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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큰 쌉사름한 분홍빛 위로 <앙: 단팥 인생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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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영멤버
기획PD
작성자
벚꽃도 모자라 이제 샴푸향으로까지 연금을 받게 됐다는 그 분의 노래들처럼. 산에 들에 피는 꽃만 보면, 코 끝을 스치는 봄바람이 불면 생각나는 바로 그 장면, 그 이야기. 2021년 3월 월간 안전가옥의 주제는 '봄에 생각나는 그 콘텐츠' 입니다.
몇 해전, 하동 십리벚꽃길을 걸은 적이 있습니다. 벚꽃터널 아래서나는 달큰한 내음과 도보 옆, 이제 막 새순을 낸 녹차밭이 어우러진 길을 한 시간 넘게 걸었던 것 같아요. 그 후 매년 봄이 되면 타박타박 걸었던 하동을 떠올리곤 합니다. 수십, 수백 그루의 벚나무 사이마다 깃들었던 관광객들의 기분 좋은 환호와 설레임이 봄의 인상으로 남았습니다. 이번달 월간 안전가옥 주제를 보고 떠오른 영화 속 첫 장면 처럼요. 영화 <앙: 단팥 인생 이야기>는 좋아하는 배우가 나온다는 점과 벚꽃을 배경으로 한 포스터 한 장에 끌려 보게 됐죠. 일본 영화 특유의 보드라운 봄 이야기를 기대했던 것과 달랐지만 뭉근하게 끓는 도쿠에의 팥처럼 달큰하고 따뜻한 위로를 받았기에 봄이면 떠오르는 영화로 남은 듯 합니다. 납작하게 구운 반죽 사이에 달콤한 팥소를 넣어 만드는 도라야키를 파는 가게에 한 번 먹으면 잊을 수 없는 맛의 단팥을 만드는 만 75세 할머니 ‘도쿠에’가 아르바이트생을 지원하며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실수로 감옥을 다녀온 무뚝뚝한 가게 주인 ‘센타로’와 집안 형편 때문에 고등학교 진학을 포기해야 하는 외로운 단골 소녀 ‘와카나’까지 세 인물을 중심으로 영화가 전개되죠. 나의 뜻과는 상관 없이 희망을 잃은 채 살아가던 두 인물이, 다른 이유로 세상으로부터 격리된 생을 보내야 했던 도쿠에 할머니를 만나면서 다시 시작할 용기를 얻게 됩니다.
“아무 잘못 않고 살아가는데도 타인을 이해하지 않는 세상에 짓밟힐 때가 있습니다.” - 도쿠에의 편지 中
만개한 벚꽃 나무 아래서 처음 만난, 삶의 궤도가 달랐던 세 사람이 같은 풍경 속에서 마주치고, 힘을 합쳐 나름의 희망을 찾는 영화 <앙: 단팥 인생 이야기>를 만든 가와세 나오미 감독은 영화를 통해 세상으로부터 거절 당한 세 사람이 그럼에도 희망에 의지하고 미래에 대한 믿음을 가져야 한다는 메세지를 전하고 싶었다는데요. 사회생활 속에서, 우리가 맺는 관계 속에서 가끔 이유 모른 체 풀기 어려운 문제를 마주할 때가 있습니다. 그럼에도 시간은 결국 흐를 것이란 믿음을, 호시절이 올 거라는 희망을 품고 살자고 2021년 봄밤에도 다짐해봅니다.

월간 안전가옥 한 달에 한 번, 안전가옥 멤버들이 이 달의 생각을 이야기합니다.

운영멤버 모
"느닷없이 찾아와 유난히 짧게 왔다간 벚꽃이 아쉬웠지만 어딘지 얼떨떨한 봄이었는데요. 내년엔 길고 느긋하고 마스크 없는 꽃놀이를 즐길 수 있길 올해도 바래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