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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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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관을 바꿀 정도로 영향을 준 작품. 내게는 그런게 없다고 생각했다. 뭐 영화나 노래, 그림, 소설, 만화 기타 등등 모든 창작물을 포함해서. 일단 내 취향에 맞지 않을 것 같은 작품을 내 손으로 먼저 접하는 경우가 없어서. 그러니까 편식을 많이 한다는 얘기다. 뮤지컬이라는 장르가 내게 그랬다. 내 손으로 찾아서 볼 일 없는 장르. 연극원 입시 준비 시작 전까지는 내 손으로 뮤지컬을 봐 본 기억이 없다.
엄청 운이 좋게 조승우가 연기하는 <헤드윅>을 본 적이 있다. 고등학생 때 사귀었던 남자친구의 엄마가 200일 기념으로 예매해주셨는데 당시에는 이 티켓이 얼마나 구하기 어려운지 잘 몰랐다. 웬 뮤지컬이냐면서 툴툴 대던 기억이 난다. 창작을 한다는 사람치고 줄거리나 장면을 잘 기억하지 못하는 편인데 아직도 헤드윅의 넘버 'The Origin Of Love'가 문득 문득 떠오른다. 너무 좋았어서? 분명 당시에는 좋은 의미로 엄청 충격적이었다. 헤드윅의 스토리가 평범하게 자란 대한민국 고딩에게 충격적이긴 하다만. '사랑', 엄청 광범위한 감정. 누군가 설명해줄 수 도 없고 늘 염세적인 태도를 지니고 있는 내가 제대로 이해할 수나 있을까 싶었던 감정. 헤드윅을 보고 처음으로 사랑이라는 감정을 이해할 수 있었다.
'The Origin Of Love'의 가사에는 '두쌍의 팔과 두쌍의 다리를 가진사람, 하나로 된 머리안에 두개의 얼굴 가진사람'이 등장하고 그들을 두려워하던 제우스가 붙어있던 몸 가운데를 잘라버린다.
나는 기억해 두개로 갈라진후
너는 나를 보고 나는 너를 봤어,
널 알것같은 그 모습 왜 기억할수없을까
피묻은 얼굴 때문에 아니면 다른 이유일까
하지만 난 알아 네 영혼 끝없이 서린 그슬픔
그것은 바로 나의 슬픔 그건 고통
심장이 저려오는 애절한 고통
그건 사랑
그래 우린 다시 한몸이 되기위해 서롤 사랑해
그건 making love, making live
오랜 옛날 춥고 어두운 어느 밤
신들이 내린 잔인한 운명
그건 슬픈 얘기 반쪽되어 외로워진 우리 그 얘기
한 몸에서 떨어져나간 내 반쪽, 그것을 그리워하는 감정을 사랑이라고 이해했다. 왜 이렇게 늘 불완전한 상태였을까, 그건 내가 온전한 하나가 아니었기 때문이야. 곧 성인이 되는 열아홉살의 나는 그때부터 떨어져나간 반쪽을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그것이 불완전한 나를 완전하게 만들어줄 수 있을 것이라 믿었으므로. 지금 돌이켜보면 막 성인이 되는 시점에서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 생각이었다는 생각이든다. 반쪽을 찾기 위해 나는 너무 쉽게 마음을 내어주었고 너무 쉽게 상처를 받았다.
깨닫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났다. 나는 원래 온전한 하나로 태어났다는 것을. 내가 찾아야했던 것은 나에게서 떨어져나간 반쪽이 아니라 외로움이란 그늘 아래 가려져있던 내 절반. 꼭 누군가를 찾아서 사랑해야할 필요는 없다. 가려진 내 절반을 알아가는 과정만으로도 내 삶은 아주 치열하다. 생각을 멈추지 않는 나에게 땀흘리며 운동하는 시간이 얼마나 감사한 시간이지도, 혼자 한강 벤치에 앉아 마시는 하얼빈의 맛도, 좋은 문장의 힘으로 하루를 버틸 수 있다는 것도. 어쩌면 혼자가 아니라면 알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만약 나를 사랑하는 것 이상으로 다른 사람을 사랑하게 되더라도. 반쪽과 반쪽이 만나 하나가 되는 것이 아니라 온전한 한 사람과 온전한 한 사람이 만나 두 사람이 되는 것. 한 사람이 떠나도 다른 한 사람이 무너지지 않을 수 있게, 우리는 두 사람으로 존재해야 한다. 그런 감정으로 무엇보다도 가장 소중한 나를 다치게 할 수 없으므로.

월간 안전가옥 한 달에 한 번, 안전가옥 멤버들이 이 달의 생각을 이야기합니다.

파트너 멤버 최수진
"어머니는 어떻게 조드윅 티켓팅에 성공하셨냐고 묻자 전남자친구는 부하직원에게 시킨거라고 알려줬습니다. 사회생활 6년차.. 지금은 마냥 웃을 수 없는 얘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