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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땡스 갓, 잇츠 프라이데이>의 김현

분류
운영멤버
기획PD
운영멤버들의 7월 월간 안전가옥은 "2020년 상반기 나의 최애 캐릭터"라는 주제로 작성되었습니다. 안전가옥에서 일하는 운영멤버들이 2020년 상반기에 본 어떤 영화, TV쇼, 책, 만화, 다큐멘터리 등등에서 어떤 '최애캐'를 찾았는지 함께 살펴봐요 *대상 콘텐츠의 스포일러가 포함될 수 있습니다.

레미가 본 콘텐츠

앞으로 ‘김현'은 어떻게 살까? : 땡스 갓, 잇츠 프라이데이

2020년 상반기에 주목한 이야기 속 캐릭터
안전가옥에서 간간히 밝혔지만, 내가 좋아하는 장르는 스포츠고, 스포츠 이야기로 나를 빠지게 만든 건
내가 처음으로 비디오대여점에서 빌려본 만화책 <4번타자 왕종훈>에서 시작한다. 슬램덩크의 강백호, 서태웅, 윤대협을 누르고 ‘왕종훈’을 좋아하는 이유는 2박3일을 잡아도 모자라기 때문에 인생 최애 캐릭터는 각설하고, 2020년에 만난 캐릭터 중 기억에 남는 캐릭터들을 떠올려 보았다.
웹툰에서는 <나 혼자만 레벨업>의 E급 헌터 ‘성진우’ 넷플릭스에서는 <마이클 조던_더 라스트 댄스> 의 ‘마이클 조던’ 소설에서는 <땡스 갓 , 잇츠 프라이데이>의 9급 공무원 ‘김현’
E급 헌터 성진우의 매력이라면 다른 헌터들에 비해 약체임에도 불구하고 죽을 뻔한 상황을 극복하고 약체 아닌 헌터로 등극, 많은 난관을 극복하며 성장하는 매력이 있다. 이는 4번타자 왕종훈과도 비슷한 성장서사라 할 수 있다. <나 혼자만 레벨업>에서 성진우를 가로막는 장벽들은 현실세계에서 보여지는 비열함과 약육강식과 맞닿아 있기 때문에 성진우가 무언가를 해결하고 아이템을 획득할 때는 꼭 내 게임의 캐릭터가 레벨이 오르는 듯한 즐거움이 있다. 약자가 강자가 되어가는 서사는 늘 쾌감을 제공하기도 하고.
6월의 안전가옥에 언급된 바 있는 <더 라스트 댄스>의 마이클 조던 역시 조던의 성장, 인생의 굴곡 그리고 팀빌딩 등을 보면 한 인간이 해낼 수 있는 것이 얼마나 많은지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운동선수로서 갖춰야 할 승부욕과 성실성 그리고 유명세 때문에 희생해야 하는 것들을 보는 것도 재미있지만, 팀 우승을 위해 동료들을 채근하고 마지막에서야 동료를 믿으며 챔피언전에서 우승하는 조던의 모습을 보면서 내가 닮고 싶은 운동선수의 프로페셔널함과 강팀의 빌딩과정에 대리만족을 느꼈다. 만족했다는 표현보다는 동경이 더 적합하다. 아무튼 다큐 속 조던의 모습이 ‘내 현실 속의 레벨업’ 에 강한 자극을 준 것은 분명하다. 지극히 근대적인 자기 성장과 계발에의 욕구를 불러일으켰달까.
<땡스 갓 잇츠 프라이데이>는 안전가옥의 숏트 시리즈 중 하나로, 심너울 작가의 5편의 수록작 중 표제작이다. 이 이야기는 근추동 행정복지센터 민원팀 김현(9급 서기보)이 어느 날 부터인가 잠에서 깨기만 하면 금요일이 반복되는 삶을 그리고 있다. 평소 흠모하는 옆 동료 ‘윤희랑' 이 김현의 삶을 1/7로 축소시키는 실험을 강행했기 때문인데, 윤희랑은 공무원인 척 하지만 사실 의식론 연구소의 연구원으로 김현을 동료가 아닌 그냥 실험대상으로 접근한다. 일주일의 하루인 금요일만 살아가게 된 ‘김현'은 영웅도 아니고 능력도 탁월하지 않지만 이야기를 다 읽은 후에도 이 인물이 어떤 행보를 하게 될지 궁금해지는 캐릭터였다.
이야기를 읽기 전에는 심플하고 평화로운 삶일거라 예상했던 9급 공무원의 삶이 격무에 시달릴 수 있을거라 생각하지 못했고,어제와 오늘이 크게 다르지 않는 단조로운 삶의 반복일지 몰랐다. 모든 귀찮은 일로부터의 해방이 이루어지는 금요일 저녁을 기다리는 일반 직장인의 마음과 다름없는 ‘김현'의 삶. 누가 읽어도 바로 공감할 수 밖에 없는 그의 일상은 이 이야기의 매력 포인트다. 이런 공감을 이끌어내고 그 삶에 이입하게 하는건 이 이야기의 서사라기 보다는 9급공무원 ‘김현' 의 행동 덕분이다. 심너울 작가의 소설에는 우리 주변에 있을 법한 캐릭터들이 자주 등장하는데 <세상을 끝내는데 필요한 점프 횟수>에 등장하는 게임 개발자나 9급 공무원 김현의 경우에는 예능 프로 <나 혼자 산다>에 나오는 연예인에게서는 느낄 수 없는 생의 고단함과 빠듯함, 고독함이 매우 현실적으로 묻어난다. 우리 모두 지친 일과를 마치고 회사를 가지 않는 내일을 찬양하며, 편의점 맥주 4캔 만원’ 상품을 사서 방으로 들어가는 경험을 한 두 번, 아니 매 주 하지 않던가. 현과 나를 동일시하면서부터 현이 자기 자신의 삶이 금요일만 반복되고 있음을 자각하고 스스로 셀프 촬영을 하며 스스로를 연민하게 되었을 때 독자가 함께 슬픈 감정을 느끼는 건 자연스럽다. 자신의 셀프 촬영 기록을 통해 금요일에만 활동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분노하며 그 분노가 자신의 조직 수장을 향할 때에도 독자 모두의 마음에 있는 공공의 적을 떠올리게 함으로써 다시 한 번 ‘김현’에게 이입하게 한다.
우리 모두의 모습이 오버랩되는 9급 공무원 ‘김현'은 과연 금요일만 반복되는 이 일상을 만족할지 아니면 거대한 음모에서 벗어나기 위해 대항할지 궁금해진다. 심지어 본인의 삶이 평소 흠모하던 이 때문에 바뀐 걸 알아차리면 얼마나 큰 배신감을 느끼게 될까? 현의 행보가 내 삶의 탈출에 힌트를 주지는 않을까 기대하게 되는 지점은 픽션에서 내 삶의 희망을 찾는, 소설의 존재이유가 아닐까.
좋은 캐릭터는 다음 이야기를 기다리게 한다는 단순한 법칙을 새삼 깨달으며, 금요일에 맥주와 <땡스 갓 이츠 프라이데이>를 읽어보시길 추천한다.

월간 안전가옥 한 달에 한 번, 안전가옥 멤버들이 이 달의 생각을 이야기합니다.

운영멤버 레미
"생각해보니 ‘평론가 김현’, ‘정치학자 김현’도 좋아하는 레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