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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이야기왕(들)

분류
운영멤버
스토리PD
작성자
2020년 11월 월간 안전가옥, 운영멤버들은 "올해의 ㅇㅇㅇ"이라는 주제로 썼습니다. 아쉽고, 새롭고, 빠르고, 기묘한 2020년. 2020년에 본 콘텐츠 중에 상을 주고 싶은 작품, 인물, 장르 등등을 생각해 보았습니다. 여러분의 올해의 '이야기왕'은 누구인가요? *대상 콘텐츠의 스포일러가 포함될 수 있습니다.

테오가 뽑은 올해의 '이야기왕'

최민우, <발목 깊이의 바다> 미야베 미유키, <어제가 없으면 내일도 없다> 좌백&진산, <애견 무사와 고양이 눈> 하오징팡, <인간의 피안> 고다 로한, <환담•관화담> 허진희, <독고솜에게 반하면> 오라시오 키로가, <사랑 광기 그리고 죽음의 이야기> 매거진 B 편집부, <JOBS - NOVELIST (잡스 – 소설가)> 소설, 매거진
올해의 이야기왕 이라는 거창한 제목에 대해 말하기 전에 올해 본 콘텐츠 중 특히 올해 읽은 소설들에 대해 작지만 제멋대로의 시상식을 진행하고자 합니다.
01. 올해의 단체상 – 최민우, 《발목 깊이의 바다》 중 ‘사단법인 도서정리협회’
이 신비롭고 환상적인 이야기에는 그만큼 신비롭고 이상한 단체가 등장합니다. 전국에 열아홉 곳의 지부를 두고 있다는 ‘사단법인 도서정리협회’인데요. 주인공 경해와 그의 멘토라고 할까, 아니면 동료라고 해야 할지 모호한 노아가 속한 단체입니다. 사실 도서정리협회는 그저 이름일뿐, 이들은 비밀스럽게 움직이며 일반인들은 결코 알 수 없는 기묘한 사건들을 해결하는 사람들입니다. 예컨대 열 살 소년 한별이 경해에게 찾아와 부탁하는 의뢰는 바로 ‘불로불사의 엄마’를 찾아달라고 하는 일입니다. 저는 이 협회의 다음 이야기가 정말로 궁금합니다. 언젠가 노아와 곰선생의 이야기도 자세하게 듣고 싶네요.
02. 올해의 탐정상 – 미야베 미유키, 《어제가 없으면 내일도 없다》 중 ‘스기무라 사부로’
이미 제가 쓴 월간 안전가옥에서 올해 상반기 최고의 캐릭터로 선정한 스기무라 사부로가 하반기의 다른 탐정들을 제치고 올해의 탐정으로 당당히 선정되었습니다. 강력한 라이벌로 니타도리 케이의 《서술트릭의 모든 것》에 등장한 매력적인 ‘벳시’ 탐정이 있었으나 벳시는 너무 느끼하여 옛정도 있고 담백한 스기무라에게 올해의 탐정상을 드립니다. 부디 내년에도 시리즈가 잘 출간되기를, 미미여사님 잘 부탁드립니다.
03. 올해의 협객상 – 좌백&진산, 《애견 무사와 고양이 눈》 중 ‘들개이빨’과 ‘십이’
좌백과 진산이라는 이름은 올드 무협팬인 저에게는 큰 의미를 지닌 이름입니다. 두 작가님들의 작품을 통해 세상의 한 일면을 배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이지요. 아무튼 협객이란 《사기》라는 불후의 저서를 남긴 사마천 선생께서도 따로 열전을 기록하셨을만큼 널리 알려진 개념인데요. 요즘 말하는 슈퍼히어로와 같은 속성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아무튼 첫 번째 단편에 등장하는 남들은 손가락질하지만 은혜를 갚기 위해 개가 되길 마다하지 않은 들개이빨과 무엇보다 보통 협객하면 남성을 떠올리게 하지만 자신을 알아봐준 언니를 위해 기꺼이 목숨을 바친 십이에게 진정한 협행을 떠나는 올해의 협객상을 드립니다.
04. 올해의 아쉬운 이야기상 – 하오징팡, 《인간의 피안》
작년 개인적으로 최고의 SF 소설집을 꼽자면 거의 언제나 앞 순위로 하오징팡의 《고독 깊은 곳》을 선택했었습니다. 켄 리우의 《종이동물원》과 앞치락뒤치락했었지요. 그녀의 소설들은 매우 우아하고 베이징이 접혀지는 상상, 거기에 섬세한 은유가 모든 작품을 수놓고 있어 하오징팡의 신간을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었고, 생각보다 빨리 새로운 단편집이 나와 얼른 읽어보았지만 개인적으로 어딘가 모르게 아쉬웠습니다. 인공지능과 인간 본질에 대한 이야기가 많기 때문일까요. 아니면 이 정도는 우리나라 작가도 충분히 잘 할 수 있을텐데 그러면 휴고상도 받을 수 있으려나 등등 여러 생각이 들게 하는 이야기였습니다.
05. 올해의 이상한 이야기상 - 고다 로한, 《환담•관화담》
고다 로한은 19세기의 작가입니다. 우리에게는 낯선 이름이겠지만 일본에서는 메이지 시대의 대표 작가라고 합니다. 이게 특별히 중요한 사실은 아니지요. 이 책은 난데없이 알프스 산맥의 그 유명한 마터호른 산에서 출발하여 출렁출렁, 흐느적 흐느적 에도 시대의 한 낚시꾼의 이야기로 이어지며 변화하며, 헛깨비가 나타났다가 미혹하다가 어느순간 서늘하게 가라앉히는 이야기들로 그득합니다. 그야말로 환담, 괴이한 이야기이지만 요즘 감각에는 맞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기에 저에게는 오히려 신선하여 올해의 이상한 이야기상을 수여합니다.
