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의 첫 번째 월간 안전가옥, 운영멤버들은 "2021년 내가 가장 간절히 기다리고 있는 콘텐츠"에 대해 적었습니다.
올해는 영화관에서, 서점에서, TV에서, 혹은 좀 더 새로운 방식으로 독자와 관객을 찾아갈 준비를 하고 있는 콘텐츠들이 줄지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는데요. 운영멤버들은 그 중 어떤 콘텐츠를 제일 기다리고 있는지 들어보세요.
2020년은 내가 태어나서 가장 텔레비전을 많이 본 해로 기억된다.
스카이캐슬, 부부의 세계, 삼광빌라 등 각 종 인기 드라마를 제 시간에 챙겨 봤다. 노는 언니, 편스토랑, 금쪽같은 내새끼, 슈퍼맨이 돌아왔다 같은 예능 프로그램들은 시간을 맞춰 보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열심히 놓치지 않고 봤다. 내 방에 티비가 있는 게 처음이었고, 집에 이렇게 오래 있어본 적이 처음이라 많은 사람들이 좋아한다는 이야기들을 마음 편히 보았다. 시간도 없고, 티비도 없었던 시절에는, 밥을 먹는 시간이나 쉬는 시간에 조금이라도 마음에 드는 이야기를 보고 싶어서 넷플릭스 랄지 OTT 채널들을 얼마나 오고 갔는지 모른다.
어찌보면 작년에는 골라서 뭔가를 보았다기 보다는 남들이 추천하는 이야기, 그냥 리모콘에 번호가 눌리는 대로 본 편이다. 이 와중에 넷플릭스에 들어가서 한 번에 정주행 한 드라마가 있었으니 그것은 <사이코지만 괜찮아> 와 <퀸스 갬빗> 이다. <사이코지만 괜찮아>는 최고의 케미 커플로 지난 안전가옥에서 소개한 바 있으니 <퀸스 갬빗>을 이야기 해보자면, 전세계 여자 체스 챔피언의 일대기에 관련된 이야기다. 드라마 미생에 나오는 주인공이 연기를 잘해서 좋았지만, 내심 여성 프로기사가 아니라 조금 실망했는데, 나는 ‘여성 승부사’가 등장하는 영화나 드라마를 정말 좋아한다. 여성 주인공이 전문직이거나 멋지게 그려질 때는 이제 꽤 많지만 스포츠 정신을 갖고 멋지게 승부를 벌이는 이야기는 많지 않다. 특히 퀸스 갬빗은 어릴 적 상처가 있는 주인공이 고아원 지하실에서 관리인에게 체스를 배우고, 입양되어 고아원을 떠나지만, 마음이 잘 통하는 엄마를 만나 사랑도 회복하고 체스도 잘 두게 되는 도입부를 가지고 있다. 주인공은 승승장구하나 마음의 위안이었던 계모는 우울증으로 일찍 죽고, 본인은 친엄마로부터의 트라우마를 쉽게 극복하지 못한다. 그 힘들다던 우승을 했고, 체스를 잘 두기 위해 약을 먹는데 지친 몸과 마음의 낙으로 유일한 것은 ‘알코올’. 자신이 무엇을 위해 체스 경기에 매진했는지 헷갈릴 즈음, 러시아 세계 대회에 나가고, 미국에 있는 동료들의 도움을 받으며 결국 우승을 해냈을 때의 쾌감은 말로 할 수 없다. 존재 자체는 완벽하지 않지만 멋지게 승부를 벌이는 여성 승부사.
시즌1은 그녀가 러시아를 꺾고 승승장구하던 시절을 그리고 있다면, 시즌2에서는 30살이 넘고 40대가 되어가는 그녀가 어떤 삶을 또 꾸리는지 보여주면 좋겠다. 체스판의 세계에서만 오롯이 존재하던 그녀가 다른 세상에서도 행복하게 늙어갈 수 있을까. 한 고아 여성의 성장 서사는 물론이고, 승부의 세계에서는 공평 한 남녀 모두의 스포츠, 체스. 꼭 사회에 도움이 되고 멋진 일을 하지 않더라도 자신만의 게임으로 세상을 개척하는 이야기. 퀸즈 갬빗이 시즌2에서는 어떻게 돌아올지 궁금하다. 한 때 잘 나갔던 그녀는 결국 몰락할까. 아니면 성숙해질까.
월간 안전가옥 한 달에 한 번, 안전가옥 멤버들이 이 달의 생각을 이야기합니다.
운영멤버 레미
"한 때 바둑기사가 되고 싶었던 레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