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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눈부신 친구>의 나폴리

분류
운영멤버
기획PD
작성자
2020년 10월 월간 안전가옥, 운영멤버들은 "나.. 여기 가고 싶다..."라는 주제로 썼습니다. 환전, 구글 맵, 면세점, 기내식.. 전생의 무언가처럼 아련하게 느껴지는 단어들이네요. 집에서 보내야 하는 시간이 길었던 올 한 해, 이야기 속 그 곳으로 떠나고 싶었던 적이 있었는지 생각해 보았습니다. *대상 콘텐츠의 스포일러가 포함될 수 있습니다.

모는 이 곳에 가고 싶다

<나의 눈부신 친구>의 나폴리 소설, TV드라마

나의 눈부실 나폴리

지금 당장 비행기를 타고, 어딘가로 떠날 수 있다면? 코로나 시절을 보내며 친구들과 종종 이 토픽으로 이야기를 나누곤 했어요. 다녀왔던 익숙한 곳을 고르는 사람, 언젠가는 가야지 했던 버킷리스트 중 한 곳을 고르는 사람 또는 무조건 가장 먼 곳을 고르는 사람 등등.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세상에 안 가본 곳도 정말 많았습니다. 저의 대답은 그때 그때 달랐어요. 사실 해외여행을 가본 적이 드물어 그저 떠날 수만 있다면 좋겠네 하는 생각이 1순위였지만요.
그러다, 당분간은 여기를 꼽게 되겠구나 하는 곳을 만났습니다. 바로, 나폴리! 유럽에 딱 한 번 가본 사람이라 언젠가 막연히 이탈리아가 진짜로 아름답다던데 하는 마음만 있었지 구체성이라곤 없던 제가 엘레나 페란테의 책을 만나곤 그녀가 그린 나폴리에 꽂혔어요.
엘레나 페란테는 <나의 눈부신 친구>를 시작으로 <새로운 이름의 이야기> <떠나간 자와 머무른 자> <잃어버린 아이 이야기>로 이루어진 ‘나폴리 4부작’의 작가인데요. 2011년부터 4년간 출간된 이 시리즈는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HBO를 통해 드라마로 만들어졌어요. (우리나라에서는 왓챠에서 볼 수 있어요)
이번에 읽게 된 작가의 신작 <어른들의 거짓된 삶> 역시 나폴리를 배경으로 한 장편소설입니다. 나폴리 4부작이 서민층을 배경으로 하는 이야기인데 반해 이번에는 중산층을 배경으로 한 사춘기 소녀의 도발적인 성장기를 담고 있어요. 10대 소녀의 시선에서 바라본 어른들의 위선적인 모습을 따라 하거나 반항하는데요. 거짓말을 일종의 도구로 사용하는 어른들에 대한 묘사가 신랄합니다.
거의 나폴리를 배경으로 이야기를 짓고 있는 엘레나 페란테는 사실 얼굴 없는 작가입니다. 정체를 숨기고 가명으로 활동하며 서면 인터뷰로만 자신의 이야기를 전하는데요. 나폴리와 이탈리아 여러 곳을 꼼꼼하게 표현하는 이야기 때문에 가고 싶었던 마음이 든 것도 사실이지만, <어른들의 거짓된 삶> 출간 인터뷰에서 고향(나폴리)에 대한 생각을 밝힌 것이 한몫했습니다.
“고향은 인간이 최초로 겪는 경험들이 쌓이는 곳입니다. 처음 눈을 뜨고 처음 상상을 하고 처음 자신을 표현하는 장소입니다. 그곳에서 형성된 바탕이 탄탄할수록 다른 장소에서 더욱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것입니다. 제가 ‘나의 진정한 도시’라고 부를 수 있는 곳은 나폴리뿐입니다. 하지만 만약 제가 타향에서 타지인들과 부딪혀보지 않았다면 수줍게나마 ‘나’를 표현하기 시작한 곳이 다름 아닌 나폴리였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했을 것입니다. 나폴리야말로 나의 유일하고도 진정한 도시라고 말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나폴리가 아름답다는 찬사보다, 나의 진정한 도시라는 말이 멋지다고 생각했어요. 떠나 보면, 나의 유일하고 진정한 도시를 찾을 수 있을 것 같은 마음. 그 마음을 찾게 해 줄 곳이, 나의 눈부실 나폴리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월간 안전가옥 한 달에 한 번, 안전가옥 멤버들이 이 달의 생각을 이야기합니다.

운영멤버 모
"<어른들의 거짓된 삶>은 곧 넷플릭스에서 드라마로 만들어질 예정인데요. 내년엔 모든 상황이 나아져 멈춰있는 제작 현장이 돌아갔으면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