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0월 월간 안전가옥, 운영멤버들은 "나.. 여기 가고 싶다..."라는 주제로 썼습니다.
환전, 구글 맵, 면세점, 기내식.. 전생의 무언가처럼 아련하게 느껴지는 단어들이네요.
집에서 보내야 하는 시간이 길었던 올 한 해, 이야기 속 그 곳으로 떠나고 싶었던 적이 있었는지 생각해 보았습니다.
*대상 콘텐츠의 스포일러가 포함될 수 있습니다.
레미는 이 곳에 가고 싶다
<블랙 미러> 시즌 3 '샌주니페로'의 샌주니페로
TV드라마
우리, 샌주니페로에서 만나요
블랙미러에 <샌주니페로> 는 내가 가보고 싶은 곳 중 하나이다. 죽은 뒤에나 갈 수 있는 사후 시스템이긴 하지만, 종잡을 수 없는 사후세계가 늘 두려운 나는 예측가능하고 선택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 ‘샌주니페로’는 충분히 매력적인 시스템이자 세계이다.
죽은 뒤 내가 원하는 세계, 원하는 때에 맞춰 살 수 있다면 그것은 정말 축복이자 천국일까 아니면 또 다른 세상에서의 새로운 괴로움의 시작일까. 생활인, 직업인으로서의 이 세계 업을 마치고 또 다시 옮겨 간 세상에 적응하느라 아둥바둥한다면 얼마나 슬플까. 하지만 나와 행복한 순간을 보내고 헤어진 너를 이 곳 ‘샌주니페로’에서는 다시 만날 수 있다면.. 아니 새로운 사람과 새로운 삶을 신나게 살아 볼까? 꿈꾸는 모든 것이 가능한 세상이 ‘샌주니페로’다.
이 이야기에서는 젊음을 간직한 채, 첫 눈에 사랑에 빠져 ‘켈리’를 찾기 바빴던 ‘요키’가 등장한다. 현실세계에서 그녀는 가족들에게 커밍아웃하고 돌아가는 길에 교통사고를 당해 40년 째 식물인간이다. 산주니페로의 클럽에서 신나게 춤추던 ‘켈리’는 현실세계에서는 딸을 일찍 여의고, 사이 좋던 남편 마저 잃은 뒤 홀로 쓸쓸한 여생을 보내는 할머니다. 켈리의 남편은 켈리처럼 ‘샌주니페로’에 와서 켈리와 다시 젊고 행복한 시절을 만끽하는 선택을 할 수 있었지만 덤덤히 죽음을 택한다. 사람에게는 누구나 자신의 몫 만큼의 선택이 있는 법. 딸을 일찍 여의였다는 슬픔이 ‘샌주니페로’에도 따라올까 겁나지 않았을까.
누군가 사무치게 그립다면 ‘샌주니페로’에서 다시 만날 수 있을지 모른다. 단, 그 사람도 ‘샌주니페로’로의 여정을 택했을 경우에만 가능하다. 만약 정말 샌주니페로가 있다면, 나와 내가 사랑하는 이들이 단체로 ‘샌주니페로’ 보험을 들게 할 것같다. 급작스런 죽음과 이번 생의 헤어짐이 마냥 아쉽지 않도록. 다시 만날 수 있다는 안심을 가득 안고, 지금 이 생에서 후회없이 살 수 있도록.
월간 안전가옥 한 달에 한 번, 안전가옥 멤버들이 이 달의 생각을 이야기합니다.
운영멤버 레미
"죽든 살든 이 세상에서 만난 너와 나, 사랑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