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의 첫 번째 월간 안전가옥, 운영멤버들은 "2021년 내가 가장 간절히 기다리고 있는 콘텐츠"에 대해 적었습니다.
올해는 영화관에서, 서점에서, TV에서, 혹은 좀 더 새로운 방식으로 독자와 관객을 찾아갈 준비를 하고 있는 콘텐츠들이 줄지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는데요. 운영멤버들은 그 중 어떤 콘텐츠를 제일 기다리고 있는지 들어보세요.
마블러스 미세스 메이즐(The Marvelous Mrs. Maisel) 시즌4
경험해본 적 없는 시대를 그리워해본 적 있으신가요? 제게는 1950년대의 미국이 그렇습니다. 이건 순전히 그 시대를 배경으로 한 영화와 드라마 탓인데요. 대표적으로 영화 캐롤에서... 그 온도와 습도 그리고 담배연기... (느낌 아시죠?) 제가 올해 가장 기다리고 있는 콘텐츠는 두 아이를 키우는 전업주부이자 남편의 모든 스케줄을 관리하는 와중에 매일 같이 허벅지 치수까지 재는, 누구를 위한건지 알 수 없지만 어쨌든 완벽하게 자기 관리를 하는 미리엄 메이즐이 스탠드업 코미디언으로 성장하는 드라마, 마블러스 미세스 메이즐 시즌4입니다.
이 작품은 숨을 조여오는 긴장감 터지는 작품이 아닙니다. 빅 스타가 나오는 것도 아니고요. 오히려 수다만큼은 어디 내놔도 지지않을 것 같은 주인공을 필두로 모든 인물들이 엄청난 말을 쏟아내서 피곤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자막 홍수 속에서도 이 작품을 좋아하고 기다릴 수밖에 없는 가장 큰 이유는 놀라운 그녀, 주인공 미리엄 메이즐 때문입니다.
남편의 꿈인 스탠드업 코미디언을 (취미로서)지지하던 미리엄은 외도한 남편이 먼저 이혼을 요구하자 충격을 받아 파자마 차림에 밤거리를 배회하고 남편과 함께 가던 스탠드업 코미디 공연장까지 찾아갑니다. 물론 술도 마시고, 쉬지 않고 말하면서요. 비도 맞았던 것 같네요. 관객들에게 다짜고짜 자기 안의 여러 감정과 이야기를 쏟아내는 것도 모자라 가운을 벗어 던지며 알몸까지 공개한 미리엄은 풍기문란으로 구치소로 연행되고, 삶에 큰 변화를 맞이합니다. 그녀의 우발적인 공연을 지켜본 매니저 수지가 재능이 있다며 스탠드업 코미디언이 되라고 찾아오면서 새로운 동반자를 만나게 되거든요. 그렇게 자기 결혼식에서 마이크 잡고 하객들을 웃기던 유대인 여자는 자신의 내장을 꺼내도 부끄러울 게 없는 스탠드업 코미디언으로 성장합니다. 물론 꽃길만 펼쳐지진 않습니다. 유명 가수의 순회공연에 들어가 공연 전 관객들의 흥을 돋우며 인지도를 쌓아가던 미리엄은 가수의 오해를 사고, 공연에서 제외되면서 파산 위기에 놓입니다. 수지와 함께 비행장에 덩그러니 서서 망연자실해 하는 미리엄의 모습에서 시즌3은 끝났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다시 일어설 겁니다. 지금까지 그래왔고, 우리에겐 아직 봐야 할 시즌4가 있으니까요.
오늘 시대극용 웨이브 헤어를 유지하느라 투명우산 같은 걸 머리에 쓰고 촬영 대기 중인 레이첼 브로스나한의 사진을 봤습니다. 두근두근. 어서 빨리 다닥다닥 붙어 앉아 술과 담배를 소비하면서 미리엄의 공연을 보고 웃던 관객들과 함께 경험해 본 적 없는 시대를 느끼고 싶네요. 마치 코로나 같은 건 허무맹랑한 미래를 배경으로 한 픽션에서나 접할 수 있는 것처럼 말입니다.
월간 안전가옥 한 달에 한 번, 안전가옥 멤버들이 이 달의 생각을 이야기합니다.
운영멤버 로빈
"박찬욱 감독의 차기작 <헤어질 결심>에 박해일이 (무려) 탕웨이와 함께 돌아옵니다. 해일님, 부디 이번 영화로 다시 비상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