06. 올해의 귀여운 이야기상 – 허진희, 《독고솜에게 반하면》
인상적인 일러스트 표지가 돋보이는 청소년소설 《독고솜에게 반하면》에는 마녀가 등장합니다. 물론 여기서 마녀는 진짜 마녀이지만, 동시에 경계 밖 사람들에 대한 일종의 타자화, 아니 상징입니다. 아, 여기에도 탐정이 등장하는군요. 표지에서 독고솜으로 바라보고 있는 여자아이, 탐정 서율무는 확실히 명탐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녀는 쓸데없는 선입견과 고정관념을 가지지 않고 사람과 사물을 바라볼 줄 아는 친구이니까요. 작가님께서 이 작품의 시작이 ‘만약에 남들과 조금 다른 아이가 전학을 온다면 어떨까’라는 상상에서 출발한 이야기라고 밝히셨듯, 주변에서 흔히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을 아주 귀엽게 하지만 확실히 선한 영향력을 주는 작품으로 올해의 귀여운 이야기상을 드리고 싶습니다.
07. 올해의 무서운 이야기상 – 오라시오 키로가, 《사랑 광기 그리고 죽음의 이야기》
이 낯선 이름의 작가는 근대 라틴 아메리카, 정확히는 우루과이에서 찾아 왔습니다. 정말 제목 그대로 사랑과 광기, 넘쳐나는 죽음의 이야기로 가득합니다. 사실 이 작품은 극단적인 공포를 자극하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그럼에도 수록작 중 <목 잘린 닭>은 확실하게 광기와 더불어 으스스함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듀나 작가님도 한 칼럼에서 이 작품에 대해 ‘여러분이 이 단편집을 읽고 악몽을 꾼다면 십중팔구 이 작품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라고 하실 정도로 우울하고 끔찍하거나 악랄한 기운으로 가득한 이야기입니다. 공포의 어떤 면목을 확인할 수 있기에 올해의 무서운 이야기상을 드리고자 합니다.
08. 올해의 한 마디상 – 매거진 B 편집부, 《JOBS - NOVELIST (잡스 – 소설가)》중에서
직업의식에 대해서 인터뷰하는 책 잡스가 네 번째로 택한 직업이 소설가입니다. 그중 두 번째 인터뷰이가 정세랑 작가입니다. 작가님의 거의 모든 답변이 인상적이고, 정확하며, 기억과 기록해야 할 말이라고 생각하지만, 그중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구절은 이것입니다. “지금은 아니고, 궁극적으로 단독 ‘앱’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몇 년 전에 박완서 선생님의 전집이 앱으로 나왔는데 근사했거든요. ‘21세기의 존경받고 사랑받는 작가들은 사후에 앱이 되는구나’ 싶었습니다. 수십 년 뒤 매체가 어떤 모습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멋진 일이에요.” 새로운 세상의 새로운 앱, 새로운 문학을 열어 줄 정세랑 작가의 다음 행보를 언제나 응원합니다.
09. 올해의 미안한 이야기상
사놓고 읽지 않은, 쌓여 있는 모든 책들...
10. 올해의 이야기왕(들)
마지막으로, 올해 안전가옥에서 책을 출간하기까지 창작의 고뇌와 그리고 이야기의 즐거움을 전해주신 우리 파트너멤버 작가님들을 올해의 이야기왕으로 모십니다.
특히 제가 스토리 PD로서 더욱 성장하고 이야기의 세계로 빠져들게 해준 (올해 책 출간하신 작가님들만 언급하오니 현재 작품 개발하고 있는 다른 작가님들의 양해를 부탁 드리며) 《호랑공주의 우아하고 파괴적인 성인식》의 홍지운 작가님, 《밀수 : 리스트 컨선》의 이산화 작가님, 《대스타》 앤솔로지의 심너울, 배예람, 이경희, 정재환, 황모과 작가님. 《위치스 딜리버리》의 전삼혜 작가님, 《못 배운 세계》의 류연웅 작가님, 《짝꿍: 듀나X이산화》의 듀나 작가님과 다시, 이산화 작가님께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월간 안전가옥 한 달에 한 번, 안전가옥 멤버들이 이 달의 생각을 이야기합니다.

운영멤버 테오
"미처 적지 못한 영화나 드라마, 만화 등은 아마도 언젠가 따로 언급할 기회가 있을지 모르니 재미있게 봤었던 작품들이여 부디 서운해 하지 말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