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0년 7월 10일 wavve에서 선공개된 시네마틱 드라마 'SF8'을 본 안전가옥 운영멤버들의 감상평을 운영멤버 클레어가 정리했습니다.
함께 본 콘텐츠, 시네마틱 드라마 <증강콩깍지>와 소설 <증강 콩깍지>
시네마틱 드라마 — SF8 <증강콩깍지>
오기환 연출 / 유이, 최시원 출연
시놉시스
가까운 미래. 대한민국 인구의 절반 이상이 가상 연애 앱인 '증강콩깍지'를 사용하고 있다. 그런 그들 중에 성형 수술 전 자신들의 얼굴로 아이디를 만들어 '증콩'에서 사랑을 나누고 있는 커플이 있다. 서로의 독특한 외모에 끌려 알콩달콩 좋은 시간을 가지다 드디어 백일! 그들이 좋은 시간을 보내던 그때... 갑자기 시스템이 다운돼버리는 날벼락이! 시스템 복구는 늦어지고... 아이디 말고는 아무 정보도 없는 그들의 미래는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가?
(출처: wavve)
소설 — <증강 콩깍지> (대스타 수록작)
황모과 저
줄거리
증강현실 앱 ‘콩깍지’는 주변 사람의 모습에 타인의 외모를 씌운다. 이 앱을 이용 중인 윤성의 눈에는 여자친구 지유가 섹시한 일본 배우로 보인다. 원래대로라면 필터를 씌우겠다고 지정한 사람의 모습만 바뀌어야 할 텐데, 어느 날 윤성은 덩치 큰 아저씨가 인기 탤런트의 얼굴로 보이는 기현상을 경험하게 된다. 오류의 범위는 점차 넓어지고 사람들은 눈앞의 사람에게 다른 사람이 투영된 것을 모른 채 갖가지 사고를 일으키지만, 이 모든 일이 일어나는 동안 언론은 침묵을 지킨다.
안전가옥 운영멤버가 본 <증강 콩깍지>
이래서 좋았다
“SF 장르의 세계관 안에서 진행되는 이야기이지만 어렵지 않게 몰입할 수 있었어요.”
시에나 우선 영화나 드라마로는 흔하지 않은 SF, 판타지적인 요소가 들어간 작품이라는 것만으로도 새롭게 느껴졌어요. 그리고 '증강현실'이라고 하면 여전히 좀 어렵게 느껴지는데, 드라마 안에서 이야기 흐름과 더불어 자연스럽게 소개가 된 것 같고요.
출처: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홈페이지
쿤 저는 두 주인공들의 감정에 대해 많이 공감하면서 봤어요. 예를 들면 서민준과 한지원이 만나기로 약속하지만, 결국 엇갈려서 만나지 못하게 되잖아요. 그 때 만나지 않는 각자의 이유가 좋았어요. 증콩에서의 만남과 달리 서민준은 변화된 얼굴을 보여주면 상대가 본인을 싫어하게 될까봐 만남을 피했고, 한지원은 현재 변화된 모습 또한 상대가 좋아해 줄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만나려고 했는데.. 둘이 왜 그런 마음을 먹게 되었는지 두 감정에 대해 모두 공감할 수 있었고, 현실적으로 느껴졌어요.
헤이든 SF는 이야기 속 세계관이 주는 감각을 독자/시청자에게 빠르게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더구나 단편이라면 더욱 너무 장황하지 않게, 그러나 충분한 설명이 될 수 있게 전달하는 것이 초반 몰입감을 좌우한다고 볼 수 있겠지요. 그런 면에서 영상에서는 이 세계관이 어떻게 표현될지 궁금했는데, ‘증강콩깍지 클럽'이라는 미래 사회의 유희 공간이나, 증강콩깍지 앱이 복구되지 않자 증강현실 속 원반을 던져 모두가 증강콩깍지 앱 복구에 혈안이 되어있는 장면이 극 초반에 등장하면서 설정에 대한 이해도를 높였고, 자연스레 몰입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래서 달랐다
“원작과 영상은 별개의 작품처럼, 서로 다른 주제 의식을 가지고 있어요.”
