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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함께한 노동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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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을 하나 쓸 때마다 저는 그 작품에 어울리는 주제곡을 정해 반복해서 듣곤 해요. 그러면 감정을 잡는데 좀 도움이 되거든요. 심지어 어떤 경우엔 그 작품을 집필하는 내내 그 곡만 듣는 경우도 있어요. 장편을 완성하느라 석 달 동안 딱 두 곡만 무한 반복으로 들었던 적이 있을 정도로요. 좋은 노래를 찾는 작업은 작품의 퀄리티와 직결됩니다. 저만의 징크스.
이번 달 월간 안전가옥에서는 그간 저와 함께했던 노래들을 소개해볼까 해요.
꼬리가 없는 하얀 요호 설화
가없는 저 세월은 꿈도 한도 없구나 천년을 울어봐도 가는 해만 덧없어라 - 조수미 <불인별곡>
드라마 <허준>의 OST입니다.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작품의 분위기를 잡기 위해 가리지 않고 사극 음악을 듣던 중 꽂혀버린 노래예요. 낭군을 잃은 구미호의 마음과 꽤 어울린다고 생각해요.
우주가 멈춘다!
내가 쓰러지면 늬들이 울어는 주냐? 내가 쓰러지면 늬들이 기억은 허냐? - UMC/UW <내가 쓰러지면>
우주에서 파업하는 이야기에 UMC보다 어울리는 래퍼가 있을까요.
테세우스의 배
If we get it on 사랑에 빠지면 무모한 이 입맞춤 계속되면 거짓말처럼 서로 녹아들어 All night, all night, all night - 소녀시대 <All Night>
제가 유일하게 즐겨보는 예능인 <놀라운 토요일>에서 우연히 알게 된 노래. 헤어진 연인과 우연히 파티에서 마주친 상황이 싫으면서도 빠져들게 된다는 내용이에요. 작품의 주인공인 진환과 여울의 관계가 딱 이렇죠.
마음 여린 땅꾼과 이무기 설화
아픈 내 목소리에 입맞춰 주면서도 시선 끝엔 내가 있지를 않네 또 다시 사라져 - 안예은 <홍연>
우주 최고 가수 안예은님의 대표곡. 이 노래를 일찍 알았더라면 <꼬리가 없는 하얀 요호 설화>를 더 아름답게 쓸 수도 있지 않았을까? 그런 아쉬움 때문에 저는 결국 차기작을 쓰게 되었습니다. 이 작품의 주인공은 자신이 이런 노랫말의 주인공이란 착각에 빠져 한심한 사랑에 모든 것을 바치지만, 결국…
x Cred/t
너는 누군가에게 너무 특별해 영원히 잊을 수 없는 사람이 되기도 하고 네가 사랑받기에 결국, 이해 못한대도 넌 아름답지 - 김사월 <누군가에게>
안전가옥의 <뉴서울파크 젤리장수 대학살> 콜라보 공연 덕분에 알게된 가수 김사월님의 대표곡. 이 작품의 주인공 카이는 모두에게 특별한 사람으로 남기 위해 발버둥치죠. 카이에게, 그리고 카이의 모티브가 된 안타까운 스타들에게 꼭 이 노랫말을 들려주고 싶었어요.
살아있는 조상님들의 밤
아 좋다 말았네 이번엔 정말 잘 될 줄 알았는데 또 좋다 말았네 이번엔 정말 예감이 좋았는데 - 장기하와 얼굴들 <좋다 말았네>
와장창 그 자체인 작품의 분위기에 어울리는 노래를 찾다 떠올린 장기하와 얼굴들. 밥상을 엎는 뮤직비디오는 이 작품의 초반부 분위기에 많은 영향을 끼쳤습니다. 돌아가신 줄 알았던 시어머니가 좀비가 되어 돌아오는 이야기이니 정말이지 딱 어울리는 곡명이 아닐까요?(웃음)
그날, 그곳에서
기다려 기어이 우리가 만나면 시간의 테두리 바깥에서 과거를 밟지 않고 선다면 - IU <시간의 바깥>
우울한 결말 따위는 없어 난 영원히 널 이 기억에서 만나 - IU <eight>
<그날, 그곳에서>는 올해 초부터 안전가옥과 함께 작업해온 저의 신작 장편입니다. 부산에서 일어난 원전 사고를 배경으로, 죽은 엄마를 구하기 위해 시간여행을 시도하는 자매의 이야기예요. 얼마전 원고를 마무리하고 이제 책으로 만들어질 준비를 하고 있어요. 잘 기억해두셨다가 책장을 덮자마자 두 곡을 연달아 들어보신다면 정말 좋을 거예요. 많은 기대 부탁드려요.

월간 안전가옥 한 달에 한 번, 안전가옥 멤버들이 이 달의 생각을 이야기합니다.

파트너 멤버 이경희
"좋은 노래 추천하는 척 하면서 자기 작품 영업하는 뻔뻔이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