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0월 월간 안전가옥, 운영멤버들은 "나.. 여기 가고 싶다..."라는 주제로 썼습니다.
환전, 구글 맵, 면세점, 기내식.. 전생의 무언가처럼 아련하게 느껴지는 단어들이네요.
집에서 보내야 하는 시간이 길었던 올 한 해, 이야기 속 그 곳으로 떠나고 싶었던 적이 있었는지 생각해 보았습니다.
*대상 콘텐츠의 스포일러가 포함될 수 있습니다.
쿤은 이 곳에 가고 싶다
<종이의 집>의 파나마 '펠리컨 섬'
TV드라마
얼마 전 새롭게 시작한 토론 모임에서 스몰 토크 차 ‘요즘 꽂혀 있는 것’이라는 주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습니다. 그때 저는 단절 또는 차단이라는 단어를 쓰며 잠깐이나마 관계, 대화, 정보를 끊어내기 위하여 운동을 하고 있다고 설명한 뒤 집에 돌아왔는데, 지난 주 내내 어딘가로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제 마음 한 구석에 맴돌았습니다.
자그마한 섬. 그런 곳에 가고 싶었습니다.
여러 섬 중에서도 한국어가 최대한 들리지 않는 섬으로. 일말의 눈치를 볼 법한 것들은 최대한 피하고 싶었습니다. 그러다 문득 <종이의 집> 시즌 3의 첫 화에서 도쿄와 리오가 지낸 한 섬이 떠올랐습니다. 찾아보니 한국인 여행객이 올려놓은 블로그를 발견할 수 있었고, 그 곳이 파나마 구나 얄라 군도에 있는 ‘펠리컨 섬’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 섬은 잠시나마 계획보다는 본능에 충실해도 무방한 곳처럼 보였습니다. 눈 앞 바다 속에 빠지고 싶을 땐 언제든 들어가고, 춤을 추고 싶을 때 춤추며, 펑퍼짐하게 드러 누워 지는 석양을 바라보는 것까지. 구의역 1번 출구가 아닌, 발을 딛는 모든 곳이 출구가 되어 도보 1분 이내에 도착지가 있는 그런 곳 같아 보였습니다.
드라마 속 주인공들에게는 조폐국을 턴 후 세상과 단절되어야만 하는 유일한 도피처였지만, 아마 저에게는 휴식을 위한 유토피아같은 곳이 잠깐 필요한 거겠지요.
월간 안전가옥 한 달에 한 번, 안전가옥 멤버들이 이 달의 생각을 이야기합니다.
운영멤버 쿤
"무인도라고 외치고 싶었지만, 아직은.. 안락함을 포기하긴 힘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