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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주기적으로 꽃을 사고 있습니다. 보름에 한 번 정도. 근처에 있는 자그만 꽃집에 가서 오케이 사인의 검지와 엄지 사이에 들어갈 정도만. 대충 5천 원에서 1만 원 정도.
저는 원래 꽃을 좋아하지 않아요. 시간이 지나면 시들고 잎은 떨어지며 결국 쓰레기통에 버리는 수고도 필요하니까요. 특히 꽃다발은 뒷처리가 항상 곤란하죠. 받은 직후에 버릴 수는 없는 노릇이고 나중에 버리자니 말라서 부스러기가 떨어지고. 생태계와 식물체 일부로서의 꽃은 좋아합니다. 꽃이라는 형태가 진화론적으로 어떻게 탄생했고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는 흥말 흥미로운 이야기죠. 사진이나 그림의 피사체로서의 꽃도 좋아합니다. 대학 때 생물학 수업에서 꽃 그림을 많이 그렸었고 사진부 때는 사진을 찍으며 이런저런 재미있는 시도를 해보기도 했지요. 하지만 장식으로서의 살아있는 꽃은 도무지 아닌 거예요. 그래서 저는 사람들이 꽃을 선물하는 이유를 이해하지 못했어요. 습관적으로, 예전부터 그래 왔으니까 그러는 거겠지 하며 넘어가기는 합니다. 선물한 사람의 마음은 잊지 않으려고 노력하고요.
그래서 저는 꽃을 선물해야 할 때는 그야말로 장식’물’로서의 조화를 고르거나, 꽃이라는 게 중요하다면 프리저브드를 고를 때가 많습니다. 그건 오래 가니까요.
그런데 왜 요즘엔 꽃을 자주 사는가.
가족이 좋아하니까요.
꽃을 가장 좋아하는 가족은 퇴근 후에 책상 위에 장식된 걸 보자마자 아주 비명에 가까운 환호를 질렀습니다. 이후 꽃을 바꿔줄 때마다 같은 반응이었죠. 익숙해지면 좀 잠잠해 지겠지만요. 시든 꽃은 버리고 마른 꽃은 드라이플라워로 다른 꽃병에 옮겨두고 있습니다. 작은 가족 역시 같이 꽃을 사러 갈 때마다 이거 사달라 저거 보여달라며 잔뜩 흥분을 합니다.
저는 여전히 꽃에 별로 관심이 없습니다. 꽃집 주인이 갈 때마다 꽃의 특징과 이름을 알려주지만 기억하는 건 튤립과 카네이션 밖에 없어요. 아마 앞으로도 그렇겠죠. 하지만 꽃이 일으키는 현상은 제법 괜찮은 것 같으니 당분간은 이 습관을 이어갈 것 같습니다.

월간 안전가옥 한 달에 한 번, 안전가옥 멤버들이 이 달의 생각을 이야기합니다.

파트너 멤버 해도연
“꽃 일반에는 관심이 없지만 좋아하는 꽃은 있습지다. 수국입니다. 학창 시절 골목 구석에 드문드문 피어있는 걸 좋아했죠. ‘아지사이’라는 일본어 이름의 울림도 좋았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