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들어가며
<호랑공주의 우아하고 파괴적인 성인식>이 출간되었습니다. 그 기념으로 소설 안에서 쓰인 음악들에 대해 간략히 적어볼까 합니다. 소설의 스포일러가 될 수도 있으니, 내용에 대해 알고 싶지 않은 분들은 읽지 않으시는 편을 권해요.
1. God Save the Queen
섹스 피스톨즈의 대표곡입니다. 영국의 국가와 제목이 같죠. 갓 세이브 더 퀸, 더 파시스트 레짐!
호랑공주의 우아하고 파괴적인 성인식은 대한제국이 붕괴되지 않고 현대까지 이어진 가상의 시간선을 배경으로 하고 있지요. 그리고 대한제국의 대표적인 황제들은 모두 여성이었다는 설정이고요. 그러니 당연히 이 노래가 나와야만 했습니다.
하지만 사실 전 섹스 피스톨즈를 그렇게까지 좋아하진 않아요. <NANA> 때문만은 아니긴 한데...아니, <NANA> 때문일 수도 있겠네요. <NANA>를 재밌게 보긴 했지만 <NANA>에서 섹스 피스톨즈를 다루는 방식은, 아니 일본 서브컬쳐에서 아이돌들을 다루는 방식에는 거리감이 있거든요.
2. The Choice is yours
Black sheep의 음악이라고 합니다. 왜 입니다, 가 아니라 합니다, 라고 적었냐면 제가 원래 알던 노래가 아니라 <스파이더맨-뉴 유니버스>의 삽입곡으로 알게 되었기 때문이에요. 소설에 넣은 곡도 원곡이 아니라 영화의 리믹스 버전이었지요.
영화에서 이 노래가 쓰인 장면과 소설에서 이 노래가 쓰인 장면은 내용 상으로 동일한 장면이기도 합니다. 누군가의 기대가 성가신 나머지 자신만의 그림을 그리는 장면이지요. 물론 이러한 태도는 작품의 여러 사건들을 통해 점차 변하게 된다는 점에서도 동일합니다.
<스파이더맨-뉴 유니버스>는 작업 도중 정말 반복해서 본 작품이에요. 요즘도 계속 돌려보고 있고요. 그냥 이 영화의 모든 점을 좋아하거든요. 전 듀얼 모니터로 작업을 하는데, 사이드 모니터에는 이렇게 배경영화를 틀어놓고 소설 작업을 하고는 합니다.
3. Johnny B. Goode
척 베리 버전이 아닙니다. 마티 맥플라이 버전이에요. 물론 곡의 깊이는 척 베리 버전이 백만배 뛰어나고, <백 투 더 퓨쳐>의 이 장면은 흑인 문화의 중요한 성취를 백인이 강탈한다는 좀 재수없는 부분이 있습니다만 그래도 제 유년기를 지배하는 장면이기도 하네요. 어휴.
소설에서는 이래도 될까? 싶을 정도로 대놓고서 영화의 장면을 따왔습니다. 연주가 시작되기 전에 나누는 대화를 통해 어떤 곡을 연주할지도 암시했지요. <호랑공주의 우아하고 파괴적인 성인식>이나 <백 투 더 퓨쳐> 모두 성인식이 클라이막스를 담당하고 있다는 점에서 꼭 집어넣고 싶었네요.
이 노래의 가사는 정말이지 우아해요. "Who never ever learned to read or write so well, But he could play a guitar just like a-ringin' a bell"이라니! 하지만 가장 중요한 파트는 역시 영화에는 나오지 않은 3절이라고 생각해요. "His mother told him "Someday you will be a man, And you will be the leader of a big old band. Many people coming from miles around, To hear you play your music when the sun go down. Maybe someday your name will be in lights, Saying "Johnny B. Goode tonight"" 호랑에게도 가장 중요한 사람은 그의 어머니였지요.
4. Dancing in the Moonlight
어느 버전으로 적을까 고민했는데, 이곳에는 Toploader를 넣도록 하지요. 사실 인트로는 King Harvest의 원곡이 더 좋다고 생각하지만, 소설에서 원한 분위기는 Toploader 뮤직 비디오의 분위기여서요.
위의 노래들은 모두 영화나 만화를 통해 접했는데 이 곡은 유튜브가 추천해줘서 듣게 되었군요. 저의 컴플렉스 중 하나는 제가 음악에 대해 도통 무지하다는 점인데-이 문서의 리스트도 아주 근본없이 뒤죽박죽이죠-기술의 발전 덕에 모르는 음악을 듣게 되어서 좋네요.
저는 제가 쓴 작품에 스탭롤이 있다면 꼭 다같이 웃으면서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는 그런 내용으로 채우고 싶어요. 그런 점에서 이 곡이 마무리를 장식하기에는 정말 알맞겠죠. Everybody's dancin' in the moonlight.
PS.
<호랑공주의 우아하고 파괴적인 성인식>의 다음 글을 쓴다면 이 두 곡이 중심이 될 것 같아요.
어떤 내용이 될지 좀 힌트가 되려나요?
월간 안전가옥 한 달에 한 번, 안전가옥 멤버들이 이 달의 생각을 이야기합니다.
파트너 멤버 홍지운
"<호랑공주의 우아하고 파괴적인 성인식>을 비롯, 책 내용으로만 월간 안전가옥을 채우고 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