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문화재단]으로부터 지원금을 받아 (친구들과 함께) 전시회를 준비 중입니다.
심의는 안전가옥의 [미세먼지 앤솔로지] 미세먼지 에 실렸던 작품 ‘놀러오세요, 지구대 축제’ 시각화를 통해 ‘세계’에 대한 작업을 해내겠다는 계획안으로 합격했는데요, 막상 전시를 계획하다보니, 다른 친구들은 창작을 하는데, 저만 재탕하는 기분이 들더라구요.
여담이지만 저는 항상 작업을 시작하기 전에 한 줄 짜리 주제의식을 정해 둡니다. [편의점 앤솔로지]에 실린 ‘카라마조프 헤븐’은 “맹신은 어디에서 시작되는가”였고, [못 배운 세계]는 “공부는 왜 하는가”였고, ‘놀러오세요, 지구대 축제’는
“혐오는 정당화 될 수 있는가”였습니다. 그래서 저는 전시회를 위해, 그 주제에 연장선상에 있는 작품을 새로 썼습니다. 혐오는 (자본주의 사회 속에서) 어떻게 정당화 되는가. 이를 고민하며 ‘우리의 마계인천 가이드’라는 작품의 초고를 완성했습니다.
**안 간략한 줄거리**
어느 날부터 인천에 정체 모를 ‘붉은 비’가 내린다.
차이나타운 근처에서 에어비앤비 숙소를 운영 중인 A씨는 “역시 마계인천이구만!”이라고 놀리는 타지역 친구들과, 아무런 입장 표명도 않는 정치인들에게 분노를 느낀다. 그런데 그것도 잠시… 전 세계의 오컬트 덕후들이 마계인천을 보고 싶다며(‘빨간 비’를 맞아보고 싶다며), 인천으로 몰려든다.
덕분에 A씨의 숙소 예약이 꽉 찬다. 이런 적은 처음이다. 항상 ‘인천은 노잼 관광지’라는 소리 듣기 일쑤였는데… 누군가를 고통 받게 만드는 ‘붉은 비’ 덕에 부유해지는 자신의 통장잔고를 보며 A씨는 양가감정을 느낀다.
그런데 어느 날, ‘붉은 비’가 멈춘다.
“재난이 끝났다!”고 말하는 인천 시민들과 달리… A씨에겐 또다른 재난의 시작이다. 게스트들이 줄줄이 숙소 예약 취소를 요청한 것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인천이 더 이상 ‘붉은 비’가 내리는 마계인천이 아니라서.
A씨는 그 말에 반박한다. “인천에는 ‘붉은 비’ 말고도 마계스러운 게 많습니다. 부평지하상가 삼각지대, 사지절단 월미도 디스코팡팡, 칼부림 성지 연안부두...”라고 말하는 지금의 A씨는 “마계인천이라고 하지마! 자랑스러운 내 고향이야!”라고 말하던 과거의 자신과는 전혀 다른 사람이다.
그럼에도 외국인들은 예약을 취소하고... A씨는 ‘붉은 비’를 다시 내리게 만들 방법을 찾는다. 그러던 중, ‘방호 우비’ 사재기 했다가 전재산 날린 투기꾼과 동료가 되고, 함께 “‘붉은 비’가 내린 이유는 신이 노했기 때문이다!”라고 주장하던 사이비 목사에게 찾아가는데...
솔직히 말하겠습니다. 원래 줄거리에는 ‘사이비 목사’ 장면 없는데, 이 월간 안전가옥 쓰면서 추가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전시 기획자 친구에게 죄송하네요. 또… 또… 원고 번복을 해야 할 것 같아...
아무튼 전시의 이름은 [우리가 세계를 오해했을 지라도]이고, 저 말고도 두 친구의 작품이 더 있고, 6월 16일(화)부터 6월 28일(일) 동안 인천 중구 개항로에 위치한 옹노에서 펼쳐집니다! 28일에 클로징 파티가 있을 수도 있다고 하니(아직 확정 X), 혹시 시간 되시는 분은 놀러와서 함께 신포시장 가요! 자랑스러운 저의 고향 인천에는 재밌는 게 많답니다!
이쯤에서 또 여담이지만, 문득 ‘혐오’라는 주제의식을 기반으로 하는 작품을 하나 더 써보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트릴로지 기획을 좋아하는데요, 그래서 (놀러오세요, 지구대 축제+우리의 마계인천 가이드+새 작품)으로 ‘류연웅 혐오 삼부작’을 만드는 거예요! ‘류연웅 혐오 삼부작’이라고 하니까 어감이 이상하긴 한데, 아무튼 시간이 날 때 한 편을 더 써봐야겠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말하고 나면 99% 확률로 안 쓰던데 ㄷㄷ.
월간 안전가옥 한 달에 한 번, 안전가옥 멤버들이 이 달의 생각을 이야기합니다.
파트너 멤버 류연웅
"부평 갈산동 살았다가… 서구 석남동 살았다가… 서구 심곡동 살았다가… 서구 가정동 살았다가… 검암동 살았다가… 서구 청라 살고 있지만 본인의 근본은 가정동이라 생각하는 인천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