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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감 뒤에 마감

분류
파트너멤버
작성자
이재인
이번 달에는 무슨 얘길 할까, 분명히 지난달에 “다음 달엔 더 재밌지 않을까요?” 라고 호기롭게 이야기 했는데...... 라며 머리를 싸매고 있어요.
5월은 어른이날, 마감의 세상인 거죠. 정말로요, 다른 건 하나도 못했어요. 원고만 쓰다가 한 달이 다 갔거든요. 재밌는 이야기가 있을 리가요.
작년 가을, 저는 모 공모전의 파이널에 진출했어요. 모든 공모전이 그렇지만, 매번 공모전에 도전 할 때는 ‘되고 싶다’는 기대로 시작해요. 하지만 원고를 보내고 시간이 조금 지난 후에 다시 읽어보면 ‘아... 이거 아닌데?’ 하는 생각이 들거든요. 그때부터는 공모전은 잊고 다른 원고를 써요.
안 될 거 같으니까요. 쓸 데 없는 희망고문은 칼 같이 차단하고 할 일을 하는 거죠.
그런데 세상에, 파이널에 진출을 한 거예요. 그러니 마음이 쏠랑쏠랑 하지 않았겠어요?
물론, 결과적으로는 공모전에 실패했습니다. 하지만 덕분에 주최 측과 따로 미팅을 갖고 공모전 원고가 아닌 전혀 다른 작품을 계약하게 됐죠.
자, 이게 원고 1입니다.
원고 1은 겨울 내내 수정에 수정을 거듭하고 마감이 밀리고 밀리다가, 결국 엎어집니다.
원고가 안 나와 애를 끓이던 지난겨울, 저는 새로운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앞으로는 원고 없이 기획안만 가지고 하는 계약은 하지 말아야지.’
시놉시스와 트리트먼트는 수정하라고 있는 것이고, 원고를 쓰다보면 꼭 그 기획대로 되는 건 아니라는 걸 알고는 있었지만, 막상 원고가 마음에 딱 맞게 써지질 않으니 죽겠더라고요. 심장이 터질 것 같았어요.
사실, 제가 지난달에 말했던 ‘멋진 작가에 대한 환상’ 중에 이런 것도 있었거든요?
“크!!! 원고 없이 시놉시스만으로도 계약하는 작가!!! 크!!!!”
그렇죠, 환상은 환상일 뿐이었어요. 전 안되겠더라고요.
아무튼, 그렇게 공모전에 떨어진 슬픔과 원고가 안 나오는 스트레스 속에 한 해를 마무리 할 때 쯤. 어리석고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저는 또 공모전에 도전합니다. 안전가옥의 스토리 공모전이었어요. 원고 본문이 아니라 트리트먼트를 내는 공모전이었죠.
원고 없이 하는 거 안 하기로 해놓고, 어리석게 또 발을 들이고 만 거예요. 사실 그때는 정말 될 줄 몰랐어요. 피디님과 통화를 하고 나서도, 한동안 “음??? 응??? 응???” 상태 였거든요.
아무튼, 이번에도 결과가 좋았네요. 예예예!!! 당선!!! 짜잔!!!
이었던........ 원고 2예요.
원고 1은 봄이 막 시작될 때 쯤, 피디님 두 분과 마라톤 회의를 했죠. 기존의 원고가 너무 재미없었거든요. 결국 기본 골자만 남기고, 아예 처음부터 다시 쓰게 되었어요.
다시 써야 하니 새 마감일이 지정됩니다. 그게 이번 달 초였어요.
자, 울며불며 원고를 써서 다행히 제 때 초고가 넘어갑니다.
예예예!!! 자유의 몸!!!
이 될 리 없죠. 아직 안전가옥의 당선작 원고가 남아 있으니까요.
그렇게, 마감 뒤에 마감이 왔습니다.
오늘은 5월 31일 이고요. <백조 세탁소 탐정 사무소>의 초고 마감이 정확히 2주 남았어요.
다행이 순항 중이에요. 원고가 막힐 때 앞머리를 쥐어뜯는 순간은 여전히 자주 찾아오지만, 어쨌든 앞으로 나아가고 있어요. 그러니까, 글을 쓰는 것도 일종의 달리기 같은 거죠. 저는 그걸 지난주에 정말 오래간만에 달리러 나갔다가 깨달았어요.
글쓰기와 달리기 둘 모두, 앞으로 전진하는 일이잖아요. 물리적으로도, 심리적으로도.
그래서, 어른이는 오늘도 앞으로 나아갑니다. 전진합니다.
자유의 몸이 될 그날을 위해!

월간 안전가옥 한 달에 한 번, 안전가옥 멤버들이 이 달의 생각을 이야기합니다.

파트너 멤버 이재인
“사실 알고 있어요. 초고가 끝난다고 자유의 몸이 되진 않는 다는 걸ㅠㅠㅠ 퇴고가 기다린다는....(한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