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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리즈 라이크 미>의 조쉬

분류
운영멤버
기획PD
작성자
2020년 9월 월간 안전가옥, 운영멤버들은 "다시 태어난다면 이 캐릭터로"라는 주제로 작성해 보았습니다. 나는 못하는 말을 하는 '사이다캐'라서, 돈이 많아 보여서, 행복해 보여서, 초능력이 있어서, 천재라서 등등. 다시 태어날 수 있다면 혹은 남은 여생을 바꿀 수 있다면, 이 사람 혹은 이것(?)으로 살고 싶은 그 캐릭터에 대해 적어봤습니다. *대상 콘텐츠의 스포일러가 포함될 수 있습니다.

레미는 다음 생에

<플리즈 라이크 미>의 조쉬 TV드라마
저는 다시 태어나는 것에 대해 두려움이 큰 사람입니다. 아, 또 다시 삶이라는 게임에 정신 바짝 차리고 임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깊은 한숨부터 나오죠. ‘나 혼자만 레벨업’의 E급 헌터 성진우가 자신의 약점을 극복하고 기지로 세상의 괴물을 해치워 나가는 모습에 희열을 느낌과 동시에 피로감을 느끼는 것은 내가 현재 이 세상의 삶을 살아가는 모습과 비슷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인 것 같아요.
얼마나 많은 업을 소멸시키고, 덕을 쌓아야 다시 인간으로 환생하지 않고 그저 허허 지켜만 봐도 될까요. 이렇게 저는 특정 종교의 세계관에 기대어 최근 몇 년간의 삶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내 밀린 숙제를 얼른 완벽하게 처리하겠어.’ 라고요.
다시 태어날 때 라는 단서를 붙이지 않고 ‘아, 저 삶으로 살아보면 좋겠어.’ 라고 상상해보면..
레이디 가가, 마이클 조던, 데릭 지터, 비욘세, 콜드플레이의 크리스 마틴 , 스타워즈에 등장하는 공주, H2야구만화에 등장하는 히로, 히카리 등이 떠오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건 잠시 잠깐 이들의 퍼포먼스 혹은 멋짐에 현혹된 생각이지 레이디 가가의 우울증, 조던의 화려한 유명세 뒤에 숨은 고생, 훈련 그리고 크고 작은 유명인들의 사생활까지 살아내고 싶지는 않아요. H2나 왕종훈, 슬램덩크의 한 캐릭터가 되고 싶은 마음에는 ‘끝내주는 운동 선수'가 되고 싶다! 라는 욕망 때문이지 그들 나름의 고충이 있는 삶의 이면까지 다 끌어안고 그 사람으로 다시 태어나고 싶지는 않더라구요.
한참을 고민하다가 이 모든 걸 감내하고도 얘 정도면 나쁘지 않을 것 같다고 생각한 건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는 <플리즈 라이크 미>의 조쉬 입니다.
극 중에서 ‘조쉬'는 이제 막 성인이 된, 집관리 가족소통 외엔 딱히 하는 일 없는 청년입니다. 엄마랑 낡은 주택에서 같이 살고, 절친 ‘톰'하고 늘 시시껄렁한 이야기를 주고 받죠. 심지어 여자친구에게 ‘너는 게이야' 라는 말을 들으며 차이는 걸 시작으로 이 드라마는 시작합니다. 매 화 20-30분 남짓 한 에피소드가 진행되는데, 조쉬의 일상은 남들이 지켜보면 그야말로 소소하지만 본인에게는 엄청난 의미의 사건 사고로 여겨지는 드라마 입니다. 아빠와 이혼한 지 꽤 되는 엄마는 우울해서 약을 먹고 자살시도를 하고, 절친 ‘탐’은 여자친구들에게 대체 왜 인기 있는지 모르겠지만 매일 조쉬네서 놀다 조쉬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쓸모없는 훈수를 둡니다. 어느 날, 조쉬가 자신이 게이임을 당당하게 밝히고 주변의 축복을 받으며 남자친구를 만나게 되는 에피소드도 있구요. 조쉬의 방에서는 시끄러운 밤의 이야기들이, 조쉬네 키친에서는 탐과 친구들이 서로 맞지 않더라도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상처주지 않고 놀려고 벌어지는 파티가 끊이지 않습니다. 헤어진 여자친구도 잠시 싸운 탐도 이혼해서 다른 이랑 살고 있는 아빠도 조쉬와 서로의 일상을 공유합니다. 이 때도 딱히 뭔가 해결되지는 않지만 함께 식탁에 모여 서로의 삶에 쓸데없이 간섭하죠. 프렌즈에서 친구들이 한 데 모여 살았듯, 이 집에는 모두가 모여 살지는 않지만 조쉬를 중심으로 서로의 일상을 공유하는 친구와 엄마, 아빠, 엄마의 친구, 아빠의 애인 등이 서로 접점을 이루는 사안들에 대해 이야기 나누고, 울고 웃는 과정들이 그렇게 따뜻해보일 수 없습니다. 한동안, 저는 매일 혼자 저녁을 먹을 때마다 <플리즈 라이크 미>를 보느라 정신이 없었어요.
잘생긴 것도 아니고, 노안이지만 따뜻한 마음과 한없이 여유로운 조쉬의 일상이 너무 부럽기도 했지만, 자신의 행복을 찾아가되 주변에 끊임없이 오지랍을 떨며 따뜻함을 잊지 않는 조쉬의 성격이 특히 마음에 들어요. 이 드라마에는 꼭 조쉬 뿐 아니라 각자 그렇게 태어나서 살아갈 수 밖에 없는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사람들이 많이 등장하는데 이들이 각자 어떤 따뜻함으로 연결되어 있다고 느껴질 때마다 바쁘다고 친구의 결혼조차 제 때 축하하지 못했던 제 자신이 부끄럽더라구요.
인생에서 과연 중요한게 뭘까? 내가 보내는 일상이 과연 맞는건가 고민하는 요즘, 자신의 주변에 따뜻하게 간섭하고 자신의 행복을 추구해가는 조쉬가 너무 부러웠어요. 아마 조쉬로 변신하는 것 뿐 아니라 조쉬 주변의 친구들, 가족들까지도 다 드라마 속 조건 처럼 바뀌어야 완벽히 만족할 만한 변신이겠지만, 늘 친구들과 노는 게 가장 중요한 조쉬의 일상이 새삼 다시 부럽게 느껴지네요.
어딘가 모르게 사람의 마음을 무장해제 시키는 있는 그대로의 조쉬를.. 정말 좋아합니다.

월간 안전가옥 한 달에 한 번, 안전가옥 멤버들이 이 달의 생각을 이야기합니다.

운영멤버 레미
"한가하고, 따뜻하고, 재미있는 일상, 어딘가 모르게 낭비하고 비효율적인 삶을 꾸려가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