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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탈출3>을 봤습니다

분류
운영멤버
스토리PD
작성자
테오
운영멤버들의 6월 월간 안전가옥은 "이번 달에 본 콘텐츠"라는 주제로 작성되었습니다. 안전가옥에서 일하는 운영멤버들은 6월 한 달 간, 어떤 영화, TV쇼, 책, 만화, 다큐멘터리를 보았는지 함께 살펴봐요 *대상 콘텐츠의 스포일러가 포함될 수 있습니다.

테오가 본 콘텐츠

대탈출3 TV 시리즈/예능 tvN, 총 11화
출처: tvn

<대탈출>, 예능 뉴노멀이 될 수 있을까

포맷, 상황 그리고 캐릭터

지금은 방영이 끝난 전설적인 예능 <무한도전> 여전히 활약하고 있는 <런닝맨>은 오랫동안 시청자들의 웃음을 책임져왔고, 역시 오랫동안 주말 저녁 시간을 선점해왔으며 모두 예능역사의 길이 남을 프로그램이 되었다. 더불어 나영석 PD가 만든 <신서유기> 시리즈, <꽃보다 할배>나 <삼시세끼>등의 예능도 시리즈가 방영될때나 시리즈가 거듭될 때마다 큰 화제성과 높은 시청률 등을 모두 확보했었다. 대중의 일상에 없어서는 안 될 프로그램이 되었다.
이 프로그램들은 모두 연속성과 대중성이 매우 중요한데 이를 위해 포맷 자체를 단순화하거나 의외의 상황 속에서 만들어지는 캐릭터간의 합이나 개인기, 캐릭터성에 기대어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재미요소를 극대화한 공통점이 있다. 물론 여기에는 연출자를 비롯한 스텝의 능력도 한 몫 단단히 했을 것이다. 물론 전성기시절 무한도전은 조금 예외의 측면이 있다. 다만 무‘모’한 도전 시절에는 어딘가 모자란 예능인들이 지하철과 달리기, 목욕탕 물퍼기, 황소와의 대결 등 포맷의 단순화 그리고 상황 속에 기댄 캐릭터성이 있었다. 이런 류와 다른 결로 마치 대본이 없는 듯 그래서 상황의 현실성을 높혀 공감을 쌓는 관찰형 예능이 있다. 그렇지만 관찰형 역시 포맷은 아주 단순하고, 출연자가 누구든 그 출연자 고유의 캐릭터성, 그 캐릭터가 가지고 있는 이야기가 아주 중요하다.

사건, 역할 그리고 스토리텔링

그리고 이런 대세, 이런 예능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조금씩 다른 스타일의 예능을 차근차근 만들어가고 있는 프로그램이 있다. 2018년부터 시작한 tvN의 <대탈출> 시리즈이다. 올 6월 초에는 시즌 3가 마무리되었고, 시즌 최초로 마지막 회는 열린 결말, 정확히는 다음 시즌으로 넘겼다. 사실 <대탈출>도 초기에는 출연자들을 세트장에 가두고, 출연자들은 그곳에서 탈출한다는 단순한 포맷과 이색적인 상황 그리고 각 출연자들의 능력에 따른 캐릭터성이 있었으나, 시즌 2부터 ‘대탈출 유니버스’ 라고 부르고 있는 세계관이 도입되면서 그것이 옅어져갔고, 올해 방영된 시즌 3에서 각 세트장은 하나의 큰 사건이자 갈등요소가 되었고, 출연자들은 개인기보다는 각각의 스토리가 요구하는 역할, 이야기 속의 인물을 연기 혹은 역할을 해야 하는 일종의 롤플레잉을 소화해내야만 했다.
시즌 3은 평균 시청률 2.5%에 불과했지만(시즌 중에서 최고치이지만) 국내 예능 역사상 전례를 찾기 힘든 거대한 세트를 바탕으로 각 시즌의 이야기들이 교묘히 연결되는 지점은 개인적으로 계속 <대탈출>에 주목해왔던 것을 더욱 충족시켜준 시즌이었다.

