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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다시 올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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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이 되고 날씨가 추워지면서 야외에서 운동이나 활동을 하는 게 점점 힘들어지고 있다. 실내에서 하는 운동이 아니면 당분간은 밖에서 운동하기 힘들어질 것이다. 해도 짧아지고 있고. 아무래도 추위는 사람을 움츠러들게 만든다. 그런 이유로 당분간 보드와는 작별을 하게 되었다.
보드, 그러니까 롱 보드를 타기 시작한 건 올해 5월 말로 그렇게 오래된 일은 아니다. 길어지는 사회적 거리 두기 기간 때문에 한동안 운동을 하지 못하고 지내던 시기였다. 집에만 있는 데다 헬스장도 가지 못하게 되니 우울감이 극에 달하고 있던 차에 누군가가 보드를 타는 영상을 보게 됐다. 나는 원래 모든 운동 종목과 인연이 없는 심각한 몸치인데, 이상하게 그 영상을 보고 나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왠지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근거 없는 자신감이 솟았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롱 보드를 사는 건 꽤 망설여지는 일이었는데, 일단 가격이 비쌌고 내가 언제 그만둘지 모르기에 그랬다. 싫증을 잘 내는 편이라 그동안은 취미로 뭘 사놓고 한 달이 지나면 잊어버리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런저런 고민만 거의 2주 가까이 하다가 결국 보드를 샀다. 다른 운동이라는 선택지가 있었다면 사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당시에는 달리 할 일이 없었다. 게다가 내가 바람을 넣은 친구가 먼저 보드를 사고 기다리고 있었던 터라 그 친구를 더 기다리게 만들고 싶지도 않았다.
그러나 환상과 현실은 달라서, 유튜브 영상에서 봤던 것처럼 멋지게 주행을 하거나 트릭을 선보이는 것은 역시나 무리였다. 매일 연습한 것도 아니고 한 달에 한두 번, 친구와 만나 공원을 네다섯 바퀴 도는 게 전부였으니 욕심을 부릴 수는 없겠지만... (마스크는 항상 착용하고 있었다). 하지만 5월부터 11월까지, 약 반년 동안 보드는 무기력에 빠져 침체되어 있던 나를 여러 번 건져내 주었다. 쓸데없는 생각이 들지 않을 때까지 보드를 타다 보면 고민하고 있던 문제나 우울감 같은 건 별것 아닌 것처럼 느껴지곤 했다. 그런 날은 밤에 잠도 잘 잤다.
무엇보다 계속 보드를 타게 만든 원동력은 아주 사소하지만 뭔가 해내고 있다는, 성취감에 가까운 감각이었다. 처음 보드를 탔을 때만 해도 바퀴가 달린 판 위에 간신히 올라가 서 있는 게 고작이었다. 남들이 타는 걸 보면 쌩쌩 잘 달리는 것 같은데 왜 나는 이렇게 균형 잡기가 힘든지. 겨우 바퀴 달린 판 위에 올라선 것만으로 이렇게 불안하고 위태로울 수 있다니.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하지만 균형을 잡을 수 있게 되면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되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되면 조금 더 속도를 내서 달리는 게 가능해진다. 연습하면 느는 게 눈에 보이기 시작하면서부터 보드 타는 게 점점 더 즐거워졌다. 같이 보드를 타는 친구의 말을 빌리자면 이렇다. “노력해서 되는 게 있다니!”
노력이 언제나 보상받지는 않는다. 세상에 마음대로 되는 일이라는 건 거의 없어서 내가 노력한 만큼 결과가 돌아오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런데 이렇게 정직하게 하는 만큼 느는 게 있다니. 새로운 발견을 한 것 같은 기분이었다. 사람들이 좋아하는 일을 하고, 뭔가를 배우고,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건 이런 기분을 느끼기 위해서구나. 올해가 시작될 무렵 좋아하는 것을 더 많이 늘려가야겠다는 다짐을 한 적이 있다. 그중에 한 가지가 내게는 보드가 되었다.
이제 당분간은 연습할 수 없겠지만 날이 따뜻해지고 봄이 오면 다시 보드를 타러 가야지.

월간 안전가옥 한 달에 한 번, 안전가옥 멤버들이 이 달의 생각을 이야기합니다.

파트너 멤버 윤이안
"이 글을 쓰고 있던 와중에 올해 야구도 끝이 났다... 봄이 다시 올 때까지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