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로 랄프로렌’을 좋아한다. 옷장 속 옷 대부분이 폴로 제품이다. 하루키는 ‘옷이라는 것은 소설가의 문체와 비슷할지도 모른다’고 했는데, 그 말이 사실이라면 나는 폴로라는 브랜드와 꽤 닮은 문체를 가지고 있을지도 모른다.
폴로는 적당히 캐주얼하고, 적당히 고급스러우며, 적당히 개성적이다. 그러면서도 브랜드만의 정체성이 확고하다. 말이 쉬워 ‘적당히’지 실제로는 무언가를 적당히 한다는 게 제일 어렵다. ‘적당히’는 ‘정도에 알맞게’라는 뜻의 부사다. 넘치지도 않고 모자라지도 않아야 적당하다고 말할 수 있다. 넘치지도 않고 모자라지도 않으려면 대단한 집중력과 요령, 그리고 기술이 필요하다. 대충하는 것과 적당히 하는 것은 이런 점에서 차이가 있다.
폴로 제품 중 가장 대중적인 것은 흔히 ‘폴로셔츠’ 혹은 ‘폴로티’라고 불리는 ‘Pique Shirts’다. 반팔에 작은 깃이 달린(그리고 가슴에 말 자수가 있는) 그 셔츠는 여름의 대표 아이템이다. 패셔니스타는 물론이고 동네 백수도, 그리고 중년의 남자도 다 자신만의 방식으로 폴로셔츠를 입는다. 바지 안으로 넣어 입거나 빼 입거나 혹은 포동포동한 뱃살 위로 살짝 걸치거나 하면서 말이다.
이제는 흔하디흔한 디자인이 된 이 폴로셔츠 역시 폴로만의 적당함이 묻어 있다. 깃은 과하지 않으며 디자인은 심플하고 사이즈 또한 세분화했다. 심심하다면 심심할 수 있는 이 요소에 다양하고 쨍한 색상을 덧입혀 적당함을 완성했다. 나는 이 폴로셔츠를 단품으로도 입고 재킷 안에도 입고 가끔은 수트에도 매치한다. 폴로의 적당한 매력을 가장 잘 표현하는 게 바로 이 ‘폴로셔츠’가 아닐까 싶다.
소설을 쓰기 시작했을 때부터 내 목표는 한결 같았다. 그것은 ‘재미있는 이야기를 쓰자’이다. 노벨상을 받겠다, 같은 크나큰 포부는 없었다. 엄청나게 유명해지고 돈을 잔뜩 벌겠다는 욕심도 없었다.(이건 문제다) 나는 다만 재미있기를 바랐다. 쓰는 내가 재미있고, 읽는 독자가 재미있는 이야기. 그리하여 가히 이야기꾼이라 불릴만 한 소설가가 되자고 나는 생각했다.
재미를 정의할 때야말로 적당히라는 부사가 딱 어울린다. 재미는 슬픔, 기쁨, 감동, 고통, 두려움, 즐거움, 분노 등의 감정을 ‘적당히’ 자극할 때 뒤따라오는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앞서도 말한 것처럼 여기에는 읽기 쉬운 문체와 유려한 이야기는 물론이고 소설가의 끈기와 배짱 등 수많은 요소가 들어가야 한다. 그러면서도 폴로셔츠의 쨍한 색감처럼 뚜렷한 정체성을 가지고 개성을 드러내야 한다.
나는 늘 농담 삼아 우리나라에서 제일가는 소설가가 아닐 지는 몰라도 제일 옷을 잘 입는 소설가는 되고 싶다고 말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옷장 속 폴로의 비중을 더 높일 필요가 있고, 또 그러기 위해서는 내가 재미있는 이야기를 더 많이 써야 할 필요가 있다.
정도에 알맞게, 적당히.
폴로에서 협찬 받는 최초의 소설가가 되기를 꿈꾸며 나는 오늘도 재미있는 이야기를 쓴다.
월간 안전가옥 한 달에 한 번, 안전가옥 멤버들이 이 달의 생각을 이야기합니다.
파트너 멤버 전건우
"제가 폴로에서 제일 좋아하는 아이템은 버튼다운 옥스포드 셔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