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decca님(howmystery.com 운영자)께서 '코지 미스터리란 무엇인가?’ 를 통해 코지 미스터리의 장르적 특성과 대표적인 작품을 짚어주셨습니다. decca님께서 개괄적인 설명을 해주셨다면 이번에는 범위를 조금 더 좁혀볼까 합니다. 이 글에는 안전가옥이 보고싶은 코지 미스터리의 특징을 정리했습니다. 이번 공모전에서 보길 바라는 코지 미스터리의 상은 어떤 것인지 대략 감을 잡으실 수 있을 것입니다. 부디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이 글에서 예시로 드는 작품들은 코지 미스터리이기도 하고, 코지 미스터리의 특성을 일부 가진 다른 장르이기도 합니다. 코지 미스터리 장르에 대한 설명은 앞서 발행한 decca 님의 글을 참조하셔서 명확히 이해하시고 이 글을 보시길 추천드립니다.
1. 소시민의 활약
애거사 크리스티의 마플 시리즈(미스 마플 시리즈)
소설 <여름, 어디선가 시체가> 박연선 저, 놀(다산북스)
코지 미스터리에는 할머니 주인공이 자주 등장합니다. 왜일까요? 코지 미스터리에도 미스터리적 서사가 분명 존재하지만 그것을 해결하는 방식에서 본격 미스터리와 큰 차이가 있습니다. 왜냐면 그것을 ‘해결하는 사람’이 본격 미스터리의 수사 탐정과는 다른 결을 가졌기 때문입니다.
<애거사 크리스티의 마플 시리즈>를 볼까요?
제인 마플 할머니가 사는 조용하고 작은 마을에 살인 사건이 발생합니다. 마플 할머니는 경찰 수사관과 달리 딱딱하거나 위압적이지 않고 친근하고 다정한 사람이다 보니, 사람들은 할머니에게 경계심 없이 자신이 알고 있는 이야기를 털어놓게 됩니다. 마찬가지로 마플 할머니는 우연히 들은 이야기와 뛰어난 관찰력으로 사건 해결에 실마리를 제공하지요. 다만 정작 사건을 해결해야 하는 경찰은 할머니의 도움을 받아들이길 꺼려하거나 듣고도 흘려버립니다. 하지만 결국 모두의 편견을 깨고 마플 할머니의 비교할 수 없는 관찰력은 승리하죠.
드라마 <연애시대>와 <청춘시대>등 소설보다는 영화나 드라마 작가로 잘 알려져 있는 박연선 작가의 <여름, 어디선가 시체가>에는 홍간난 여사와 할머니의 백수 손녀 강무순이 등장합니다. 15년 전 두왕리라는 마을에서 잔치가 벌어진 어느 날, 네 명의 소녀가 실종되는 사건이 발생합니다. 이는 당시 해결하지 못하고 오랜 기간 미제 사건으로 남았는데요, 어릴 적 홍간난 여사에게 맡겨 길러진 손녀 강무순은 백수가 되어 다시 홍간난 여사와 함께 동거하게 됩니다. 강무순은 특유의 호기심과 관찰력으로 미제 사건이었던 네 소녀 살인 사건을 해결해 나갑니다.
사회적 목소리가 작은 사람들, 사람들의 관심에서 물러나 있는 사람들. 영화로 치자면 주인공이 될 수 없는 미약해 ‘보이는’ 사람들이 코지 미스터리에서는 대활약합니다.
2. 유머와 앙상블
소설 <하드보일드 에그>, 오기와라 히로시 저, 작가정신
영화 <거북이는 의외로 빨리 헤엄친다>, 2006
코지 미스터리의 캐릭터는 다른 무기가 있어야 합니다. 그게 사건을 직접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이 아니라고 할지라도 사건과 또 다른 인물들과의 앙상블이 가능하면 좋습니다. (코지 미스터리는 어쩌면 작가 자신이 깊게 빠져있는 무언가를 캐릭터에 적용하기에 좋은 장르일지도 모릅니다.)
