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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조던: 더 라스트 댄스>를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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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영멤버들의 6월 월간 안전가옥은 "이번 달에 본 콘텐츠"라는 주제로 작성되었습니다. 안전가옥에서 일하는 운영멤버들은 6월 한 달 간, 어떤 영화, TV쇼, 책, 만화, 다큐멘터리를 보았는지 함께 살펴봐요 *대상 콘텐츠의 스포일러가 포함될 수 있습니다.

뤽이 본 콘텐츠

마이클 조던: 더 라스트 댄스 The Last Dance 다큐멘터리 넷플릭스, 총 10화
출처: imdb

캐릭터 쇼

캐릭터와 팬덤. 수명이 긴 콘텐츠들 가운데 이들이 없는 것을 찾아보기는 어렵다. 최근 무려 14년의 연재에 마침표를 찍은 웹툰 <마음의 소리>도 개성있는 캐릭터(특히 애봉이..)들이 각각의 팬덤을 갖고 있었고, 한국 예능사의 한 이정표를 세운 <무한도전> 역시 아주 전형적인 캐릭터 쇼의 형태였다. 세계 최대의 팬덤을 가진 IP 프랜차이즈라 할 수 있는 MCU와 해리포터 시리즈 역시 각 캐릭터(와 기숙사)의 개성이 작품을 뚫고 나온다. 이야기에 복무하는 것이 아닌, 이야기를 스스로에게 복무하게 만든 캐릭터들이 이른바 ‘메가히트’의 필수 요소가 아닐까 싶을 정도.
그러니 요즘 웹툰, 웹소설, 혹은 미드를 보면 이 캐릭터를 빌드업하기 위한 서사가 자주 보인다. 사건을 일단 뻥 터뜨려서 이야기를 시작하고, 그 사건에 휘말린 인물들을 슬쩍 훑어주고, 그 이후 전개에서 주요 캐릭터들을 하나씩 조명하며 전사를 만들어주는 것. 이야기를 따라가며 독자들은 자연스럽게 각 캐릭터들에 대해 애정을 갖다가 나중엔 그 캐릭터의 팬이 되어버리고 만다. MCU와 <왕좌의 게임>이 아주 전형적인 이 군상극 캐릭터 쇼의 형태를 보여주며, 가까이에는 최근 웹툰 연재가 시작된 <전지적 독자 시점> 역시 이 구성이다.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는 97~98시즌 NBA 우승팀 시카고 불스를 다룬 다큐멘터리, <라스트 댄스> 역시 이 구성을 따른다. 97년 시즌을 앞두고 구단과 선수단이 벌이는 갈등과, 그에 관련한 이해관계자들을 1화에서 스윽 한 번 보여주고, 2화에서부터는 마이클 조던, 스코티 피펜, 데니스 로드맨, 필 잭슨 등의 주요 인물들의 개인사와 시카고 불스의 그간 우승 히스토리가 차례로 다루어진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극적인 마지막 우승장면으로 다시 마무리. 다큐멘터리의 탈을 쓰고 있지만, 사실 이 이야기는 그 무엇보다 정석적인 캐릭터 쇼다.

