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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적 독자 시점>의 김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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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영멤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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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영멤버들의 7월 월간 안전가옥은 "2020년 상반기 나의 최애 캐릭터"라는 주제로 작성되었습니다. 안전가옥에서 일하는 운영멤버들이 2020년 상반기에 본 어떤 영화, TV쇼, 책, 만화, 다큐멘터리 등등에서 어떤 '최애캐'를 찾았는지 함께 살펴봐요 *대상 콘텐츠의 스포일러가 포함될 수 있습니다.

뤽이 본 콘텐츠

전지적 독자 시점 웹소설, 웹툰 싱숑 / UMI, 슬리피-C
*가능한 스포일러를 피하려 노력했습니다.
그땐 <퇴마록>의 박신부 일행이 있었고, <드래곤 라자>의 후치 일행이 있었다. 지금은 김독자 컴퍼니가 있고 그 중심엔 (유중혁과) 김독자가 있다. 너무 직접적인 제목과 캐릭터 이름이라 나이 들어버린 아재가 소리내 말하기엔 종종 민망하지만, 실제로 그렇다. 평타 이상 되는 팬덤을 가진 아이돌들이나 누린다는 ‘지하철역 광고 조공’을 받는 캐릭터(유중혁과 김독자 외에 이런 조공을 누린 케이스가 또 얼마나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전지적 독자 시점>의 주인공 김독자가, 올해의(아니면 어쩌면 앞으로 몇 년 동안) 내 최애캐다.
작년 초 정도였던 것 같다. 이 작품을 처음 읽기 시작할 때부터 주변에 이 작품을 ‘<퇴마록> 이후 최고의 엔터테인먼트 IP’라고 이야기하고 다녔다. 그런데 그 때만 해도 사실 이 작품에 대한 내 평가는 ‘재미 하나는 역대급’을 크게 넘는 건 아니었다. 게임 판타지의 계보를 이은 레이드물, 디펜스물이면서, ‘성좌물’이라는 하나의 서브 카테고리를 연 작품이기는 했고, (만화 <좁은 세계의 아이덴티티>가 만화계를 은유하듯) 웹소설계를 장르 문법 안에서 메타적으로 은유하는 신선한 작품인 건 맞았다. 근데 5부부터였다.
장르적 쾌감을 끝내주게 밀어붙이던 이 작품은 5부를 기점으로 어느 거대한 한 단계를 넘어버렸다. 5부를 읽어버리는 순간 이 작품은 적어도 내 마음 속에서는 여타의 웹소설들을 아득히 앞서버렸다. 유중혁이 더 매력적인가 싶던 내 마음도 한 순간에 정리되어버렸다. 이 작품은, 엄밀히는 이 작품의 4부까지는 작품을 읽는 우리같은 ‘독자'를 작품 속의 메타적 캐릭터 김’독자'로 만드는 과정이었던 것이다. 그 과정을 거쳐 우리는 모르는 새 ‘독자’가 되어있고, 그리고 만나는 5부에서는 우리는 ‘독자'가 되어 서사를 경험한다.
웹소설의 거대한 성과와 시장은 알고 있지만, 특히 종이책(그리고 소위 문단문학이라 불리는) 소설에 좀 더 익숙한 우리들은 웹소설에 대해 낯설어하는 한편 편견을 갖는다. 얕고 피상적일 것이라는 편견. 문장이 떨어질 것이라는 편견. 동시대성 혹은 핍진성이 부족할 것이라는 편견. 그리고 (아직도 난 그게 정확히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문학성’이 부족할 것이라는 편견. 꽤 많은 웹소설들은 그럴지도 모른다. 그런데 단행본 시장도 그렇듯, 그렇지 않은 웹소설도 있다. 그 곳에 <전지적 독자 시점>이 있고, 그 주인공 ‘김독자’가 있다.
실제로 이름이 김‘독자’인 이 캐릭터는 작중에서도 한 웹소설 <멸살법>의 유일한 (애)독자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소수의 취미지만, 김독자는 <멸살법> 속 주인공 유중혁을 동경하며 자란다. 현실은 녹록치 않고 김독자는 친구도 없는 그저그런 오타쿠(?)로 살지만, 어느날 천지가 갑자기 개벽하면서 <멸살법> 속 세계가(캐릭터들도 함께) 김독자가 사는 현실로 지옥처럼 밀려오고, 유일한 독자였던 김독자는 그 덕력을 십분 활용해 그 <멸살법> 같은 지옥 속을 <멸살법>의 캐릭터들과 함께 파티를 이루어 헤쳐나가고, 결국 승리한다.
그 과정도 재미있지만, 더 감동적인 순간은 이 서사가 메타적으로 은유하는 것을 우리들(독자)이 김독자가 되어 맞이하는 5부에서 펼쳐진다. 인기가 있든 없든 내가 특히 좋아하는 이야기가 있고, 그 이야기가 날 현실에서 살아가게 해주고, 이야기속 캐릭터를 마치 현실에 있는 친구처럼 애틋해하고, 그리고 이야기속 세계에 내가 있는 모습을 상상하곤 했던 우리가, 김독자라는 걸 알게 될 때. ‘나는 유중혁이다’라고 말했던 김독자의 지난 날이, <전독시>에 몰입한 우리의 지금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모르는 새 내가 김독자가 되어있었다는 걸 알게 될 때.
<퇴마록>을 읽으며 현암의 부동심결을 쓰는 상상을 해봤거나 <늑대의 유혹>을 읽으며 정태성(강동원!)과의 로맨스를 상상했던 이라면, <전독시> 그리고 김독자와 사랑에 빠질 수 밖에 없다. 그게 우리가 이야기를 사랑하는 독자이기도 해서 그렇지만, 그냥 재미있어서도 그렇다. 비평적 의미 이전에, <전독시>는 충격적일 정도로 정말X10000 재밌다.

월간 안전가옥 한 달에 한 번, 안전가옥 멤버들이 이 달의 생각을 이야기합니다.

운영멤버 뤽
"글을 쓰다 보니 이야기에 대한 이야기가 또 하나 생각났네요. 영화 <네버 엔딩 스토리>라고.. 옛날거 하나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