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장편 “저승 최후의 날” 의 초고가 끝났습니다! 본 원고만 따져도 만 1년, 트리트먼트 개발부터 시작하면 대략 1년 4개월여만의 성과입니다.
2.
“저승 최후의 날” 은 안전가옥 앤솔로지 대멸종 수록작품인 제 단편 “저승 최후의 날에 대한 기록” 을 원작으로 하는 장편입니다. 단편 때도 그러했듯이, 저승세계와 저승사자와 망자의 영혼이 나오는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저는 이 작품을 감히 SF로 자칭하고 싶습니다. 미지의 기술로 알지 못할 외계 행성에 찾아가 겪는 모험과 미지의 죽음 너머 저승에서 겪는 모험 간에는 생각보다 큰 차이가 없다고 생각하는 편이거든요.
단편의 이야기를 골조로 하여, 정말 완전히 새로운 이야기로 재탄생했습니다. 화자인 비서실장의 자필원고로만 이루어졌던 단편과 달리, 수많은 인물들이 등장하여 여러 배경을 오가며 다양한 사건들과 마주칩니다. 화자였던 비서실장님도 독립된 인물로서 등장합니다.
전대미문의 위기 앞에서 성실하고 일 잘 하는 사람과 영혼들이 모여 할 수 있는 최선의 일을 하려고 노력하는 이야기입니다. 기대를 가지고 지켜봐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단, 최종 사용자 경험은 퇴고 과정에서 예고 없이 변경될 수 있습니다.
3.
초고 작업이 끝나면 이런저런그런것을 해야지! 라며 수많은 것들을 뒤로 미뤄 놓았습니다. 아예 작정하고 1주일 휴가를 쓰고 그걸 소화하려고 들었는데요. 무리였습니다.
그간 돌보지 못했던 방 청소와 정리에만 3일이 걸렸습니다. 적독해 둔 책을 전력으로 돌파할 생각이었지만, 방 구석구석의 책탑을 물리적으로 정돈하는 것만 해도 큰 일이었습니다. 유구한 책탑의 맨 밑바닥에는 지난해 서울국제도서전에서 받아온 장내 지도가 깔려 있었습니다. 그 즈음부터 트리트먼트를 쓰고 있었네요. 책탑의 책을 책장에 넣기 위해서는, 책장을 수납장처럼 전용하며 놓여 있던 온갖 소품들을 정리해야만 했습니다. 그 소품들이 가야 할 바른 장소를 결정하기 위해서는 가까이 두고 쓸 것, 수납장에 깊이 보관할 것, 버릴 것을 선별하는 작업을 해야만 했고,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방의 나머지 부분을 다 정돈해야 했으며, 그러려면 방 청소를 해야 했고…… 3일씩이나 걸린 것에 공감해주시리라고 믿습니다.
하지만 시간을 들인 보람이 있었습니다. 금년도의 잔인하게 긴 장마 동안 쏟아져 들어오는 습기가 방을 더 침식하기 전에 방 안 여기저기 위생과 청결을 회복할 수 있었습니다. 책장에 빈 공간을 다시금 되찾았고, 책이 더 이상 탑을 쌓지 않고 마땅히 가야 할 곳으로 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필요한 일이었어요.
끝나지 않은 적독은….... 어떻게든 될 것입니다. 시작이 반이라고요.
4.
원고 작업이 다 끝났다는 말은 할 수 없습니다. 이제 긴 퇴고 작업이 남아 있습니다.
초고 분량을 조금 어마어마한 양으로 전달하게 되었습니다. (공백포함 40만 자 이상이라고만 말씀드릴게요.) 이제 신뢰할 수 있는 안전가옥 PD 여러분들과 함께 이 글을 독자 여러분 앞에 어떤 형태로 선보일지 가공하는 작업이 남아 있습니다. 어쩌면 많은 부분을 새로 쓰거나 고치게 될지도 모르겠네요. 본디 초고의 분량이 컸던 만큼, 퇴고라고는 해도 사실상 제2의 집필작업이나 다름없을지도 모릅니다.
그렇지만 용기를 갖고 출발해 봅니다. 목표로 하던 산 정상에는 도달했고, 이제 안전한 하산이 남아 있네요. 산길을 뒤로 하고 여러분의 서가에 도착할 때까지 만전을 기하겠습니다.
월간 안전가옥 한 달에 한 번, 안전가옥 멤버들이 이 달의 생각을 이야기합니다.
파트너 멤버 시아란
"모든 과업과 구속으로부터 벗어나 딱 한 달만 자유를 만끽할 수 있다면 인생의 많은 부분을 닦고 조이고 기름칠 수 있을 텐데, 라고 생각하는 시아란이었습니다. 온전히 나를 위해 며칠간 시간을 써 보니까, 정말 새삼스럽게 절감하게 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