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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 에필로그: 마이클 콜레오네의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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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 시리즈의 영향력은 어렸을 때부터 오래전부터 익히 들어(영화 속 인용으로) 알고 있었어요. 하지만 이걸 보기로 마음 먹은 건 대학에 입학하기 전 들었던 어떤 강연 때문이었어요. 강연자는 영화 감독이었는데 어떤 분이었는지는 잘 기억이 나지 않네요. 그 분이 강연에서 ‘대부 시리즈는 꼭 봐야한다. 10대, 20대, 30대, 40대, 볼 때마다 그 의미가 다르게 다가온다.’고 말씀하셨고 저는 그렇다면 10대 막바지인 지금 한 번 봐야겠군, 해서 보고 싶어진 거죠.
그렇게 저는 만 19세 때 대부 3부작을 봤고 제 인생 영화 목록을 수정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그때는 순전히 어둡고 무거운 마피아 영화로서 재미가 있었기 때문이었어요. 20대 후반에 다시 봤을 때야 그 속에서 삶의 다양한 측면이 보이기 시작했죠. 처음 봤을 땐 1편이 가장 재밌었는데 다시 볼 땐 2편이 왜 최고로 손꼽히는지 알겠더라고요. 모든 것을 희생하며 언제 추락할지 모르는 정상에 선 기분이란.
이번에 새롭게 나온 대부 3편 재편집판을 봤습니다. 제작사의 간섭으로 제목도 편집도 마음대로 하지 못했던 아쉬움을 덜어내고 낡은 스웨터를 고치며 새 것처럼 만드는 기분으로 감독이 직접 손봤다고 합니다. 대부 3부작 중 평가가 가장 안좋고 심지어 나와서는 안되는 영화라는 평가에 주요인물을 맡은 소피아 코폴라의 연기에 대한 혹평도 이어졌던 3편을 다시 손 봤다니 기대를 할 수 밖에 없겠죠.
그런데 말입니다. 저는 3편이 좋았어요. 누가 3편을 깔 때마다 저는 3편은 마이클 클레오네의 에필로그로서 완벽한 이야기라고 주장을 하고 다녔어요. 에필로그. 이게 제게 3편을 정의하는 단어였죠. 이제 모든 것을 덜어놓으려는 마이클을 거절할 수 없는 운명은 자꾸 끌어당기고, 그와중에 마이클은 삶을 돌아보며 고통스런 후회와 마지막 남은 희망 사이에서 아슬아슬하게 버티죠. 마이클이 아들의 노래를 들으면서 가장 행복했던 시절을 떠올리는 장면은 제가 가장 사랑하는 장면 중 하나입니다. 그런 마이클의 마지막 순간, 파란만장했던 삶의 종지부를 찍는 두 장면은 마이클 콜레오네의 대부 시리즈를 어떤 영화보다도 완벽하게 만들어준다고 생각했어요. 심지어 그 중 하나는 자신이 가장 행복했던 시절을 보낸 바로 그 곳이었고요.
재편집판의 원래 제목은 <대부, 코다: 마이클 콜레오네의 죽음>이었어요. 영어를 그대로 옮긴 거였는데 교향곡에서 주제부와는 구분되는 주제로 특별히 만들어진 종결부를 뜻하는 ‘코다’가 우리나라에선 낯선 단어라서 나중에 한국어 제목이 <대부, 에필로그: 마이클 콜레오네의 죽음>이 되었더군요. 개인적으로는 ‘코다’가 더 좋았지만 그래도 대부 3편은 역시 에필로그였다는 걸 확인받은 느낌이 들어 반갑기도 했습니다. 제작 당시에도 원래 이 제목을 붙여두며 1, 2편와는 전혀 다른 결의 이야기가 될 거라는 걸 보여주려고 했지만 제작사에서 ‘파트3’라고 붙이길 요구했다고 하네요. 덕분에 사람들의 기대가 엇나가게 된 게 아닐까요.
어쨌거나. 사실 저는 3편 재편집판을 보면서도 오프닝과 엔딩을 제외하고는 어디가 달라졌는지 잘 몰랐습니다. 가장 크게 달라진 게 그 두 부분이기도 하고요. 특히 기억에 남는 건 역시 엔딩입니다. 아주 살짝 달라졌어요. 하지만 그 작은 변화가 마이클 콜레오네의 삶을 더 무겁게 만들어줬어요. 원래의 엔딩이 바스러지며 사라져버리는 삶이었다면, 새롭게 바뀐 엔딩에선 심연 더 깊은 곳까지 조용히 가라앉혀 버리는 느낌이었다고 할까요. 그곳이 눈부시게 밝은 햇살이 드는 시칠리아의 시골이었다는 게 아이러니였죠. 영화적 재미로는 픽션으로서 이야기를 가시적으로 닫아버리는 원래 엔딩이 좋겠지만, 새로운 엔딩은 오히려 더욱 현실적인 삶의 덧없음을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영화에선 이야기가 끝이나지만, 현실의 삶은 끔찍할 만큼 질기게 이어지니까요.

월간 안전가옥 한 달에 한 번, 안전가옥 멤버들이 이 달의 생각을 이야기합니다.

파트너 멤버 해도연
"물론 아쉬움도 여전히 있어요. 로버트 듀발이 톰 헤이건으로 나와 가장 가까웠던 형제가 삶의 끝에서 적이 되는 이야기를 그려줬더라면. 하지만 이건 편집으로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아니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