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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이상하게 만드는 것

분류
파트너멤버
작성자
천선란
며칠 전 생일이었다. 언제부터 생일이 내게 무의미하게 다가왔는지 모르겠지만, 올해는 어쩐지 생일을 핑계로 타투를 새기고 싶었다. 이미 왼팔에 커다란 고래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같은 팔에 식물을 그려 넣었다. 마찬가지로 손바닥 한 뼘이 될 만큼 커다란 타투였다.
돌고래를 새겼을 당시에는 아빠와 떨어져 있었기에 굳이 이야기하지 않았다. 나중에 들켰을 때에도 아빠는 별 말 하지 않았다. 이미 몸에 그린 것이니 어쩔 수 없다, 생각한 듯싶었다. 그렇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어차피 타투를 받고 집에 오자마자 들킬 위치였으므로 나는 타투 받기 전날 아빠에게 통보했다. 말 그대로 통보였다. 허락이나 양해도 아니었다. 아빠는 침묵을 지키다가 내게 “왜 자꾸 이상한 사람이 되려고 하느냐.”하고 말했다. 아빠 입장에서 몸에 문신을 새기는 딸이 이상해 보일 수도 있겠다고 이해했다. 이해만 했다. 이해를 한다고 해서 아빠의 말에 동감해줄 수 있는 건 아니었다. 건축 일을 했던 아빠에게 ‘예술’이란, 그리고 ‘소설’을 쓰는 딸이란, 아빠의 삶과 조금도 관련이 없는 단어였다. 아빠는 자주 소설 쓰는 것을 신기해했다. 존경이나 자랑스러움은 아니고, 정말 외계인을 보는 것 같은 낯설고 신기한 시선이었다. 그런 아빠에게 팔에 커다란 문신 두 개나 있는 딸은, 정말이지 이 세상의 인간이 아니었으리라. 아빠는 나를 ‘이상한’사람이라고 칭했다. 왜 이상해지려고 하느냐고.
하지만 결국에 나는 타투를 했다. 아주 만족스러운 식물이 몸에 생겼다. 아빠는 내 팔에 새겨진 식물을 보고도 별 말 하지 않았다. 아빠의 심정이 어떤 지는 잘 모르겠지만 나는 편하다. 내게 왜 이상한 사람이 되려고 하느냐는 아빠에게, 나는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다 했기 때문이다. 대충 이렇다.
“아빠, 나를 이상한 사람으로 만드는 건 아빠의 시선이야. 내가 이상해지는 건 몸에 타투를 새겨서가 아니라, 그런 나를 이상하게 보는 아빠의 시선. 그러니까 아빠가 나를 이상하게 보지 않으면 돼. 그러면 나는 이상한 사람이 되지 않아.”
물론 약속도 했다. 더는 하지 않겠다고.

월간 안전가옥 한 달에 한 번, 안전가옥 멤버들이 이 달의 생각을 이야기합니다.

파트너 멤버 천선란
"다음에는 보이지 않는 곳에 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