불멸의 캐릭터, 조던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조던’이 있기 때문이다. 90년대를 기억하는 이들이라면 마이클 조던이라는 이름을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을 것이다. 그리고 그 중 스포츠에 관심이 있었던 사람이라면 그 시절 조던과 시카고 불스가 이루어낸 말도 안되는 성과들을 알고 있을 것이고, 그 중 또 적지 않은 수는 당시 조던과 불스를 좋아했을 것이다. 그것은 단순히 운동 잘하는 사람에 대한 동경을 넘어선 것이었다. 현실에서 도저히 찾아볼 수 없는 괴물 같은 캐릭터가 느닷없이 나타나, 세상을 뒤흔들어버렸고, 그리고 또 연기처럼 사라져버린, 어떤 캐릭터에 대한 팬덤 혹은 사랑이었다.
미칠 듯한 경쟁심과 승부욕을 갖고있고, 스스로를 그 누구보다 혹독하게 몰아붙이며 ‘농구기계’로 만들어갔으며 단장이나 감독보다 강한 카리스마로 팀을 ‘장악'해버린 대스타. 데뷔하자마자 NBA를 정복하고, 통합 우승 3연패 이후 커리어 정점에서 1차 은퇴. 갑자기 야구를 하다가(?) 잘 안되어서 드라마처럼 다시 불스로 복귀(?)해서 다시 우승 3연패. 그리고 다시 은퇴. 여기까지 이어지는 조던의 스토리는 솔직히 지금 와 생각하면 좀 말이 안된다. 나름 한가닥 한다는 서태지의 1, 2차 은퇴도 여기에 대면 아무것도 아니다. (이후 워싱턴 위저즈 스토리는 외전 같아서 제외)
<라스트 댄스>는 이 조던의 캐릭터에 더 입체감을 부여한다. 그동안 팬덤 정도만 알고 있던 조던의 미칠 듯한 승부욕이 이 다큐에서는 진짜 가감없이 ‘박제’되어 노출된다. 농구 뿐 아니라 모든 류의 승부에 집착하고, 그 어떤 패배나 실수도 용납하지 않고, 상대의 그 어떤 쪼잔한 도발도 그냥 넘기지 않고 보복..하는 모습. 완전 팀 동료들을 쥐 잡듯이 잡는 조던의 면모가 드러나는 한편, 그 조던을 둘러싼 캐릭터들(피펜, 로드맨)의 이야기도 다루어지다보니, 당시 시카고 불스를 사랑했던 사람 뿐 아니라 그렇지 않은 이들에게도 <라스트 댄스>는 훌륭한 ‘입덕’ 교재가 된다.

웰메이드 IP 비즈니스

그저 왕년의 스타(들)를 이야기로 담아냈다 정도였다면, <라스트 댄스> 그리고 조던을 그렇게까지 대단하다 보기 어려울 것이다. 이 조던과 당시 시카고 불스라는 프랜차이즈는 비즈니스적으로도 아주 잘 조직된 IP다. 이 콘텐츠가 만들어져서 유통되는 과정 뿐 아니라, 부가가치를 만들어냈던 머천다이징에서도.
97년 시카고 불스와 조던이 절정에 있을 무렵, 구단은 한 시즌의 모-든 일정과 주요 선수에 대해 무제한으로 취재할 수 있는 권한을 제작팀에 줬다. 그리고 제작팀은 그 때 만들었던 어마어마한 자료를 갖고 ‘존버’하다가, 20년이 훌쩍 지나 <라스트 댄스>를 제작했고 2020년 공개했다. 이 이야기를 하려면 조던 뿐 아니라 팀과 농구 전반에 대한 맥락을 스토리로 풀어야 하는데 영화 한 편으로는 절대 만들 수 없는 분량이고 시리즈로 가야 했고, 넷플릭스에서 시리즈 다큐들이 잘되는 걸 보고 나서야 만들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다고.
이 <라스트 댄스>는 거-대한 프랜차이즈의 프로모 영상 같은 기능도 한다.프로스포츠는 결국 몇 명의 슈퍼스타가 리그 전체를 먹여살리는데, 르브론 이후의 슈퍼스타를 아직 못 찾은 NBA 입장에서는 기존의 스타들을 이슈화하는 니즈가 분명 있을테다. 코로나19 이후 라이브 스포츠를 보지 못하는 팬들을 위한 볼거리를 제공하는 것도 물론이고. <라스트 댄스>의 거대한 흥행은, 경기가 없어도 NBA에 대한 관심을 뜨겁게 유지하는데 큰 도움이 되겠지. (넷플릭스에서는 올 초 사망한 블랙맘바, 코비 브라이언트의 다큐도 제작 중이다)
무려 <슬램덩크>에도 조던이 나온다. 에어조던1 레트로 하이, ‘짐 레드' 모델
그리고 조던은 그 자체로도 최고의 머천다이징 시스템을 가진 IP다. 아디다스, 컨버스, 리복보다 밑이던 듣보잡 신생브랜드 나이키를 지금의 나이키로 만든 일등 공신이자, 스포츠스타 개인의 이름을 딴 브랜드로는 지금까지도 최고의 매출을 올리는 IP가 조던이니까. 심지어 조던은 세계구 프랜차이즈다. 나이키가 만드는 조던의 ‘굿즈’는, 이번 <라스트 댄스>를 계기로 또 한 번 불티나게 팔려나가겠지. (최근 디올과 콜라보한 에어조던1 레트로 모델은, 8천 족만 한정 판매하는데 500만 명이 몰렸다고 한다. 현재 리셀가는 2만 불을 호가하고, 조만간 3만 불 넘어갈 기세랜다)

