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을 좋아합니다. 듣는 것도, 만드는 것도 좋아합니다. 그래서 뭔가를 만들어야 할 때, 음악을 통해 테마를 잡아놓고 시작하는 편입니다. 글을 쓸 때도 그렇고, 이야기를 프로듀싱 할 때도 그렇습니다.
저의 첫 번째 프로듀싱 작품이었던 조예은 작가님의 <뉴서울파크 젤리장수 대학살>을 만들면서 자주 들었던 음악은, Plane White T’s 의 <Welcome to Mystery> 입니다. 2010년 개봉한 팀 버튼 감독의 영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위해 만들어진 컴필레이션 음반 <Almost Alice>에 수록된 곡입니다.
도입부부터 뭔가 신비롭고 음산한 기운이 물씬 풍겨오고, 후렴구에 이르러서는 알 수 없는 슬픔과 처절함까지 느껴지는 음악입니다. 제목과 가사도 <뉴서울파크 젤리장수 대학살>과 딱 어울리죠. 특히 2분 10초 정도부터 약 30초간 펼쳐지는 간주(?) 부분을 들으면서, 모두가 젤리가 되어 녹아내린 ‘뉴서울파크’를 상상하곤 했습니다. 불길하면서도 강렬한 매력이 있어서 계속계속 듣고 싶은 음악이에요.
<Welcome to Mystery>를 들으면서 <뉴서울파크 젤리장수 대학살>의 테마와 이미지를 상상했다면, ‘군상극’이라는 형태를 조금 더 선명한 이미지로 만들어준 음악들도 있습니다. 모두 뮤지컬 음악들인데요, 그 중 첫 번째로 소개하고 싶은 음악은 뮤지컬 <RENT>의 합창 넘버, <Christma Bells> 입니다.
이 곡은 1990년대 뉴욕의 슬럼가, 크리스마스 이브의 모습을 그리고 있습니다. 앞 장면부터 이어져온 주인공들의 이야기가 하나의 멜로디 위에 겹쳐져서 그려죠. (직접 보시면 정말 멋진 장면인데!) 조금 더 쉽게 말씀드린다면, 하나의 시간을 두고 다양한 공간에서 다양한 인물들의 이야기를 그리는 장면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그리고 그 다양한 장면들은 하나의 멜로디와 가사로 향하죠. "and it’s Beginning to Snow”
뮤지컬 <렌트>가 당시로써는 꽤 혁명적인 작품이기는 했지만, 군상극 장면 연출을 위한 곡은 꽤 흔했습니다. 대표적으로는 뮤지컬 <레 미제라블>의 1막 엔딩곡인 <One Day More>가 그렇습니다. “One Day More”라는 가사 아래 혁명 전날 인물들의 상황이 다양하게 펼쳐지죠. (군상극 연출을 조금 더 편하게 이해하시라고 영화 버전의 영상을 첨부합니다)
너무 90년대 작품들만 소개했으니, 2000년대의 뮤지컬 작품 중 군상극 연출을 아주 훌륭하게 해낸 넘버 하나만 더 소개하고 마무리하겠습니다. 한동안 뉴욕 브로드웨이 뮤지컬의 자존심과도 같았던 작품, <Wicked>의 <Dancing Through Life>입니다.
<Wicked>의 1막은 마치 미국의 10대 청춘물처럼 진행되는데요, 여기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이 바로 댄스 파티입니다. <Dancing Through Life>는 이 댄스 파티를 중심으로 이야기 속 다양한 인물들이 자신의 서사를 진행시켜 나갑니다. 그리고 그 서사는 하나의 후렴구로, 아래의 가사로 향하죠.
Dancing through life down at the Ozdust
If only because dust is what we come to
Nothing matters but knowing nothing matters
It's just life
So keep dancing through
오늘 소개한 곡들은 <뉴서울파크 젤리장수 대학살>을 프로듀싱 하는 동안 심리적으로나 기술적으로나 제게 큰 힘이 되어준 음악들입니다. 이번 기회를 통해 여러분들께 소개할 수 있어 기뻐요. 앞으로도 종종 프로듀싱과 관련된 음악 이야기를 나누도록 하겠습니다.
월간 안전가옥 한 달에 한 번, 안전가옥 멤버들이 이 달의 생각을 이야기합니다.
운영멤버 Shin
"그러나 <뉴서울파크 젤리장수 대학살>과 관련된 음악 중에서는 단연 김사월, <사바스>가 1등임은 부정할 수 없는 진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