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9월 월간 안전가옥, 운영멤버들은 "다시 태어난다면 이 캐릭터로"라는 주제로 작성해 보았습니다.
나는 못하는 말을 하는 '사이다캐'라서, 돈이 많아 보여서, 행복해 보여서, 초능력이 있어서, 천재라서 등등. 다시 태어날 수 있다면 혹은 남은 여생을 바꿀 수 있다면, 이 사람 혹은 이것(?)으로 살고 싶은 그 캐릭터에 대해 적어봤습니다.
*대상 콘텐츠의 스포일러가 포함될 수 있습니다.
쿤은 다음 생에
<비밀의 숲> 시즌 2의 한여진
TV드라마
끝까지 ‘왜’라는 물음을 놓지 않을 수 있을까?
최근 종영한 <비밀의 숲 2>를 보며 이 질문이 떠올랐다. 검찰과 경찰이 갖은 노력을 다해 사건을 수사함에도 불구하고 빠르게 잡히지 않는 범인. 그를 결국 찾게 만든 건 뭐였을까. 수 많은 증거들? 사건의 퍼즐을 맞춰 나가는 수사 능력? 배두나 배우가 연기한 한여진 경감의 모습을 보고 이를 모두 가능케 할 수 있는 건 ‘왜’라는 질문의 시작부터이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드라마의 주요 핵심 수사를 이끌어 나가는 한여진 경감의 모습을 처음 봤을 땐 그저 실행력과 추진력이 좋은 경찰이라고 생각했다. 검사 한 명이 실종된 뒤 누군가 대범하게 피범벅이 된 넥타이 사진을 보내고, 용의자는 계속 바뀌고, 범인은 빠르게 찾아지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고군분투하는 것을 보며 말이다.
하지만 그런 상황 속에서도 그녀가 절대 놓지 않고 곱씹는 것이 있다. 바로 ‘왜’라는 질문이다. 왜 그랬을까, 왜 거기로 갔을까, 왜 보이지 않았을까, 왜 물어보지 않았을까. 이와 같은 질문들을 되뇌이며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한다. 그리고 결국 범인을 알게 된 순간까지도 그녀가 내뱉은 말은 정확하진 않지만 ‘그때 왜 그걸 놓쳤을까’였다.
더 빨리 범인을 찾지 못한 것에 대해 죄책감을 갖는 그녀를 보며 안타까운 마음이 먼저 들었지만, 한편으로는 그런 마음을 갖고 끝없이 질문했기에 그 순간에라도 범인을 찾을 수 있지 않았을까. 그만큼의 시간동안 꾸준히 고민할 수 있었고, 질문을 놓지 않았기에 계속 멈추지 않고 앞으로 뻗어나갈 수 있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왜’라는 질문을 하는 것 자체에 대해 새삼스레 생각하게 만들어 준, 질문하는 것을 끝내 놓지 않고 본인의 신념을 지키려 노력하는 한여진이라는 캐릭터의 성품을 닮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일을 하다 보면, 관계를 맺다 보면 어느 정도 수준에서는 타협해 버리게 되는 순간이 있기 때문이다. 결국 그럴 수 있는 것, 어쩔 수 없는 것이라는 이해 혹은 핑계를 대며 말이다.
어쩌면 이 왜라는 질문을 하게 만드는 호기심이 나도 모르는 새 옅어진 건 아닌지, 피곤함이라는 직장인의 입버릇으로 외면하는 건 아닌지, 그래서 이를 ‘어쩔 수 없다’는 핑계로 치부하는 것은 아닌지 다시금 스스로에게 물어보게 된다.
월간 안전가옥 한 달에 한 번, 안전가옥 멤버들이 이 달의 생각을 이야기합니다.
운영멤버 쿤
"그래도 본인의 몸과 마음을 다치게 하면서까지 몰아붙이지는 말아요, 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