GOAT

<보헤미안 랩소디> 영화가 글로벌에서 흥행하며 퀸과 프레디 머큐리 개인에 대한 스토리가 한참 화제였다. 퀸의 훌륭한 음악도 물론 다시 히트했지만, 인기의 정점에 있던 스타의 외로움과 동성애와 에이즈에 대한 관심도 같이 환기되며 '라이브 에이드’가 재현되기도 했다.
마이클 조던은 역대 최고의 농구선수이기도 했지만, 그렇기 때문에 흑인의 아이콘이기도 했다. 당시 프로스포츠와 대중문화는 흑인에게 굉장히 배타적이었다. 그 때 마이클 조던은 개인의 기량으로 그 판을 씹어먹었고, (신생 듣보 회사 '나이키'와 함께) 자신의 이름을 딴 농구화를 히트시켰으며, 미디어에 적극적으로 출연하며 대중을 홀렸다. 그는 자신만만하고 매력적인 자신의 캐릭터를 ‘밈’화 시켰다. 나이키와 함께 조던을 상징하는 브랜드인 게토레이가 ‘Be Like Mike’ 광고를 무려 스파이크 리에게 맡겨서 만들었다. 이는 흑인 커뮤니티의 자부심이 되었다.
*이건 뭐 공익광고인가 싶을 정도. 1992년 게토레이 광고
개인의 힘으로 최고의 성취를 이루었고, 그는 커뮤니티를 대표하는 하나의 캐릭터이자 상징이 되었다. 사람들은 ‘조던'을 사며 그 커뮤니티의 일원이 된다. <라스트 댄스>는 이 커뮤니티를 위한 일종의 교재이자, 서비스다. 시대의 주역들이 은퇴 20년 후 다시 만든 코멘터리 영상이 붙어있는. 조던이 이 다큐를 통해 얻은 수익 300만 불 전액을 기부한다고 밝힌 것, 조지 플로이드 사건 이후 1억 불을 기부해 재단을 만들겠다고 한 것도, 이 스토리의 연장선상이다. (물론 여전히 연수입은 천억이 넘고.. 자산이 조 단위..라서 수퍼스타 중에서도 탑 부자..다)
The Greatest of All Time. 조던 외에 누가 감히 이 말을 쓸 수 있을까.
+
이 쇼는 넷플릭스 오리지널처럼 보이긴 하지만 사실은 ESPN의 콘텐츠다. 미국에서는 ESPN, 미국 외 지역에서 넷플릭스로 유통되는 것. 그리고 ESPN는 디즈니의 자회사다. 갓즈니 역시 원천IP의 왕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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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이것이 바로 2천만원 짜리 신발입니다. 에어 디올

월간 안전가옥 한 달에 한 번, 안전가옥 멤버들이 이 달의 생각을 이야기합니다.

운영멤버 뤽
"97년의 저는 중학교 2학년이었습니다. <슬램덩크>도 그 무렵 완결났어요. 중2병 걸린 친구가 그럼 조던 보고 얼-마나 환장했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