“처음에는 위스키를 스트레이트로 마시는 것이 내 방식이었다. 맛도 모르면서 반년 간 계속 그렇게 마시다 결국 위에 구멍 세 개를 냈다. 아쉽게도 하드보일드는 내 위장에 맞지 않았나 보다.”
<하드보일드 에그> 중
소설 <하드보일드 에그>에는 하드보일드를 꿈꾸지만 ‘전혀’ 하드보일드에 어울리지 않는 사립탐정 슌페이가 등장합니다. 슌페이는 레이먼드 챈들러와 필립 말로를 동경하는 인물입니다. 찌는 듯한 더위에도 ‘굳이’ 검정 양복을 입어가며 온갖 폼을 잡지만 언제나 의뢰받는 사건들은 사라진 애완동물을 찾아주는 소소한 일뿐입니다. 여기에도 역시 슌페이의 조수로 채용된 무려 80대의 아야 할머니가 등장하는데요, 아야 할머니는 80대라는 나이에도 불구하고 언제나 모든 현장을 쫓아다닐 정도로 의욕이 넘칩니다. 슌페이가 가진 하드보일드에 대한 이상과 자신의 능력의 단차 그리고 아야 할머니가 가진 자신감과 신체적 조건의 단차는 웃픈 순간을 만들어내며 이야기의 재미를 더합니다.
영화 <거북이는 의외로 빨리 헤엄친다>는 캐릭터가 가진 존재적 가치에 대한 생각을 전복시킨 이야기입니다. 주인공인 스즈메는 애완 거북이에게 밥 주는 게 일상의 거의 전부인 평범한 주부입니다. 존재감이 없어도 너무 없어서 ‘혹시 사람들 눈에 내가 안 보이나?’ 할 정도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 첩보원 모집 광고를 발견하는데 그 곳에서 만난 쿠기타니 부부는 스즈메처럼 ‘평범한 사람’이야말로 스파이에 적격이라고 하지요. 그때부터 스즈메는 세상에서 가장 평범한 일상을 살기 위한 임무를 수행합니다. 이처럼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에서는 ‘약점’ 일 수 있는 특징이 코지 미스터리 안에서는 ‘매우 중요한’ 특징이 될 수 있고 이것은 독자에게 코지 미스터리의 매력으로 다가갈 것입니다.
3.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공하는 이야기
이야기를 다 읽은 끝에 씁쓸함을 남길 것인가, 유쾌함을 남길 것인가는 작가의 선택입니다. 다만 안전가옥은 우리의 주인공들이 사건 해결에 ‘성공하는’ 이야기이길 바랍니다. 살짝 부족한 인물이 자신의 개성과 투철한 호기심, 통찰력으로 결국 사건을 해결하는 이야기이길 바랍니다.
코지 미스터리는 유머와 휴머니즘이 녹아있는 장르입니다. 미스터리 앞에 ‘코지’가 붙은 이유는 단순히 서사적으로 편안하게 읽을 수 있는 이야기이기 때문만은 아닐 것입니다. 코지 미스터리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모두 완벽하지 않습니다. 완벽하지 않은 사람들이 완벽하지 않는 방식으로 결국 해내는 이야기. 이것은 판타지 장르와는 다른 종류의 용기를 주고, 일상에서 새로운 상상이 가능해집니다.
다시 한 번 정리하자면,
소시민의 활약
사회적 목소리가 작은 사람들, 사람들의 관심에서 물러나 있는 사람들의 활약
드라마 <애거사 크리스티의 마플 시리즈>, 소설 <여름, 어디선가 시체가>
유머와 앙상블
이상과 현실의 단차, 웃픈 순간, 캐릭터간의 만담
소설 <하드보일드 에그>, 영화 <거북이는 의외로 빨리 헤엄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공하는 이야기
살짝 부족한 인물이 개성과 호기심, 통찰력으로 결국 사건을 해결하는 이야기
재미있는 콤비를 만나고 싶습니다. 그들이 주고받을 대화들, 기대하겠습니다.
글. Hayden(이은진) "코지 미스터리를 쓰시는 동안 작가님들 또한 즐거우시길"
편집. Clare(최다솜) "이번 겨울은 담요 속에서 마플 할모니와 함께 보내야겠어요..! (즐거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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