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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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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은 여러모로 힘든 시기였습니다. 왠지 그랬어요. 새로운 일은 계속 쌓여가는데 그렇다고 눈 앞의 일은 해결되지 않는. 그렇다고 카타스트로피를 외칠 만큼 극적인 것도 아닌, 흔하디 흔한 일상의 위기지요. 그래서 지금은 이 소심했던 위기의 여파를 해치기 위해 노력 중입니다.
달리 말해 지금은 시간이 부족하다는 거고 결론부터 말해 조금 꼼수를 부리겠다는 거지요
꿈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가끔 꿈을 일기에 남기기도 하거든요. 그 중 몇 개를 골라와 소개해 드리지요. 아침 또는 새벽에 일어나 썼던 문장, 날 것 그대로의 꿈의 기록입니다. 물론 인명과 고유 명사는 생략.
2020. 2. 8.
바다는 하얀 안개로, 육지는 빨간 안개로 뒤덮인다. 안개에 둘러쌓인 사람은 아무래도 죽는 모양. 그 와중에 제법 넓은 집 한 곳은 단단하 밀폐되어 있어 다행히 안개가 침범하지 못한다. 나는 그곳에 있고 비교적 어린 여성이다. 보고 싶은 책과 영화가 있다. 그리고 이 집안에 안개 현상을 만들어낸 사람들과 관련된 중년의 남성이 있다. 메마르고 밝은 피부의 중동계? 지저분한 머리카락과 수염. 역할은 나를 감시하는 것. 어쩐 이유에서인지 책과 TV가 있는 공간에서 나와 넓은 부엌으로 옮겨간다. 나는 그가 배 고프다는 걸 알고 맛있는 요리를 해줄테니 책을 가져올 수 있게 해달라고 한다. 그는 거절한다. 이곳에 나와 남자만 있지 않다. 나의 시점은 조금전까지 나였던 어린 여성의 남매 또는 연인인 젊은 남성으로 변한다. 어디서 전화가 오고 중년의 남성에게 바깥을 보라고, 상황을 파악하라고 얘기한다. 창문 밖에서는 안개가 옅어지고 집안에 숨어있던 사람들이 나와 서로를 찾는다. 나는 당장 창문을 열고 탈출한다. 그리고 습하지만 차가운 공기를 들어마신다. 위기감은 사라지고 내 눈앞에 커다란 다리를 지지하고 있는 높은 기둥이 나타난다. 너무 높아서 기둥 끝에 있는 다리는 구름 또는 안개에 가려 보이지 않는다. 기둥 아랫부분은 마카롱을 대충 잔뜩 붙여놓은 듯한 모습에 그 위는 조금 납작한 마시멜로를 성의없이 쌓아둔 모습이다. 내가 어떤 남자에게 묻는다. 얼마나 많은 무게를 견딜 수 있냐고. 남자는 2천 킬로그램이라고 대답한다. 몇 가지 더 물으려고 하고 남자도 뭔가를 보여주려고 하는데 다른 곳에서 누군가 그 남자를 불러 그는 그곳으로 간다.
2015. 5. 5.
가끔, 꿈속에서만느낄수있는데자부를경험할때가있다.
예전에, 어떤 사고에 대한 꿈을 꿨었다.
대학생 영화서클에서 촬영을 하고 돌아오며 자동차로 도로를 달리던 중, 반대편 차선에서 달려오던 일가족의 자동차와 정면 충돌. 충돌 자체는 그렇게 크지 않았지만, 대학생들의 자동차엔 영화 촬영용으로 사용하던 폭발물이 담겨 있었고, 그것이 충돌 후 폭발했고 파편들이 충분히 살아남을 수 있었을 탑승자들의 목숨을 앗아갔다. 이 사고로 단 한 사람을 제외한 일가족과 대학생들 전원이 현장에서 사망. 유일한 생존자는 마로라고 불리는 학교도 안들어갔을 법한 소녀였고, 병원에서 깨어난 소녀는 사고에 대한 소식으로부터 철저히 차단되며 영문을 알 수 없는 생활을 이어나갔다. 어째서인지 가족을 그렇게 애타게 찾지는 않았다.
