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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아니. 양치하는 사람이 아니라. 양아치가 아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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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부터 호가 가지고 싶었습니다. 딱히 어딘가에 쓰고 싶어서는 아니고. (사실 그건 살짝 창피할 것 같고...) 혼자서만 알고 있더라도 좋은 의미의 호를 가지고 있으면 정말 그런 사람이 될 것 같은 그런 염원이나 다짐 같은 의미에서요. 최근 김환기 화백의 에세이를 읽다가 ‘수화’라는 호가 너무 멋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이참에 더 미루지 말고 호를 만들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어요.
호를 짓는 방법 소처이호(所處以號) 생활하고 있거나 인연이 있는 처소로 호를 삼는 것 소지이호(所志以號) 이루어진 뜻이나 이루고자 하는 뜻으로 호를 삼는 것 소우이호(所遇以號) 처한 환경이나 여건을 호로 삼는 것 소축이호(所蓄以號) 간직하고 있는 것 가운데 특히 좋아하는 것으로 호를 삼는 것 (출처_ 호 [號] 한국민족문화대백과, 한국학중앙연구원)
전통적(?)으로 호를 정하는 방식에는 이렇게 네 가지의 방식이 있다고들 하는데요. 저는 소지이호에 소축이호가 잘 곁들여진 것이 좋다고 생각했어요.
그렇게 혼자 고민해 본 결과... 지금 가장 유력한 후보로는 ‘양치’입니다. 양치는 식물의 이름을 따온 것인데요.
(양치식물은 종류가 많은데 가장 보편적인 이미지를 하나 첨부하겠습니다)
고등학교 시절, 수업 시간에 탄생화 그리기를 한 적이 있어요. 친구들은 다들 예쁜 꽃을 그리는데 저는 그럴 필요가 없었어요. 찾아본 제 탄생화는 양치였는데 꽃이 피지 않는 식물이었거든요. 탄생화가 꽃이 안 핀다니... 정말 별로라고 생각했어요. 그것도 고사리 같은 풀이라고 하니까 어린 마음에 더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 같아요. 그러다 20대 초반에 뉴질랜드 여행을 갔었는데 보랏빛이 신기하게 섞인 들판의 정체가 고사리라는 걸 알고 그때 처음 탄생화가 마음에 들기 시작했습니다. 꽃 없이도 이렇게 멋있고 예쁠 수 있다는 의미 부여를 하면서… 아무튼 그렇게 양치에 대한 관심이 좀 많아졌고 이후로 종종 인터넷 검색을 통해서 좋아하기 위한 이런저런 이유를 스스로 만들기 시작했어요.
(예를 들면 ‘양치는 꽃도 종자도 없이 증식하는 불가사의한 식물이다.’, ‘양치가 날개 달린 풀이라고 생각했다’,  ‘고대 로마시대부터 마법의 풀로 인식되었으며 양치를 먹으면 미래의 일을 아는 꿈을 꿀 수 있다고 믿었다.’ 등등···)
호를 만들기 위해서 적어본 좋아하는 것들의 리스트 중에 ‘양치’는 당연히 있었습니다. 아무리 봐도 가장 마음에 들었어요. 내친김에 한자까지 ‘볕 양’에 ‘이를 치’로 정했습니다. 그리고 아주 뿌듯한 마음으로 가족과 친한 친구에게 의견을 물어봤어요.  결과는... 참담했습니다. 양치 자주 하는 사람 같다는 의견부터 양아치 같다는 의견까지... 그렇게 저의 ‘호’프로젝트는 다시 보류되었습니다. 호를 만든다는 건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네요. 아무래도 더 마음에 드는 호가 다시 생각날 때까지 다시 고민을 좀 해봐야겠습니다. 아마 좋아하는 것과 하고 싶은 것들이 더 많아지면서 앞으로 더 좋은 후보가 생기지 않을까 기대해봅니다.

월간 안전가옥 한 달에 한 번, 안전가옥 멤버들이 이 달의 생각을 이야기합니다.

파트너 멤버 김효인
"좀 이상한 사람 같지만 양아치 같다는 말은 왠지 마음에 드는 방향 같기도 해서... ‘양치’도  계속 후보에 두는 걸로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