장르와 대탈출 3

특히 각 회차별 스토리가 더욱 다양한 장르화가 되었는데, 시즌 3의 첫 번째 에피소드인 ‘타임머신 연구실’은 SF의 서브 장르인 타임트래블(시간 여행)을 다루고 있다. 타임트래블은 다 다시 세 가지 정도로 구분되는데 우연히 시간여행에 휩쓸리는 타임슬립, 타임머신처럼 자신이 의지를 가지고 떠나는 타임리프, 그리고 동일한 시간이 반복되는 타임 루프로 나눌 수 있다. 이번 타임머신을 여러 번 타면서 문제를 해결해 가기에 타임리프쪽에 더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아무튼 드라마와 영화에서 타임트래블을 배경으로 한 이야기는 꽤 보아왔지만 예능은 첨음이라 너무 신선했다. 무엇보다 타임머신을 구현한 방식과 출연자들의 탈출 방법에 따라 일종의 멀티엔딩을 준비했음을 느껴지는 스토리도 좋았다.
두 번째 에피소드인 ‘좀비 공장’은 지금의 <대탈출>을 있게 한 유니버스 세계관으로 이어지는 스토리이자 좀비물로 구체적인 장르로는 좀비 아포칼립스라고 할 수 있다. 대탈출에서는 좀비가 PDS(부분적 사망 증후군)로 인해 변이된다고 설명하고 있는데 무척 클리셰이나 좀비물의 특성이 클리셰를 통해 더욱 스토리와 스릴이 강화된다고 볼 수 있다. 이전에는 좀비가 출연자들의 방해요소나 겁을 내게 해서 웃음을 주는 요소가 강했다면 더욱 자극적인 미로 설계와 이들을 생체 병기로 활용하려는 단체가 스토리텔링 되면서 더 큰 세계관으로 갈 수 있는 회차로 설계되었다.
세 번째 에피소드인 ‘어둠의 별장’은 대탈출 시리즈의 백미라고 할 수 있는 귀신-천해명 유니버스로 이어지는 이야기였다. 장르로는 당연히 호러 그중에서도 하우스호러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이번에는 극단적으로 시야를 제한하였고, <블레어 위치>나 <파라노말 액티비>를 연상시키는 연출도 그야말로 공포감을 극대화한 에피소드였다. n회차로 보면 조금 더 자극적으로 연출한 모습과 출연자들이 어둠에 질린 모습 등 이렇게까지 해야 했을까 라는 의문도 생기지만 보통 예능에서 납량특집이라며 출연자들을 놀래켜 우스꽝스럽게 만드는 걸 전시하는 방식이 아닌 출연자와 시청자가 동시에 함께 공포 속에 들어가게 한 웬만한 공포영화보다 더 무서웠던 에피소드였다.
네 번째 에피소드 ‘아차랜드’는 후더닛(whodunnit)을 밝혀내야 했던 본격 미스터리, 다섯 번째 에피소드 ‘빵공장’은 범죄물의 서브 장르 중의 ‘케이퍼’ 스타일이 가미된 첩보물이라고 할 수 있다.
마지막 에피소드인 ‘백 투 더 경성’은 소제목에서 보이듯 타임트래블 장르이며, 첫 번째 ‘타임머신 연구실’ 에피소드와 이어지는 세계관을 가지고 있다. 무엇보다 이 에피소드인 놀라운 점은 정말 거대한 스케일인데, 먼저 작은 공간에서 이야기를 시작하다, 갑자기 경성으로 무대를 옮기는 방식은 출연자나 개인적으로도 소름을 돋게 했는데, <미스터 선샤인> 세트장을 활용한 방식은 전혀 예측할 수 없었던 연출이었다. 우연히 1919년 3월로 타임슬립 되어 온 이들의 스토리텔링이 무척 감동적으로 연출되었고, 후반부에 깜짝 게스트 출연 등은 정말 끝까지 예측을 불허하게 했다. 하지만 결말없이 다음 시즌으로 넘어간 점은 결국 많은 이들에게 호불호를 안겼다. (방송 이후 정종연 PD가 인터뷰에서 밝히기를, 예산 상으로 이유로 더 촬영할 수 없었다고 한다)

내년을 기대하며

다른 예능과 비교해서 확실히 차별화되는 지점이 많고, 그 시도에 항상 응원을 보내고 있지만 그럼에도 아쉬운 점들이 있다. 일단 사건의 자극적인 면모가 많아졌다. 각 에피소드별로 이 균형을 맞춰갔으면 좋겠다. 탈출의 필수요소인 퍼즐-수수께끼의 다변화와 함께 풀어야 할 숙제로 보인다. 시즌제 그리고 유니버스 세계관의 강화에 따라 이전 시즌을 보지 않은 시청자들에게는 진입장벽이 생길 수밖에 없다. 더욱 매니악하게 갈 것인가. 아니면 대중성을 조금이라도 더 확보할 것인가. 이 지점은 개인적인 궁금함이지만 다음 시즌에는 꼭 보강되었으면 하는 것이 있다. 마지막으로 꼭 이뤄졌으면 하는 게 있는데 출연자들의 성별 균형이 이루어질 수 없다면 각 에피소드에서라도, 아니면 새로 만들어질 유니버스에서는 여성서사라고 할 수 있는 지점이 꼭 포함되었으면 한다. 그 지점까지 갈 수 있다면, 포맷과 상황이 아닌 사건과 서사가 남다른 예능의 새로운 표준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상상을 하게 된다. 물론 쉽지 않겠지만 말이다.

월간 안전가옥 한 달에 한 번, 안전가옥 멤버들이 이 달의 생각을 이야기합니다.

운영멤버 테오
"<대탈출>은 안전가옥에서 유일하게 저만 좋아한 예능이었는데요. 잠깐이나마 저의 영업에 화답해 준 신에게 뒤늦은 감사를 전합니다."