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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의 구승효

분류
운영멤버
사업개발매니저
작성자
2020년 8월 월간 안전가옥, 운영멤버들은 "빌런인데.. 살다보면 가끔 생각나는 빌런"이라는 주제로 작성해 보았습니다. 현실의 누구를 보면 너무 닮아서, 빌런이지만 이 시대에는 '사이다'가 되어 줄 것 같아서, 실제로 있을 것만 같아서, 그냥 너무 무섭고 싫어서, 아니면 나를 닮아서(?) 생각나는 그 빌런에 대해 적어봤습니다. *대상 콘텐츠의 스포일러가 포함될 수 있습니다.

쿤의 빌런

<라이프>의 구승효 TV드라마

어서 등장해 줘, 빌런!

어떤 사람의 말에 숨겨진 의도가 있는 것 같이 느껴질 때가 있다. 분명 그의 말이 틀린 건 아닌데 왜인지 모르게 꺼림칙하게 느껴질 때, 합리적인 논리지만 목소리 톤과 눈빛, 표정의 온도차가 직감적으로 내 피부를 스칠 때 무슨 꿍꿍이가 있는가 싶다. 이런 순간에는 상대의 말이 무엇인지 제대로 들어보기도 전에 감정적으로 어긋나 선입견이 생겨버리기도 하는데, 최근 본 드라마인 <라이프>에서 조승우가 연기한 구승효 사장의 첫 등장이 그랬다.
그는 한 대학 병원의 전문 경영인으로 부임한 뒤 의료진을 포함한 전 조직을 급속도로 뒤흔들기 시작한다. 지방 파견, 의료 사고 등의 이슈를 점화시키며 그들과 정면으로 부딪힌다. 뿐만 아니라 적재적소 타이밍에 맞춰 각 이슈에 대한 팩트를 찾아내 전략적으로 이용하기까지 한다. 대체 구승효 당신이라는 사람은 몇 수 앞을 바라보고 지금 타이밍에 그 대사를 읊는 것인지, 플랜B는 언제, 어떤 계산을 통해 나오게 된 건지 자꾸만 궁금해 하게 되었다.
구승효 사장은 본인의 역할에 맞게 충실히 일한다. 병원을 효율적으로 운영할 방법을 찾고, 시스템을 적용하고, 결국 수익성을 높이는 것을 목표로 의사 결정을 하는 것. 이런 빌런이 기민하게 움직일 수록, 환경을 빠르게 장악해 나갈 수록 그의 대척점에 있는 개인들은 움츠러들곤 한다. 그래서 의료진들은 의료 서비스는 수익성만을 추구할 수 없는 생명을 다루는 일이라고 주장하며, 하나의 공동체를 만들어 파업 등을 통해 집단의 목소리를 내세우기 시작한다.
이처럼 하나의 빌런이 등장하는 것만으로도 대립 구도가 형성되고 확실한 긴장감이 흐른다. 그리고 이 갈등 속에서 서로가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해 낼 확률이 높아진다. 투쟁하고, 상대를 설득하는 과정을 거치며 그에 대한 합리성은 더욱 높아질테니 말이다. 결과적으로 그가 등장하지 않았다면 절대 일어나지 않았을, 결국은 빌런이 변화의 주체가 되는 것이니까.
구승효 사장에 대한 처음의 편견을 덜어내고 점점 좋아하게 된 이유는 이 때문이었다. 판이 깔린 뒤 미적지근하게 움직였다면 아무런 변화도 없었을 테니까. 그가 아닐지라도 결국에는 하루 빨리 누군가 등장해 줬으면 하고 생각했을 테니까.

월간 안전가옥 한 달에 한 번, 안전가옥 멤버들이 이 달의 생각을 이야기합니다.

운영멤버 쿤
"사실 구승효(조승우) 사장이 퇴근 후 반려견 저녁이를 보듬는 모습에 그냥 녹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