하지만 여기까지는 꿈 속에서의 배경. 꿈의 내용은 위의 사고를 촬영한 영상이 얼떨결에 생방송을 타버린 것. 독자의 투고 영상을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방송이었는데 악의적인 투고와 스탭의 실수로 인해 검열되지 못했다. 영상은 수 분 정도의 짧은 길이였는데, 대부분의 내용은 다양한 영화의 예고편을 편집해 하나의 이야기를 만든 작품이었다.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한 것은 샘 레이미의 “스파이더맨2”의 영상. 그런데 그 영상의 마지막 2분 즈음에 가서는 노이즈가 섞인 검은 화면이 잠시 이어졌다. 검은색 바탕에 노이즈만 간혹 보이는 브라운관 화면을 그대로 촬영한 영상이었다. 왠지 기분나쁘다라는 맨트가 들려온다. 그후 천막용 비닐로 어설프게 만들어진 파란색 커튼이 나타났고, 거기에는 마리오네트 조종용 실처럼 보이는 흰색 끈이 몇 개 내려와 있었다(네다섯 가닥이 모여서 두 세 곳). 하지만, 끈에는 인형은 물론 아무것도 연결되어 있지 않았고, 끈의 끝은 파란색 비닐이 덮인 바닥에 힘없이 늘어져 있었다. 파란색 커든의 틈 사이로 어렴풋이 붉은 색 벽돌로 된 벽이 보였다. 그리고 화면이 바뀌면, 항공 사진처럼 보이는 것이 나타난다. 그리고 조금씩 확대되고 큰 도로 한가운데 두 대의 차량이 부서져 있는 모습이 나타난다. 그 두 대의 차량 사이에는 어렴풋이 사람의 형태를 알아볼 수 있는 물체가 몇 개 놓여있다. 하지만 아슬아슬하게 해상도가 낮아 그게 시신이라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하지만 분명히 알 수는 있다. 그리고 사진이라고 생각했던 그 모습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주변에 몰려있는 사람들과 차량들이 조금씩 움직인다. 사진이 아니라 영상이었던 것. 그렇게 사고의 모습이 생방송을 타고 말았고, 방송사에서는 사태 수습에 나서고 한참 난리가 이어진다.
그때 누군가 의문의 목소리를 표한다. 이걸 도대체 누가 어떻게 찍고 왜 방송에 보냈는가. 검은색 브라운관 화면과 파란 커튼, 그리고 몇가닥의 실은 무엇인가. 방송사는 며칠후, 한국의 떡볶이를 좋아하는 마로의 이야기를 내보냈다. 마로는 여전히 사고에 대한 사실을 모르고 있었고, 더욱 신기하게도, 제법 시간이 지났음에도 가족의 행방에 대해 별로 관심이 없어보였다.
언제 꾼 꿈인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오래전이어서 한동안 잊고 지냈다. 그런데 오늘 기억이 났다. 어제 잠을 제대로 못자서 정신이 몽롱해 잠시 낮잠을 잤다. 그런데 꿈 속에서 위에서 언급한 영상의 마지막 3분이 담긴 영상을 봤다. 원본은 아니고 위의 방송을 녹화한 것이었다. “스파이더맨2”를 편집한 영상이 잠시 이어지고 검은 브라운관 화면을 찍은 모습이 나오고, 그걸보고 누군가가 기분 나쁘다라고 말하는 소리가 들린다. 그리고 잠시 뒤, 파란색 커튼과 흰 색 실 그리고 붉은 벽이 나타난다. 그때부터 이게 무엇이었는지 어렴풋이 기억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예상대로의 영상이 흘러나오는가 싶었는데.. 화면이 편집되어 있었다. 실제 촬영장면이 아닌, 뉴스 등에서 사용하는 어색한 재현용 애니메이션 같은 영상으로 교체 되어 있었던 것. 하지만 구도나 움직임은 거의 같았다. 그런 영상에 YouTube에 올라와있었고, 그걸 내가 본 것. 사고 영상이 교체되어 있었음에도 굉장히 꺼림칙한 기분이 들었고, 그 상태에서 잠에서 깼다.
그리고 한참동안, 그 사고가 현실이었는지 꿈이었는지 구분이 가지 않았다. 분명 저 사고가 오래전에 있었고 방송사고 역시 관심을 끌었었다는 걸 기억하고 있었다. 그래서 처음엔 인터넷으로 검색 해볼까하는 생각마저 했다. 나중에서야 오래전 꿈에서 봤던 것이라는 것을 떠올렸다.
..
내용이 좀 이상한 꿈이긴 하지만, 하여간 이런 경험이 있다. 꿈 속에서 왠지 예전이 본 적이 있는 듯한 곳에 갔는데, 꿈에서 깨고 나서도 그게 어딘지 기억이 나지 않는 것이다. 그렇게 한참을 고민하고나서야, 오래전에 같은 장소를 배경으로 한 꿈을 꾼 적이 있다는 것을 떠올리고, 특정 장소와 환경을 공유하는 꿈이 간혹 있다는 것을 신기해 한다. 그리고 또 그걸 잊는다.
뭐, 그런 이야기.
2014. 8. 3.
꿈을 꿨다. 이렇게 선명한 꿈은 굉장히 오랜만이다. 존재하지 않는 인물이 등장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YY 선배의 동생이라는 설정이었고, 굉장히 머리가 좋은 사람이며 성격도 쾌활하고 행동적이었다. 하지만 그 사람은 XX의 역사에서 숨겨진 인물과 같았다. 이 사람을 A라고 한다.
