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ck to School! 방학이 끝나는 3월을 맞아 운영멤버들은 "나의 학창시절 콘텐츠"에 대해 적었습니다.
라떼는(?) 이 책 안 보면 안 됐다.. 싶은 학창 시절 유행했던 콘텐츠, 예민한 사춘기 시절 나를 사로잡은 그 콘텐츠, 하지만 지금은 밝히기 싫은 그 콘텐츠! 지금의 운영멤버들을 만든 콘텐츠, 어떤 것들이었을까요?
저는 인생 첫 아르바이트를 책 대여점에서 시작했습니다. 새로 들어온 도서를 포장하고, 신간 예약자에게 연락하고, 바코드를 띡- 띡- 띡- 찍어 도서를 빌려주거나 반납 받는 일이 주요 업무였어요. 왠지 도서관 사서가 된 것 같은 기분도 들고, 알바생 특혜(?)인 좋아하는 신간 예약을 빠르게 할 수 있었던 꿀알바 시절이었죠.
만화책이 그저 좋았던 알바생이 가장 이해할 수 없었던 손님은, 금요일 저녁! 대여점 가장 구석에 같은 제목으로만 몇 십권 구성된 소설을 한가득 빌려가는 분들이었어요. 지금와 생각해보니 그분들이 빌려간 것은 판타지 소설이나 무협지였겠죠? 금요일 퇴근길, 주말 동안 이거 다 읽어야지! 다짐하며 휴일 계획을 세웠을 직장인 손님들이 귀엽게 느껴지지만 그 땐 그 맛을 몰랐어요....
그러던 저를, 판타지 소설 예약 전쟁에 참전하게 만든 작품을 만나게 됩니다. 바로, 국내 편, 세계 편, 혼세 편, 말세 편 등 총 19권으로 된 시리즈이자, 한국에서 가장 많이 팔린 장르 소설 <퇴마록>!!! 뒤늦게 시작한 덕질에 시간 가는 줄 몰랐고 정말 말 그대로 정신없이 재미있게 읽었어요. 1993년 이우혁 작가가 PC통신에서 연재를 시작해 엄청난 성공을 거둔 작품으로 아마 모르는 분이 거의 없을 거라 생각합니다. 종교와 귀신, 악령 등 오컬트적 요소가 많은 판타지 소설로 90년대 아이콘으로 남았죠!
<퇴마록>은 퇴마사들이 악령을 퇴치하고 인간을 구하는 기본적인 플롯 구조입니다. 국내에서 벌어지는 크고 작은 영적인 사건에 휘말리며 네 명의 퇴마사들이 만나 세계를 무대로 넓히면서 세상의 종말까지 다루게 되죠. 이번 월간 안전가옥을 쓰려고 기억을 되살려보니 제가 <퇴마록>을 좋아한 이유는 방대한 세계관을 가진 퇴마 판타지라는 부분보다는 네 명의 캐릭터를 비롯한 여러 인물이야기에 있었던 것 같습니다.
특히 국내편과 세계편에서 저마다 사연을 가진 박신부와 현암, 장준후와 현승희가 어떻게 만나 서로가 서로의 한 부분이 되어주려 맞춰 가는 모습들을 보거나, 이야기가 전개되며 나오는 현암의 귀검, 월향이나 연희를 지켜주는 리의 구리 십자가에 담긴 사연들이그들을 '인간적'으로 보이게 만들어준 것 같아요. 네 명의 퇴마사는 때론 싸움에서 지기도 하고, 악인을 동정하기도, 고통과 번민을 느끼기도 하지만 자신들의 목숨이 위험해도 결코 인간을 헤치지 않는 선택을 합니다.
당시에 저는 어른이 되면 퇴마사들처럼 거대한 좌절은 아니겠지만 괴로운 순간에도 이면을 볼 줄 아는 사람이 될 것만 같았어요. '대를 위해서 소를 희생하지 않는다'는 문장이 말세편에 나오는데요. 오랜만에 제가 틀렸다고 생각한 것들이 아닐 수도 있다는, 감춰진 다른 면에 대해서도 생각해봐야 한다는 걸 떠올려보게 됐습니다.
월간 안전가옥 한 달에 한 번, 안전가옥 멤버들이 이 달의 생각을 이야기합니다.
운영멤버 모
저는.. 99년 영화관에도 갔었는데요.. (흑) 2022년 개봉 예정인 애니메이션은 성공적인 전설의 귀환이 되길 기도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