뤽 원작 소설과 별개의 작품인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증강현실(AR)은 기본적으로 수신자 중심의 기술인데요. 수신자(앱 사용자)가 송신자(디스플레이되는 대상)의 동의 없이 메시지에 필터를 덧씌우는 개념인데요. 드라마에서의 증강 콩깍지는 송신자가 (수신자에게 알리지 않고) 선택하는 일종의 ‘가상 성형/화장' 혹은 ‘아바타' 같은 역할을 했어요. 근본적으로 다른 기술이 된 것이죠.
조이 저도 <미녀는 괴로워>를 떠올렸어요! <접속>도 떠올랐고요. 십수년 전 영화들이네요 소설은 기술 발달이 초래할 수 있는 대상화와 그 폐해를 블랙 코미디로 그려냈다면, 영상은 현실의 자아와 사이버 공간의 자아의 괴리가 위기로 작용하는 로맨틱 코미디에 가까워졌다는 게 소설과 영상의 가장 큰 차이인 것 같습니다.
모 저는 그래서 영상이 원작 소설보다 가볍고 즐겁게 볼 수 있게 된 점이 좋았어요. 연애할 때 느끼는 심리들이 뻔뻔하고 유쾌하게 표현되기도 했고요. 워낙 이런 연기를 잘하는 배우 최시원과 <작업의 정석> 오기환 감독의 궁합이 좋은 듯 했습니다. 또 배우 유이의 연기가 빠르게 발전하는 것 같아요! 인상깊게 잘 봤습니다.
출처: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홈페이지
이래서 아쉬웠다
“'변화를 느끼는 삶'과 '보고 싶은 것을 보는 삶' 사이의 딜레마를 다루는 원작소설도 꼭 읽어보시길 바라요.”
조이 감독님은 원작에서 로맨틱 코미디적인 요소에서 영감을 받아, 새로운 관점으로 작품을 만드신 것 같아요. 사람을 대상으로 현실에 없는 앱을 사용한다는 것 빼고는 완전히 다른 이야기이다 보니, 원작 소설의 블랙 코미디적인 분위기를 기대했던 저에게는 조금 아쉬운 면도 있었습니다.
출처: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홈페이지
뤽 '진짜 나'와 다른 '페르소나'의 로맨스를 다룬 ‘사이버스페이스에서의 데이트' 설정은 꽤 여러 번 변주된 것이기는 합니다.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 <블랙 미러5 - 스트리킹 바이퍼스>처럼 '넷카마'가 등장하고, <아바타>도 비슷한 설정으로 볼 수 있는데, <증강콩깍지>는 이런 작품들에 비해 새롭거나 신선하게 느껴지지는 않았어요. 그리고 ‘Love yourself’하라는 메시지가 조금 단순하게 다루어졌다는 느낌도 듭니다. '잘생김'과 ‘못생김'을 대비시키는 방식이나, ‘못생김의 전형'을 얼굴의 점, 곱슬머리, 뭉툭한 코, 덧니 등으로 표현하는 방식도 아쉬웠습니다.
헤이든 ‘내 시선이 바뀐 사이에 실재도 변했다면? 그때 난 뭘 보게 되는거지?’ 이것이 원작이 말하고자 하는 핵심이 아닐까요? 우리의 시선이 우리가 원하는 필터로 인해 고정되어 있을 때에도, 주위의 사람, 환경, 삶은 변화합니다. 그 변화를 느끼는 삶과 보고 싶은 것을 보는 삶. 두 가지의 삶 사이에서 우리는 갈등하지 않으리라 단언할 수 있을까, 원작은 미래 사회 속 ‘시선'에 대해 좀 더 고민하게 합니다. '변화를 느끼는 삶'과 '보고 싶은 것을 보는 삶' 사이의 딜레마 안에서 곧 도래할지 모를 미래를 그려보고 싶다면, 원작소설도 꼭 읽어보시길 추천합니다.
<증강콩깍지>, 당신의 감상도 궁금해요. 트위터, 인스타그램에 <증강콩깍지> 감상평을 남기고 원작 소설 종이책을 받을 수 있는 이벤트가 진행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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