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1월 월간 안전가옥, 운영멤버들은 "올해의 ㅇㅇㅇ"이라는 주제로 썼습니다.
아쉽고, 새롭고, 빠르고, 기묘한 2020년. 2020년에 본 콘텐츠 중에 상을 주고 싶은 작품, 인물, 장르 등등을 생각해 보았습니다. 여러분의 올해의 케미왕은 누구인가요?
*대상 콘텐츠의 스포일러가 포함될 수 있습니다.
레미가 뽑은 올해의 '케미왕'
사이코지만 괜찮아
TV드라마
올해 초, 텔레비전을 샀다는 이야기를 이미 여러 차례 안전가옥에 언급한 적이 있는데요. 저는 왓챠, 넷플릭스, 웨이브 모든 것을 구독하면서도 집에서 쉴 땐 가만히 있거나 티비를 틀어놓습니다. 뭔가 고르기도 편하고, 그다지 집중하지 않고 제가 침대에 느긋하게 누워서 관람할 수 있기 때문이죠.
생각해보니 부부의 세계는 본방을 사수했고, 사이코지만 괜찮아는 넷플릭스에서 한 번에 정주행 했네요. 부부의 세계에 나오는 커플들도 나름 사연있고 어울리지만, 저는 <사이코지만 괜찮아> 의 김수현과 서예지 배우야 말로 정말 케미왕이었다고 생각해요.
<사이코지만 괜찮아>는 돈도 없고, 부모도 없고, 희망조차 없는 정신병동 보호사(김수현)이 동화 속 마녀 같은 여자(서예지)를 우연히 만나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자폐증을 앓는 형과 함께 살아가면서 한 달 동안 안심하고 살 수 있는 집과 음식만 있으면 만족하는 김수현에게 칼 대신 펜을 휘둘러 동심을 지배하고 조종하는 아동문학계의 여왕(서예지)이 운명적으로 사랑에 빠지는 과정이 기존의 로맨스나 드라마와 다르게 그려집니다. 그녀는 선천적 결핍으로 사랑의 감정을 알지 못하는데 하필 사랑을 거부하는 남자(김수현)에게 ‘운명적’으로 꽂히고, 이들은 서로 다름을 알지만, 서로의 결핍 덕분에 서로에게 충분할 수 있는 괜찮은 존재가 될 수도 있습니다.
서예지의 돌발 행동에도 충분히 그녀를 보호해주는 김수현, 이상한 형과 역시 이상한 면모를 가진 김수현을 이상하게 보지 않고, 똑같은 인간으로 대하는 서예지. 특히 김수현이 자신의 아이같은 모습, 솔직한 모습, 누군가에게 기대고 싶고 사랑받고 싶어하는 마음을 서예지에게만큼은 솔직하게 보여주는 것이 이 커플의 최고 케미를 이루는데 매우 중요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김수현과 형, 서예지 이 세 사람이 쌓아가는 우정과 서예지, 김수현이 서로의 빈구멍을 채워주는 과정은 인간이 꼭 멋지고 충만해야만 상호 보완적인 관계를 가질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인간 대 인간으로 서로를 이해할 수 있다면 충분히 좋은 연인 관계, 가족 구성원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좋아하는 데 이유를 일일이 달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사이코더라도 괜찮아.’ 라고 말할 수 있는 관계. 서로의 깊숙한 상처를 서로 다 알지만 그마저도 괜찮다고 할 수 있는 이 커플이 저는 정말 아름답고 귀여웠습니다. 특히 어떤 감정에든 솔직한 서예지의 연기와 대사들이 너무 공감되는 부분이 많았어요. 물론 많은 시청자들의 논란이 있었지만, 어떤 방식으로든 ‘당신은 당신으로 충분히 괜찮아요’ 라고 말하는 이 드라마가 얼마나 쾌감이 큰 로맨스를 그려줬는지 모릅니다. 사랑과 쌓이는 관계를 통해 서로 성장하고 변하는 과정도 너무 잘 느껴져서 성장 드라마 같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드라마로서 정말 전에 없던 캐릭터들로 분하여 연기한 김수현, 서예지 커플. 이 두 사람이 등장한 <사이코지만 괜찮아> 가 저는 2020년의 케미왕이라고 생각합니다.
올 크리스마스 주간에는 이 드라마를 함께 볼 이를 꼭 찾을 수 있기를 바라며,
연말, 연초 커플을 꿈꾸는 모든 이들에게 추천합니다.
월간 안전가옥 한 달에 한 번, 안전가옥 멤버들이 이 달의 생각을 이야기합니다.
운영멤버 레미
"크리스마스 때 러브 액츄얼리는 이제 그만 보려는 레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