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칭찬은 금방 잊히는데 욕은 기억의 가장 깊은 곳에 자리잡아 끝도 없이 나를 괴롭힐까? 한 열흘 전에, 내가 딱히 에고서치를 한 것도 아니고 정말 어쩌다 보니까 나를 욕하는 사람을 보았다. 타인의 글과 비교하면서 내 글이 초등학교 분식 수준이라고 하던데 그게 진짜 너무 신경쓰여서 요새는 아무것도 손에 안 잡힌다. 아니 오디오북 첫 소설을 내가 녹음한 것까지 비난하던데 그건 내가 하고 싶어서 한 것도 아니고 출판사 기획 하에 한 거였는데 내가 그렇게 조롱을 받아야 하나…
오늘은 빵이랑 고기를 사서 집에 오는데, 집에 가면 글을 써야 한다는 생각이 드니까 길거리에 버려져 있는 의자에 앉아서 펑펑 울고만 싶었다.
어쩌면 그 비난이 내 컴플렉스를 정확하게 겨냥해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내 이해가 얄팍하고 교양이 천박하다는 생각을 하루이틀 한 것이 아니다. 글을 쓰고 발표할 때마다 내 생각이 얼마나 가벼운지 사람들한테 전시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무서워 죽겠다.
지금은 장편 하나랑 에세이집 하나를 거의 다 썼는데 퇴고를 도저히 못하겠다. 장편은 일부러 이전에 흔히 쓰던 가볍고 웃긴 소설이 아니라 좀 어둡게 썼는데, 이제 내가 재밌다고 좋아하던 사람들마저 나를 떠날 것 같다는 생각에 자다가도 몸서리를 친다. 에세이는 소설의 허구라는 무기도 없이 내가 그대로 노출된다는 생각을 하니 다른 사람들 앞에 나체로 서게 되는 것 같다.
응원하는 사람이 욕하는 사람보다 더 많다는 걸 알고 있다. 그런데 왜 비난 하나가 칭찬 수백 개보다 힘이 강한지 모르겠다. 나는 칭찬을 들어도 "이 사람이 속으로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데 나를 위로하기 위해 하는 말은 아닐까?" 하는 의구심부터 떠오른다. 몇 번이고 보통 사람들이 그렇게 겉과 속이 다르지 않다는 것을 되새기면서도, 나는 나에 대한 비난만이 진실 같다. 내가 만드는 것을 전혀 즐기지 못하고 있다.
그동안 앓아왔던 정병들이 내 정신을 으깨놓은 걸지도 모른다. 내가 하도 오랫동안 공포와 불안 속에 살아와서 뇌가 그걸 더 익숙하게 여기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
요새는 매일 생각한다. 하던 프로그래밍을 꾸준히 했으면 괜히 불특정 다수한테 내 컴플렉스를 비난받을 일은 없을텐데, 일자리가 이렇게 불안정하지는 않을텐데 하는 생각을. 이번 해도 단편이랑 장편이 쭉 밀려 있는데 이걸 다 쓸 수는 있을까? 지금 나는 이천 자도 못 쓰겠는데.
어쨌든 작년 6월에 전역하고 전업작가로 2500만원 모으겠다던 경제적 목표는 이뤘으니 올해도 경제적 목표를 세운다. 올해 3천만원 못 벌면 절필을 하고 마산으로 내려가서 가업을 물려받아 피조개를 키우든가 해야지.
월간 안전가옥 한 달에 한 번, 안전가옥 멤버들이 이 달의 생각을 이야기합니다.
파트너 멤버 심너울
“어쩌면 애초에 서울에 올라오지 않는 게 가장 좋았을 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