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겨울에 호떡을 먹지 못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파는 곳이 보이지 않더라고요. 호떡, 호떡 노래를 부르던 중 슈퍼에서 세일하고 있는 호떡 믹스와 눈이 마주쳤습니다. 이것은 운명이었습니다.
호떡 믹스 상자 뒤에는 만드는 방법이 나와 있습니다. 그게 아니더라도, 길거리에서 호떡이 나오길 기다리며 봤던 모습을 생각하니 쉽게 만들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만들기도 쉬우니까 믹스를 파는 거 아니겠어요? 저는 호떡 믹스를 사서 집으로 왔습니다.
반죽을 펴서 설탕을 넣고 동그랗게 오므려 기름 위에 올립니다. 그러면 자글자글 소리가 나며 반죽이 익지요. 어느 정도 익었을 때쯤 누르개로 반죽을 납작하게 눌러줍니다. 한쪽 면이 익으면 반대로 뒤집어 기름 위에서 튀기듯이 익혀줍니다. 그럼 맛있는 호떡 완성!
…일 줄 알았는데 아니었습니다. 제일 중요한 손이 없었거든요. 반죽은 질거나 묽어집니다. 반죽을 펴다 보면 구멍이 납니다. 잘 펴서 호떡소를 넣고 오므리면 구멍이 납니다. 반죽을 떼어내 구멍을 메웁니다. 후라이팬 위에 올려놓고 누르면 구멍 사이로 설탕이 새어나옵니다….
구멍이 안 나게 하려고 호떡소를 조금 넣으면 맛이 없습니다. 호떡 같지가 않아요. 이건 그냥 밀가루 반죽을 기름에 지진 거잖아요. 차라리 밀가루 반죽만 익혀서 녹인 호떡소를 찍어먹는 게 훨씬 나을 거라는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결국 호떡을 만들어 먹는 건 포기하고 반죽에 남은 호떡소를 부었습니다. 집에 사과도 있어서 사과를 잘라 반죽 위에 올려 에어프라이기에 구웠습니다. 사과에서 물이 나와 반죽이 질척거렸죠.
다음에 만들 때는 아예 호떡소와 사과를 냄비에 넣고 조린 후 반죽 위에 올려 구웠습니다. 호떡소에 들은 계피가루와 사과가 잘 어울려 맛있었습니다. 모짜렐라 치즈도 섞어서 잘라먹으면 치즈가 쭈욱 늘어나기도 했고, 반죽 위에 모짜렐라 치즈를 올려놓고 구우면 과자처럼 바삭하면서도 치즈의 맛이 느껴집니다. 생각보다 맛있어서 야금야금 먹게 됩니다.
그러나 이게 호떡은 아니잖아요. 저는 호떡이 먹고 싶었습니다.
어느 날 시장에서 호떡을 파는 걸 보게 되었습니다. 기름 없이 구운 호떡이 아니라 기름을 좔좔 둘러 만드는 호떡이었습니다. 호떡 반죽을 떼어 펴내고 호떡소를 담는 일련의 손길과 호떡을 먹기 위해 기다리는 사람들을 보고 이 집이 맛집인가 보다 싶어 기다렸다가 호떡을 샀습니다. 기름에 튀기듯이 익힌 빵은 맛있었습니다. 호떡소도 뜨거워서 데이지 않게 조심해야 했고요. 그런데 설탕 알갱이가 씹혔습니다. 설탕이 충분히 녹아있지 않았어요. 아무리 바빠도 그렇지 설탕은 다 녹여주셔야 하는 거 아닌가요? 이건, 이건 호떡이 아닙니다….
겨울이 가고 봄이 오고 있습니다. 호떡의 계절이 가고 봄나물의 계절이 옵니다. 이제 호떡에 대한 미련을 버리려고요. 달래간장에 밥을 비벼 먹고 싶네요.
항상 건강하고 잘 챙겨드시길 바라겠습니다.
월간 안전가옥 한 달에 한 번, 안전가옥 멤버들이 이 달의 생각을 이야기합니다.
파트너 멤버 김청귤
“이 글에 나오는 모든 요리는 동생이 만들었습니다. 동생 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