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에는 동그라미를 많이 잃어버렸습니다. 오랜만에 나를 위한 소비가 많은 한 달이었어요. 눈썹을 가지런히 다듬고, 나풀거리는 새 옷과 신발을 사고, 몸과 마음을 위해 필요한 곳들을 찾고, 사회적 거리 두기로 어려워진 벚꽃 구경 대신 꽃집에서 벚꽃 가지를 사 와 집에 두기도 했어요. 할까? 말까? 고민했던 것들을 시도해 본 한 달로 기억하게 될 것 같습니다. 도전의 대가는 줄어든 통장 잔고였어요.
4월에는 또 동그라미를 많이 그렸습니다. 소비의 기세를 몰아 애플워치를 샀거든요. 마침 동료들도 모두 같은 날 받게 되어, 서로 동그라미를 채우는 걸 보는 맛이 생겼습니다.
안전가옥이 연무장길에서 서울숲 근처로 이사 온 후 제일 기다리던 계절도 찾아와 주었습니다. 점심을 먹고 나면 걷는 걸 참 좋아하는 동료들과 ‘우리 배도 부르니 가볍게 걸을까요?’로 시작한 산책이 만 보를 꽉 채우고 끝나는 날도 있었습니다.
봄을 한창 즐겨야 할 4월 중순부터 찾아온 돌풍 속에서도 우린 꿋꿋하게 동그라미를 그렸죠. 덤으로 서울숲의 봄이 무르익는 과정도 즐겼습니다.
뒷짐을 지고 걷거나 숨을 크게 쉬며 꽃향기를 맡거나 각자의 속도로 걸으면 누군가는 멈춰서 사진을 찍고, 가끔은 노래를 흥얼거리기도 하며 걸었어요. 머리가 복잡할 땐 걸으면서 회의를 하기도 했고, 마음이 번잡한 날에는 맑고 순한 연둣빛과 알록달록한 튤립을 보며 기분을 얻기도 했습니다.
이기주 작가의 <한때 소중했던 것들> 중에 “대부분의 사람은 기운으로 사는 게 아니라 기분으로 살아가는 것 같다”는 약사 어르신과의 대화가 나옵니다. 저는 이 말이 참 공감됐었어요.
“기운 좀 내”라는 말 대신 “같이 걸을까요?”라고 말해주는 동료들이 있어 참 고마운 시기였습니다. 그렇게 매일 그린 동그라미들이 제 구멍 난 마음의 틈을 채워줬어요. 가장 좋아하는 오월을 잘 꾸릴 수 있는 기분 연료를 가득 채운 거죠.
소비가 마법의 묘약은 아니었어요. 좋은 동료들과 동그라미를 그리는 시간이 있어서 물거품처럼 사라지지 않고 제 곁에 남았고 또 연두색 걸음 걸음이 ‘기분’이란 연료를 채우는 데 중요하다는 것도 알게 된 꽤 비싼 배움이었습니다.
월간 안전가옥 한 달에 한 번, 안전가옥 멤버들이 이 달의 생각을 이야기합니다.
운영멤버 모
"며칠 사이 더워진 날씨를 보니, 당분간 만 보 클럽은 (드문드문) 운영되길 바라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