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earch
🎭

펜트하우스 2와 미나리 : 끝없이 이어지는 몰락의 서사

분류
운영멤버
기획PD
작성자
드라마 펜트하우스 시즌2가 끝나고 저의 금요일 밤과 토요일 밤은 무료해졌습니다. 본방을 사수하고자 유지했던 스케줄은 이제 텅 비어 버렸거든요. ‘펜트하우스’는 정말 대한민국 거대 욕망 2가지 ‘부동산’과 ‘대학 입시’ 라는 거대한 재료를 정말 제대로 조리한 슈퍼 드라마 입니다. 드라마 소개 페이지에 가면, 이 드라마에 대한 기획 의도 글에 다음과 같이 쓰여 있습니다.
“채워질 수 없는 일그러진 욕망으로 집값 1번지, 교육 1번지에서 벌이는 서스펜스 복수극! 자식을 지키기 위해 악녀가 될 수 밖에 없었던 여자들의 연대와 복수를 그린 이야기”
문장그대로, 아니 문장을 뛰어넘는 빠른 서사들로 구성되어 있어요. 심수련, 오윤희, 천서진, 이규진, 강마리 이 5가족의 얽히고설킨 복수극이 얼마나 아귀가 잘 맞아떨어지던지 이 드라마는 정말 잠시도 관객을 편안하게 두지 않고 눈덩이처럼 예상치 못한 사건들을 전개합니다. 자기 자식의 입시를 위해, 자신의 부동산값을 위해 모든 것을 투신하는 이들의 행동 뒤에는 근원적으로 어떤 욕망이 결핍된 것일까요? 남보다 조금 더 나아 보이고자 하는 마음(Vanity) 때문이라고 보기엔 이들은 살인도 불사합니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남을 희생시키고 괴롭히는 것, 가지고 싶은 것을 갖기 위해 모든 것을 희생시키는 것이 이 드라마의 작동 원칙인지라 이들은 마지막에 재판을 받을 때도 자신의 죄를 쉽게 인정하지 않습니다. 욕망하는 것은 자연스러우나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후회하고 사과하는 것은 드뭅니다. 시즌 2에서는 유일하게 오윤희와 하윤철만이 자신들의 우발적 범죄를 인정하지만, 왠지 시즌 3에서는 더 잔혹한 복수가 이루어지지 않을까 하는 상상을 해봅니다.
MSG와 소스가 팍팍 뿌려진 치킨과 불닭볶음면 같은 드라마가 펜트하우스였다면, 국내 관객 100만 명 및 전 세계 영화상을 휩쓸고 있는 영화 <미나리>는 그야말로 영화 제목 같은 이야기입니다. <미나리>는 사건만 이야기하자면, 아메리칸 드림을 외치며 이민 간 한국인 부부가 대농장을 꿈꾸지만, 자신들의 아이를 돌보러 온 할머니(윤여정)의 실수로 헛간이 모두 타버리는 것으로 끝나는 이야기죠. 자신이 뿌린 씨앗과 농사 덕분에 이제 막살만하여 지나 싶었더니 모든 것이 타고, 심장이 허약한 소중한 아들은 그래도 할머니 덕분에 서로 의지할 수 있는 존재가 되었습니다. 펜트하우스처럼 미나리는 뒷이야기는 궁금하지 않지만, 마지막 장면이 너무 생각나는 영화입니다. 실수로 자신의 자식들이 애써 지은 농작물이 보관된 창고를 태우게 된 할머니가 망연자실 긴 길을 걸어가는데 그런 그녀를 막내 데이비드가 붙잡는 장면에서 인간의 욕망은 한순간 무너지더라도, 인간이 서로를 구원할 수 있는 것은 신뢰와 사랑뿐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불이 활활 타오르는 모든 몰락의 끝자락에서도 희망을 주는 것이 영화만의 미덕일까요.
멋진 영화들을 무진장 좋아하지만 요즘 저는 삶의 고유한 미덕, 지혜보다 이야기 속에 어떤 종류의 몰락들이 존재하는지 관심이 갑니다. 성취, 성장보다는 몰락과 실패가 더 궁금한 요즘, 실제 삶에서는 발생하지 않길 바라기 때문에 드라마나 영화 속에서 대리만족하고 싶나 봐요. 펜트하우스의 시즌 3은 언제 다시 시작할까요? 미나리의 마지막 장면도 찡했지만, 저는 미나리2보다는 펜트하우스의 시즌 3이 더 궁금합니다. MSG가 팍팍 뿌려진 펜트하우스의 맛. 기다리고 있어요.

월간 안전가옥 한 달에 한 번, 안전가옥 멤버들이 이 달의 생각을 이야기합니다.

운영멤버 레미
"미나리는 다시 보겠지만, 펜트하우스3는 매일 기다리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