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한 해를 시작하며 적는 리스트가 있습니다. 열 몇 가지 되는 그 속엔 새로 들어오는 것도, 이제 온전히 내 것이 되어 지워지는 것도 있어요. 체크리스트와 루틴 만드는 것 좋아하는 사람이라 거창한 계획이라기 보단 바른 자세나 가벼운 태도, 단정한 습관 등이 적혔는데 그 중 늘 첫 번째 줄에 있는 것은 ‘매일 하루 한 줄이라도 일기를 쓰려 하는 일’입니다..
작년, 영국의 한 문구점에서 배송비 없이, 몹시 싸게 몰스킨을 판 덕에 새해부터 지금까지 매일 한 줄이라도 일기를 쓰고 있는 중입니다. 위의 리스트를 처음 만들었을 때가 2015년인데 이토록 순항 중인 해가 없었습니다. (아직 1월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그러했죠...)
네모 박스를 만들어 해야 할 일을 적고, 하루를 돌아보거나 계획하며 일기를 쓰는 습관만이 제 것인 줄 알았는데 제가 요즘 가장 많이 들여다보고 궁리하는 종이는 놀랍게도 네모 가득한, 모눈 종이 혹은 방안 노트로 불리는 그리드 노트입니다.
중학교 때 오목을 두느라 썼던 걸 제외하면 좋아하지 않았던 형태의 종이라 가끔 새 노트를 구경하다 그리드 노트를 보게 되면 늘 이 형태를 좋아하는 사람, 잘 쓰는 사람은 누굴까? 이렇게 만들면 가격이 저렴해지는 건가? 하고 고민해 본 적도 있었는데요. 요 며칠 제가 쓰기 좋아할 적당한 종이 질을 가진 그리드 노트를 찾기 위해 돌아다닌 문구점을 생각해보면 정말 취향은 변하고, 사람 일은 장담할 게 아닌가 봅니다.
이 변화의 시작엔 ‘bullet journal’이 있었어요. 일단 불렛 저널은 뉴욕에서 활동하는 디자이너 Ryder Carroll이 만든 노트를 사용하는 하나의 방법으로 그의 말에 따르면 ‘과거를 기록하고 현재를 정리하며 미래를 계획하는데 도움을 주는 아날로그 시스템’이죠. 자신만의 특정 불렛(아이콘/그래픽문자)을 기호로 정하고 그를 통해 할 일과 일정을 관리하죠.
우선 노트 한 권에 페이지 넘버를 쓰고, 인덱스를 만들고, 월별 일별 로그를 적습니다. 그 외의 것은 콜렉션이라는 이름으로 버킷리스트도, 여행 계획도, 한 해 동안 본 영화 리스트도 적을 수 있습니다. 다양한 방법으로 이 노트를 활용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A4 바둑판 종이에 이를 활용하게 된 것은 사실 새로 맡게 된 일 때문입니다.
안전가옥은 올해 많은 책이 다양한 파트너의 손을 거쳐 여러분께 선보이게 될 텐데, 이 제작 과정을 한 눈에 볼 수 있게 그리고 누가 봐도 어떤 일이 진행 중이며 앞으로 해야 할 일인지를 파악할 수 있도록 정리하고 계획하는 일을 맡게 됐거든요. 그래서 바둑판 종이 위에 열심히 그림을 그리고 비어 있는 과정을 찾아내고 부지런히 채우려 합니다. 언젠가 그저 그림이기만 했던, 계획이기만 했던 무엇이 그림 속에서 걸어 나와 손에 잡히는 책 한 권이 될 때 까지 말이죠.
월간 안전가옥 한 달에 한 번, 안전가옥 멤버들이 이 달의 생각을 이야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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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형식이 좋을까 시도해보다가 자꾸만 다꾸의 세계로 빠지는 것이.. 함정.. 텐바이텐 VIP 될 기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