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상태: 머리를 감다 말고 욕실 청소를 해서 눈에 비누 거품이 잔뜩 들어가는 바람에 눈이 충혈됨. 미간에 엄청 단단한 뾰루지가 돋아서 계속 건드렸더니 손톱자국이 남음. 저녁으로 차가운 김밥을 먹고 쪼그려 앉은 채로 이런저런 집안일을 해서 그런지 위경련 전조 증상같은 게 느껴짐. 그리고, 그리고…… 이사가 일곱 시간 남음!
지난 한달은 신간과 다음 책 생각만 해도 모자랄 시간이었지만 사실은 이사 생각을 제일 많이 했다. 새 집 계약기간이 시작된 게 이사 실행일자인 오늘보다 일러서 (쉽게 말해 서류상 나는 이미 그 집에 살고 있다는 것이다) 미리 새 집에 가서 이런저런 잡일을 해둘 수 있었다. 포장이사를 할 계획이어서 짐을 미리 싸둘 필요도 없어서 더더욱 다른 잡일에 매진할 수가 있었다!
지금까지 이미 해둔 일은 대략 이렇다: 타일 페인트칠(그렇습니다 세상이 좋아져서 못생긴 타일도 페인트칠로 리폼할 수 있지 뭐예요), 주방 겸 거실 벽면 칠판 페인트칠(세상이 좋아져서 페인트칠만 하면 벽면을 칠판으로 활용할 수도 있지 뭐예요), 드레스룸 행거 조립, 신발장 조립, 블라인드 설치(이제 와서 하는 말이지만 아무래도 뒤집어서 설치한 것 같지 뭐예요 즉 다시 걸어야 할 것 같은)…... 혼자서 미리 해둘 수 있는 일은 다 해둔 셈인데, 뭔가 빠뜨린 게 있을지 모르지만, 아무튼 포장이사를 할 거니까 어차피 괜찮겠지…… 인터넷과 가스 설치 예약도 했고 수도와 전기도 미리 알아봐 뒀다. 또 뭐 없나?
불안한 점이 많지만, 그건 사실 정말 뭔가 빠뜨려서보다는 내 기질적인 면 때문이라는 것을 안다. 그래서 이사의 근사한 면을 더 많이 생각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사를 하고 나면 키친 테이블 라이터(kitchen table writer)가 될 것이다. 칠판 페인트칠을 해둔 벽면에 탁자를 붙이고 거기서 글을 쓰고, 잘 모르겠을 때는 벽에다 낙서를 할 것이다. 페인트칠을 마음대로 해도 된다고 허락해 준 집주인은 내가 이럴 거라고 상상하진 못했겠지, 페인트칠을 허락한 대신 도배는 새로 해주지 않고 장판을 조금 비싼 걸로 깔아준 친절한 집주인은…… 대신 오래 살게요, 저 다음에 이사올 사람이 제 살림살이를 보고 이 집에 이사오고 싶다는 마음을 먹게 될 만큼 멋지게 살게요, 어차피 이 글을 못 보실 테지만 약속할게요.
그리하여 현 상태 다시 한번 업데이트: 나는-지금-슈퍼두퍼-기대감에-차-있다!
월간 안전가옥 한 달에 한 번, 안전가옥 멤버들이 이 달의 생각을 이야기합니다.
파트너 멤버 박서련
“온라인 집들이를 하면, 모두들…… 휴지 사진을 보내주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