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ritten by 가디언 멤버 OU
막 어쩐지 앙골모아 대왕이 내려올 것 같은 그런 느낌
작년 첫 안전가옥의 시작을 ‘놀라운 인연의 연속’으로 인해 막 창대한 일이 벌어질 것 같다고 썼는데, 1년 사이에 코로나19로 인한 아수라장을 겪고 나니 이제는 2021년은 2020년보다 얼마나 더 충격적인 해일지 가슴 졸이는 상황이 되었다.
다행히 코로나19 백신이 개발되어 빠르면 1분기부터 접종이 가능하다지만, 이미 수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고 고강도 거리두기로 인한 경제적 피해는 도대체 어느 정도나 되는지 헤아릴 수조차 없는 상황이다. 그리고 글을 쓰는 오늘, 미국 국회에서 진행되는 바이든 대통령 인준을 방해하기 위해 트럼프 지지자들이 난입하는 폭거를 일으키고 그를 부추기는 트럼프 대통령을 보니…어떻게 보면 그야말로 앙골모아 대왕이 아닌가 싶기도 하고.
세상을 더 좋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고 하는 사람들에게 2020은 여러모로 냉혹한 한 해였던 것 같다. 우리가 그토록 두려워하던 자연 생태계 파괴로 인한 대규모 전염병은 정말 상상을 초월하는 강렬함으로 인류를 강타했고, 그 사이에도 기후 변화는 꾸준히 진행되어 전세계적으로 폭염과 대규모 산불, 폭우 등을 불러일으켰다. 그리고 이러한 대규모 재난 앞에서 인류는 단결하여 헤쳐나가는 것이 아니라, 정말 작디 작은 이슈를 가지고도 끊임없이 분열하고 나뉘어 서로에게 칼날을-많은 경우 비유적 표현이 아니라 실제로- 들이대었다.
시간이 흐르면 흐를 수록, 우리가 예상했던 미래가 현실이 될 수록, 예상치 못했던 돌발 변수들이 좋지 않은 방향으로 터질 수록, 우리의 머리를 옥죄는 불안감-이미 우린 너무 늦었고, 인류는 불가피한 멸망을 향해 점점 더 빨리 달려간다는-은 강력해져만 가고 있고 이젠 가끔씩 술이나 멜라토닌의 도움 없이는 머리가 복잡해서 잠이 안 오는 지경에 이르고 있다.
처음 일을 시작할 때는 계속 즐겁게, 열심히, 선하게 일하다 보면 언젠가 모든 사람들이 행복해진다는 천진난만한 믿음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은데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절박하게, 미친듯이, 때로는 냉정하게 일해야 그나마 앞으로 다가올 디스토피아에서 몇 사람이라도 더 인간답게 살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는게 아닌가란 생각이 있다.
본격적으로 ‘의미 있는 일’을 해보자라고 생각했던게 2008년 말부터였으니, 얼추 6-7년차인 2015년부터 조금씩 현실을 깨닫기 시작했고 다시 6년 가까이 지나서야 그러한 냉혹한 현실에서 내가 살아남고, 주변 사람들을 살리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하나란 고민을 원점에서부터 다시 하고 있다.
2021년의 새해 포부는 다른게 아니라, 이미 강림한 거나 다름없는 앙골모아 대왕이 한창 행패를 부릴 앞으로의 수십년 동안 어떻게 잘 살아남아 한 사람이라도 더 행복하게 도울 수 있을지 냉철한 현실 인식을 바탕으로 첫 단추를 잘 꿰는 게 될 것 같다
월간 안전가옥 한 달에 한 번, 안전가옥 멤버들이 이 달의 생각을 이야기합니다.
가디언 멤버 OU
"솔직히 고백하자면 4년 전까지만 해도 여전히 모든 게 당연히 잘 될 거라고 믿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때의 저로 돌아가 정신 차리라고 볼싸다구 한번 날리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