는 건 낭비라는 점도요.
그러니까 이 드라마는 아마도 시즌2는 무난히 제작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러면.. 또 봐야죠. 시즌1 봐 놔야 시즌2 보니까.. 그렇잖아요? 위에서 실컷 이 드라마가 별로인 이유를 말했지만, 전 뭐 시간 낭비는 아니었어요. 어떤 때는 그냥 유치해도 긍정적인 코미디가 보고 싶을 때도 있잖아요. 그런 때에 보기 좋고, 아주 약간의 풍자 양념이 쳐 진 정도라고 생각하면 만족할 만 하거든요.
아무튼! 마지막으로! 여기까지 읽어주신 고마운 분들을 위해 제가 나름 나눠본 볼 사람 / 안 봐도 되는 사람!으로 이 글을 끝내보겠습니다.

볼 사람

이게 지금 반어법이여 진심이여 뭐여 하게 만드는 소소한 비꼬기 좋아하는 사람
우주 얘기 나오면 일단 뭐든 좋은 사람
메인 플롯이 진행이 안 되는 한이 있더라도 모든 등장인물의 서사를 다 푸는 게 너무 좋은 사람
미드 오피스 처돌이
스티브 카렐 팬 존 말코비치 팬 리사 쿠드로 팬(하지만 그녀의 분량은 쩜쩜쩜입니다)

안 봐도 되는 사람

클리프행어 때문에 다음 편을 보지 않고서는 잠을 잘 수 없는 13 Reasons Why 같은 몰아보기 좋은 콘텐츠를 찾는 사람
등장인물이 대놓고 헛소리 하는 거 못 참는 사람
오피스의 마이클 스콧 스타일을 기대한 사람 (마이클 대비 순하다 못해.. 물 탄 맛)
정치 풍자 코미디에 대한 기대감이 하늘을 찌르는 사람

월간 안전가옥 한 달에 한 번, 안전가옥 멤버들이 이 달의 생각을 이야기합니다.

운영멤버 클레어
"한편 짐 하퍼의 “Some Good News”는 그래서 오또케.. 되어 가고 있는지 궁금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