어디론가 여행을 갔다. 굉장히 자연에 가까운 곳으로. 도착한 곳은 역 바깥엔 아무것도 없는 곳이었다. 마른 땅과 널브러진 커다란 돌의 그림자 속에서 자라는 작은 풀들, 그리고 오른쪽엔 가파르게 파인 절벽이 있었다. 내가 미처 역의 개찰구를 나가기도 전, A가 몇 사람과 함께 바깥으로 뛰어나갔다. 절벽 근처에서도 대담하게 뛰어다녔다. 내가 개찰구에 다가갔을 즈음, A가 순식간에 절벽 너머로 사라졌고, 사람들의 비명이 이어졌다. 사람들이 절벽 근처로 몰렸다. 나도 그곳에 다가갔지만 잘 보이지 않아 여러번 자리를 바꿨다. 결국 보고 말았다. 절벽 아래에 있는 밝은 색의 바위로 된 바닥에 너무나도 선명하게 그리고 날카롭게 퍼져 흐르는 붉은 피. 그리고 작은 그림자처럼 보이는 힘없이 널브러진 A의 몸.
그 장면이 너무나 선명하여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강하게 밀려왔다. 절벽 아래로 떨어지는 A의 모습이 떠올랐고, 무겁고 단단한 머리가 절벽 바닥을 내리치며 커다란 소리와 함께 산산히 부서지는 모습, 그리고 터진 물풍선의 물처럼 쏟아져나와 흘러내리는 선홍빛의 피. 그 사이에 보이는 뇌의 조각. 꿈 속에서의 상상이었음에도 소름끼칠 만큼 선명했다. 조금전까지만 해도 여기서 뛰어놀던 사람이다. 조금전까지만해도 저 작은 머리 속의 뇌는 한 사람의 삶을 담고 한 사람의 지금을 움직이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처첨히 뭉개진 고깃덩어리일 뿐이다. 내가 아끼는 사람들의 모습이 지나갔다. 절벽 아래의 모습이 내가 아끼는 사람들의 모습으로 일순간 바뀌어갔다. 죽음이란 갑작스럽게 방문해오고 그 모습은 결코 아름답지 않다는 문장이 눈 앞을 지나갔다.
2013. 11. 30.
배에서 벗어날 날을 꿈꾸는 소녀.
그 꿈을 이뤄주고 싶은 방랑자.
배에서 벗어난 하루를 지낸 소녀.
하지만 누구도 배에서 벗어나지 않았었다.
2013. 2. 2.
구조원들과 경찰이 상황을 수습하는 동안 마지막 세명은 서로 종이를 넘기며 확인했다. 마지막에는 모두가 다른 이름을 적었었다. Mom, her father, 그리고 다른 누군가.
여자는 구조원들의 도움을 받아 마지막에 그곳을 떠나면서, 그동안 지나쳐온 장소를 바라보며 고통과 공포 속에서 자신이 버린 소녀를 떠올렸다. 마지막 순간을 지낸 산장의 새파란 나무벽, 폭풍우를 피했던 숲속 길가의 새파란 나무벽의 작은 창고 속 다락방, 곧게 서서 표정 없이 여자를 바라보는 창고의 주인, 기괴한 물건들을 모아둔 고물점, 그 속의 소녀를 닮은 기괴한 마네킹. 하지만 검은 기운 속에 휩싸여있는 소녀는 살아서 돌아가는 여자의 마음 속에서도 결코 그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다.
모두 감추고 있는 사실을 고백하라.
모세는 자기가 폴을 죽었다고 했다. 그가 부탁해서. 그가 밖에 있다. 두꺼운 점퍼를 입은 그의 모습이 흐린 창 밖에 보인다. 누군가가 그를 발견해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움직이지마. 그에게는 우리가 안보일거야. 얼마지나지 않아 총기를 든 사람들이 도착한 듯한 불빛이 보였고, 범인 폴이라고 생각한 창 너머의 그림자는 잠시 당황한지 수 초 후에, 총탄의 빗속에서 피를 뿌렸다. 어디까지나 창 너머 그림자의 모습으로. 붉은 그림자로.
밑에 있는 녀석들을 불러 모으겠다.
비가 왔던 다락방처럼 좁지만 여러가지 물건으로 가득한 곳. 비슷한 혹은 똑같은 다른 다락방. 사람들이 모여있다. 물건들 속에 의도적으로 흐트러져 있는 성인잡지와 디비디. 하지만 진짜 무언가가 감추어져 있다. 모두 감추고 있는 사실을 고백하라.
폭풍우 속에서 사람들은 새파란 나무벽으로 된 창고의 다락방으로 숨어들어갔다. 작지만 따뜻했다. 여자는 소녀와 온기와 이야기를 나눴다.
폭풍우가 그치고 창고를 나올 때, 곧게 선 창고 주인이 표정 없이 그들을 바라봤다.
눈부신 빛이 들어오는 기괴한 물건들의 방. 소녀를 닮은 기괴한 마네킹을 비추는 눈부신 빛.

월간 안전가옥 한 달에 한 번, 안전가옥 멤버들이 이 달의 생각을 이야기합니다.

파트너 멤버 해도연
"제가 처음으로 이성에 대한 감정을 느꼈던 건 아주 어릴 적 꿈에서 만난 ‘체이’라는 이름의 소녀였답니다. 체이는 신발장에서 자는 걸 좋아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