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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문어 선생님>의 남아공 ‘폭풍의 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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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영멤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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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2020년 10월 월간 안전가옥, 운영멤버들은 "나.. 여기 가고 싶다..."라는 주제로 썼습니다. 환전, 구글 맵, 면세점, 기내식.. 전생의 무언가처럼 아련하게 느껴지는 단어들이네요. 집에서 보내야 하는 시간이 길었던 올 한 해, 이야기 속 그 곳으로 떠나고 싶었던 적이 있었는지 생각해 보았습니다. *대상 콘텐츠의 스포일러가 포함될 수 있습니다.

뤽은 이 곳에 가고 싶다

<나의 문어 선생님>의 남아공 ‘폭풍의 곶’ 다큐멘터리
전세계 오지를 돌며 작품 활동을 하다 ‘번아웃’을 맞닥뜨린 한 다큐 감독이, 지쳐버린 심신을 달래기 위해 고향의 바닷가에서 프리다이빙을 하다 만난 동물과 300일 동안 매일처럼 교감을 나누며 스스로 치유받는다.
빤-한 로그라인이다. 실제로 이야기는 빤하긴 빤하다. 여기저기서 너무 여러번 변주된 것 같은 느낌도 있다. 뭔가 임성훈 박소현이 <세상에 이런 일이>에서 이야기할 것 같기도 하고, 손범수가 <퀴즈탐험 신비의 세계>에서 읊을 것 같은 그런 이야기인 것은 맞다. 아 근데 대자연의 스펙터클이라는 것이 있기는 있는 모양이다. 아니면 그냥 그런걸 찾을 타이밍이었던건가. 괜히 더 지친 것 같은 지난 주말 별 생각 없이 볼 걸 찾아 틀었던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나의 문어 선생님>을 보다가 감동해버리고 말았다.
(<대항해시대> 게임을 하다가) 남아공 최남단에 ‘희망봉’이라 불리는 곶이 있다는 건 알고 있었다. 그런데 내 상식 속에서 폭풍 몰아치는 아프리카 남단 항로였을 뿐이었던 그곳 깊은 곳에 ‘다시마 숲’이라는게 있다는 것도, 다양한 수중생태계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도 미처 하지 못했다. 영상 가득히 펼쳐진 진짜 ‘숲’처럼 생긴 해저에서, 마치 외계생명체처럼 신기하고 영리한 문어와 주인공은 교감하며 유영한다. 그 장면이 그저 몽환적이고 아름답다. 우주를 떠다니듯, 외계 생명체를 만나는 듯한 모습들- 특히 그 문어와 ‘악수’하는 장면은 전율.
코로나 때문에 여행이라는 걸 엄두도 내지 못한 한 해가 흘러간다. 여행가기 어려워진 것으로 인한 아쉬운거야 뭐 여러가지지만, 그 중에 특히 좀 그런건 자연을 보지 못하는 것이다. 뭐 한국이라고 자연이 없는 건 또 아니고, 내 지난 여행지들이 막 그리 자연자연 한 것은 또 아니기는 했지만 괜히 그런다. 이게 뭐 마음이 그래선지 나이를 먹어선지 그런지는 몰라도 괜히 쉴 때면 애튼버러의 나레이션을 따라가며 자연을 꿈꾼다. 그러던 중 마음에 콕 와 박혔던 곳, <나의 문어 선생님> 겨울 바닷속의 거대한 숲이었다.
그 규모를 이해하고 싶어 내가 전에 갔던 바다들을 생각했다. 뭐 나름 깊고 큰 바다에 여러번 다녀온 것 같지만 그 중에서도 생각나는 건 (안전가옥을 하고 나서 두 차례나 갔던) 울릉도의 바다였다. 울릉 천부항 근처의 바다는 아주 깊고 깨끗해 스노클링에 그만이다. 방파제가 파도를 막아주어 호수처럼 잔잔하다. 큰 바위 사이 무성한 해초 사이를 수영하노라면 세상이 고요했다. 크레이그 포스터가 문어를 만난 그 지구 반대편의 우주 같은 바다까진 아니어도, 그래도 우리나라에선 울릉도 바다가 저기 비슷한 느낌은 날 수 있지 않을까.
겨울 바다에 들어갈 수 있는지 궁금했다. 물이 차긴 해도 슈트 괜찮은거 입으면 괜찮지 하는 생각과 프리다이빙 슈트는 5mm 오픈셀이 좋다는 사실과 겨울 동해 수온은 10도 정도 된다는 사실과 동절기엔 부유물이 더 적어 바닷속 시야가 더 좋다는 사실과 울릉도에는 12월에 배가 매주 금요일에 들어가 일요일에 나온다..는 사실과 아니 내가 본 다큐는 남아공이 배경인데 나는 지금 무슨 울릉도 검색이냐 불과 몇 달 전에 다녀왔지 않나 하는 생각들이 엉키며 내가 요새 피곤하긴 한갑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바다는 무슨 바다 스파나 가자.

월간 안전가옥 한 달에 한 번, 안전가옥 멤버들이 이 달의 생각을 이야기합니다.

운영멤버 뤽
"남아공 문어 하니 또 6년 전인가 무슨 마시멜로우마냥 부들부들하던 문어튀김을 먹었던 포르투가 또 생각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